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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너가 부르는 오페라 아리아 중 가장 고음의 곡은 무엇일까? 흔히 ‘하이 C의 제왕’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즐겨 부르던 푸치니 ‘투란도트’ 속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를 떠올리겠지만 그보다 더 높은 고음의 곡이 있다. 도니체티(Donizetti)의 오페라 ‘연대의 딸(La Fille du Regiment)’ 속 아리아다. 전쟁고아로 21연대 군인들과 함께 생활하며 연대의 마스코트로 자라난 마리와 그녀를 사랑하는 장교 토니오의 사랑을 아름답고 서정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벨칸토 오페라 특유의 고난도 테크닉이 요구돼 주역을 맡은 소프라노나 테너 모두 대단히 어렵게 여기는 오페라다.
후안 디에고 플로레스는 고음의 황제로 불리는 성악가다. 사진은 플로레스와 그가 부른 곡이 담긴 앨범.
이 중 가장 유명한 곡이 1막에서 토니오가 부르는 ‘아! 친구들이여, 얼마나 기분 좋은 날인가(Ah! Mes Amis, quel jour de fete!)’다. 이 곡은 하이 C음이 무려 아홉 번이나 나온다. 실은 파바로티에게 ‘하이 C의 제왕’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것도 이 곡 덕분이었다. 하지만 제왕도 점차 노쇠해져가며 더 이상 이 화려한 아리아를 듣기 어려워졌을 때 등장한 테너가 있다. 페루 출신의 후안 디에고 플로레스(Juan Diego Florez, 1973년~)다.
2007년 2월 밀라노의 라 스칼라 극장. 도니체티의 ‘연대의 딸’에서 토니오 역으로 무대에 오른 플로레스. 그의 고음은 당시에도 널리 알려져 있었다. 플로레스가 허공을 꿰뚫는 하이 C를 소리 내는 순간, 숨죽여 듣고 있던 관객들은 ‘비스! 비스! 비스!’라고 외치며 박수갈채를 쏟아냈다. 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서는 앙코르를 원할 때 ‘다시’라는 뜻의 ‘비스(bis)’를 외치곤 한다.
오페라 중간 앙코르를 청하는 건 사실 불가능한 일이다. 공연 중 앙코르는 흐름을 깨기 때문이다. 100년 전만 해도 오페라 공연 도중 앙코르를 하는 것은 결코 낯설지 않았다. 하지만 지휘자 토스카니니가 앙코르 요청을 무시한 후 더 이상 공연 중 앙코르는 나타나지 않았다. 1994년 메트에서 ‘토스카’ 공연을 한 파바로티가 3막에서 앙코르를 부르며 금기가 깨졌다.
‘연대의 딸’ 외에도 플로레스는 로시니 스페셜리스트로 꼽힌다. 로시니 ‘세빌리아의 이발사’의 알마비바 역으로 탁월한 기량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 곡은 워낙 고음과 기교가 화려한 난곡 중의 난곡이어서 공연 때 생략되는 것이 보통이고, 심지어는 음반에서도 종종 빠져 있는 아리아다. 그런데 플로레스는 한번 들으면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찬란한 음색으로 하이 C는 물론, 하이 D를 넘어 하이 E 플랫까지 힘들이지 않고 소화했다. 21세기 최고의 벨칸토 테너로 꼽히게 된 명연이었다.
팬들은 궁금해한다. 투명하고 에너지 넘치는 그의 완벽한 고음 행진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플로레스는 “세월이 가면서 무게가 실리기 시작한 자신의 목소리를 잘 훈련해 레퍼토리를 확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가장 가벼운 레제로 테너 레퍼토리에 머무르지 않고 이제 리릭, 스핀토로 나아가겠다는 의미다. 현재의 위치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그의 또 다른 성공을 기대하면서 오랜 기간 롱런하기를 바란다.
첫댓글 우중충한 날씨에
가슴이.뻥뚤리는.음악으로.감사드립니다..
좋은 영상 올려주셔서 감사해요.기분이 좋아지는 노래입니다.휴식을 취해보는 주말입니다.
휴식이 있는 주말^^
명인방 여행이 꿈꾸는 세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