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상
버스 운전을 끝냈다. 다른 인생을 시작했다. 버스 운전이 아닌 일로 바꿨다. 장시간 앉아있지 않고 움직이는 일로. 몸 쓰는 일로 탈바꿈하는 데는 여러 사유가 있었다. 첫째가 건강이다. 둘째가 안전이다. 셋째가 경험이다.
택시운전 19년, 버스운전 5년. 총 24년을 사람 태우는 운전을 했다. 종일 앉아하는 일이 몸에 안 좋았다. 안전상 문제가 따랐다. 자칫 하는 순간, 사고가 따랐다. 나이 들어감에 따른 현상이었다. 이번일, 브레이크 문제로 죽는 줄 알았다. 멘붕 상태였다. 결단했다.
어제부터 건설 현장에 발을 들여놨다. 어제는 속옷은 물론 겉옷까지 땀으로 다 적셨다. 링크드라이브, 호이츠 영화관 근처 건물 공사였다. 학교 강당 크기의 바닥공사가 첫 일이었다. 카펫을 걷어내고 새 카펫을 까는 공사에 신고식을 했다. 너무 빡셌다.
숨이 가쁘고 팔다리 어깨가 무너질 정도였다. 새로운 세상 체험이 엄청 힘들었다. 쏟아지는 땀에 뭐가 섞여 함께 흘러내렸다. 기계 다루며 바닥에 찌들다시피 붙은 카펫을 떼어 내는 일이 보통이 아니었다. 카펫아래 발라둔 콜타르같은 접착물을 떼 내는 일이란?
기계 소음에 귀마개를, 콜타르 분진에 마스크를, 튀고 날리는 콜타르 가루에 고글까지 썼다. 3D현장이란 이런 곳인가. 75세 노인도 함께했다. 26세 폴리텍 학생도, 65세 나도 합세했다. 시간당 $23.50.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 반까지 강행군. 점심 30분 쉬고 9시간 반.
퇴근해 샤워 후 밥 먹고 바로 뻗었다. 꿀잠이었다. 세상 걱정은 안 됐다. 다음 웹소설 집필은 잠시 뒤로 미뤘다. 누가 뭐래도 희망과 비전이 보이는 애터미에 먼저 올인하기로 했다. 그동안 웹소설 쓰느라 미뤄뒀던 애터미 공부를 했다. 동영상 듣고 정리했다.
어제 일하는 데 도움을 준 75세 이영준씨. 일마치고 한산에서 저녁을 사드렸다. 이야기를 들었다. 시집안간 딸과 노부부가 함께 산다고. 아들 내외는 맞벌이 하며 집사려고 애를 안 낳았다고. 이민 와서 27년간 쉬지 않고 일을 했다는데. 지금 일도 고맙다고.
사정이야 있겠지만, 물어보지 않았다. 나이 들어 CV를 넣어도 일자리 구하기가 힘들었단다. 건설현장에서 5년. 이젠 일상이 되어 일하고 퇴근 후 바로 잔다고. 쉬는 시간에 담배를 피우며 하늘을 올려다 봤다. 75세에 험한 일 하는 체력이 큰 자산이었다.
한산 월남식당에 들어서서 주문을 했다. 나는 커리치킨 온 라이스. 이 선생님은 포크 바베큐 누들을. 잠시 후 뭔가가 왔다. 예쁘장한 로보트 안내기였다. 우리 식탁 8번 옆에 섰다. 따뜻한 보리차 두 잔이 올려져있었다. 잔을 내려놓고 위 버튼을 눌렀다.
왔던 길 따라 돌아갔다. 로버트 안내기가 바쁘게 움직였다. 추가로 시킨 스프링 롤 음식도 배달해 주었다. 서빙 인원을 대신해 간단한 음식, 보리차, 등은 착실히 배달했다. 이 선생님이 허허하고 웃었다. 나도 미소를 보였다. 사람들도 신기해한 눈치였다.
건설현장에서 보낸 이틀. 몸은 고돼도 마음은 편했다. 현실 점검을 했다. 난 내년 12월, 연금 수령 때까진 건설현장 일을 할 예정이다. 사람 태우는 택시나 버스일은 안하기로 했으니까. 유니텍에서 카펜트리일을 배운 게 자산이다. 다음 주 부터는 곧 마루 공사일이다.
퇴사 전, 마루 깔며 일하는 곳 에서 직원을 구한대서 면접을 마쳤다. 이번 주 월요일부터 일 들어가려는 데, 전날 전화가 왔다. 자기 아들이 코로나 양성이 나와 격리를 1주일 한다고. 다음 주부터 일 할 수 있다고. 그래 이번 카페 걷어내고 까는 일 3일을 하게 됐다.
아내가 도시락을 엄청 신경 써서 싸줬다. 이 선생님 밴에 탄 채 함께 먹었다. 애터미 이야기도 했다. 오늘 퇴근 후, 아내가 이 선생님을 회원등록 시켰다. 요즘 아내가 애터미에 즐겁게 일하며 결과를 내고 있다. 분명 내년까진 다이어몬드, 오토세일즈는 될것같다.
오늘 아침엔 5시에 눈을 떴다. 겨울이라 추워서 침대에 앉아 애터미 성공자 동영상 강의 두개를 들으며 스마트폰에 정리했다. 6시에 뒤 데크에 있는 냉장고를 움직여 집 앞에 내놓았다. 아내와 둘이 들어야 가능한 일을 혼자서 머리써가며 날랐다.
종합 쓰레기 수거를 미리 신청해 두었었다. 오늘 아침 7시에 수거해 갔다. 필요성을 못 느낀 물건 정리하는 날이었다. 종전 쓰다 버려둔 컴퓨터와 키보드, 복사기 그리고 비디오 테이프 보는 기기, 등등을 함께 버렸다. 앞으로 버릴 게 많다. 비워야 한다.
저녁 먹고 잠자리에 빠졌다. 원치 않은 사람이 내차에 타서 내리질 않았다. 황당한 꿈에 깼다. 일거리 구하다 정말 먹고 살일 없으면 우버라도 할까 생각을 했었다. 안하기로 작정했다. 없으면 페인트 일을 마지막에 하기로 했다. 목수일 처럼 잘 하는 일이니까.
저녁 8시에 자고 12시에 깨서 이 일기를 쓴다. 먼저 웹소설 99화를 수정해 올렸다. 문피아 웹소설 공모전. 이번에 큰 반응이 없다. 104화로 끝마칠 예정이다. 벌써 새벽 1시 반이다. 이제 다시 눈 좀 붙이자. 내일 토요일. 8시에 일 시작이다. 감사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