부산역 부근 시리즈를 쓰다 보니, 게시판이 개인 블로그 화 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약간의 딜레마를 느낍니다.
대여섯 번 더 써야 할 것 같은데, 장소는 축약하고 사연을 조금 더 풀어놓는 방법으로 써 볼께요.
다시 토성역 지도를 펼쳐봅니다.

오늘 안내할 곳은 감천문화마을과 비석마을, 초장동입니다.
1. 감천문화마을
이곳을 가기 위해서는 토성역 6번출구로 나와야 합니다.
감천문화마을(또는 태극도 마을)은 한국의 마추픽추라고 해서, 각종 매체에 자주 등장하는 곳입니다. 이 마을은 토성역 뒷산의 반대편에 있습니다. 다시 말하여, 토성역에서 보이는 산은 응달인데, 이 응달인 고개를 넘어가서 양달인 쪽이 감천 문화마을입니다. 이곳을 가기 위해서는 지도의 C동 암센터 앞에서 2-2번 마을버스를 타면 됩니다. 마을버스가 언덕을 고개를 넘어섰다고 생각될 때, 내리면 됩니다. 아래에 남해 바다가 보이고, 알록달록한 지붕을 얹은 집들이 보일 것입니다. 사진기가 있다면, 동네 이곳 저곳 다니면서 사진을 찍을 수도 있겠지요.
2. 비석마을
그런데, 감천문화마을의 반대편, 즉 토성역에서 가까운 곳의 마을은 문화마을에 비하여 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마을은 아미동 비석마을입니다. 비석마을에 관해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이곳은 원래 일본인들의 공동묘지였습니다. 그런데 해방 이후 이 사람들이 일본으로 돌아간 이후에는 공동묘지를 돌보는 사람이 없었고, 해외에서 돌아온 한국인들이 군데군데 집을 짓고 살기 시작했습니다. 집지을 자재가 부족했던 그들은 묘지에 있는 상석을 뜯어서 집을 지었지요.
그러다가 한국전쟁이 일어난 이후, 살 곳을 마련하지 못 했던 피난민들이 이 마을에 더 많이 몰려들었고, 이 마을이 형성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이 마을을 돌아다녀보면 축대나 계단 같은 곳에서 비석을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마을의 가장 상징적인 장소는 대성사라는 절입니다.
일본인들의 묘지가 집으로 된 이후, 그 분묘에 있던 유골들은 모두 이곳에 있던 화장장에서 화장하여, 납골당에 모셨습니다. 이후 화장막이 당감동으로 이전될 때 이 납골당도 같이 이전되었다가, 당감동 화장막이 폐쇄된 이후에는 다시 그 납골들이 이곳으로 돌아옵니다. 그 납골당이 있는 곳이 대성사라는 절이지요. 이 절에는 지금도 많은 일본인들이 찾아온다고 합니다.
대성사 주지는 영남의 대표적인 농악인 아미 농악의 발상지이기도 합니다. 아미농악은 아미동에 거주하던 사람들로 조직된 걸립패가 공연했던 풍물을 말합니다. 아미농악의 탄생에는 대성사 주지 스님의 헌신과 희생이 뒷받침되었습니다.
비석마을 가는 방법은... 이 지도의 왼편 위쪽이 모두 비석마을입니다만, 그래도 2-2번 마을버스를 타고 천주교 아파트 앞에서 내리면 될 것 같습니다.
3. 부산 최고의 야경
그리고 아마 부산의 명소를 소개하는 누구도 하지 않았을 것 같은 부산 최고의 야경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먼저 제가 폰으로 찍은 누추한 사진을 하나 올려 보겠습니다.

사진 가운데 보이는 다리는 부산항대교입니다.
광안대교에 비하여, 부산항대교는 볼품이 없는 다리입니다. 길이도 짧고, 높이가 너무 삐쭉 서 있어서, 중앙동에서 쳐다보면 교각이 높이 솟은 고층건물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밤에 본다면 그렇지 않습니다. 특히 초장동에서 본다면 말이지요.
부산의 야경이 아름다운 것은 그 풍경에 전기로 밝힌 인공적인 아름다움이 흐르기 때문입니다. 부산 바다가 경포대 앞바다가 아닌 이상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여러 인공적인 것들을 한눈에 보기에 가장 좋은 곳이 초장동 산복도로입니다. 이곳에서는 남항대교(영도와 송도를 잇는 해상 다리)와 북항대교, 부산대교, 영도대교를 모두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남포동 시가지와 자갈치 시장, 남항, 롯데 백화점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제 생각에 부산에서 야경이 이보다 아름다운 곳은 없습니다. (반대로 낮에는 특별히 이곳이 멋지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이곳을 가는 방법은 위 지도의 6번 출구로 나와서, 134번 버스를 타기 바랍니다. 서너 정류소 지나서 초장중학교 앞에 내리면 됩니다. 위 사진은 초장중학교 앞이 아니라 뒷편, 더 높은 곳에서 찍은 것입니다. 이곳에 갈려면 역시 6번출구 입구에서 택시를 타고 초장중학교 뒷편 소방도로로 가 달라고 하면 됩니다. 이 장소에 카페는 없지만, 이동식 포장마차는 있습니다.
첫댓글 사진과 유익한 설명 감사합니다! 크던 작던 도움이 될 것 같네요!^^
고등학교 때 버스 잘못 타서 산복도로(우리는 그렇게 불러요)로 간 적이 있는데 이런 동네가 있구나 했었죠. 부산 오래 살아도 안 가본 데가 많네요. 시간 내서 가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