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20일. 수에즈를 떠난다.
오전 6시. 일찍 나가 앵커체인을 다 설치해 버렸다.
연결 고리가 없어서,
영국 배에서 소형 샤클을 하나 얻어
앵커 체인 설치를 마친다.
앵커윈치와 딱 맞고 동작도 잘 된다. .
이제 한걱정 덜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수에즈에서 어떻게든 문제를 다 해결하고 간다.
모두 세일러들의 도움이다.
영국 배는 7시부터 출항 준비 중이다.
7시 30분에 출항했다.
나는 손을 흔들며 그들을 배웅한다.
오른 쪽 러시아 보트도 출항이다.
2~3일 이웃이다가 영원히 남남이다.
이런 게 항구의 석별이로구나.
앞으로도 이런 상황을 여러 번 겪어야 한국에 도착한다.
묘한 쓸쓸함이 예리하게 마음을 찌른다.
대형 마트까지 가는걸 도와준다고, 오전 10시에 만나자는 핫산의 제의를 거절하기 위해 일부러 9시에 나갔다. 딱 마주쳤다. 야 여기 경치 좋은걸? 어쩌구 하면서 슬슬 걸어 큰길로 나섰다. Badar maket 까지 택시로 15 이집션파운드 (675원) 이다. 커피가 20, 음료가 12, 물 500mm 5, 총 52 이집션파운드 가 들었다. 총 2,340원이다. 제대로 된 이집트 물가다. 에이전트만 빠지면 이집트는 천국이다. 돈 가치가 엄청 크다. 그런데 수만 이집션파운드 씩 쓰고 가는 세일러들은 에이전트들의 사냥감이다. 이걸 아는 서양 세일러들은 도착, 수속, 물품구매, 샤워 물채우기, 디젤유 사기, 그리고 출항. 도착에서 출항까지 보통 3일이다. 그 이상 수에즈에 머물지 않는다. 이집트 여행은 세일링이 아니라 따로 관광으로 와야 한다. 세일러에게 수에즈는 그저 관문이다.
오전 9시 20분. 마트는 10시에 열어서 인근 카페에 앉았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많이 있다. 여자와 남자가 따로, 여자들은 히잡을 쓰고 있긴 해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분위기다. 여자가 위축돼 보이지 않는다. 남자들과 댓거리 하며 말도 나눈다. 이집트 여학생들은 우리 리나가 신기하고 귀여운 모양이다. 자기들 테이블로 데려가 빵과 과자를 먹이며 좋아한다. 남학생 하나가 다가와 리나와 사진을 찍어도 되냐? 물어서 오케이 라고 했다. 그런데 카페 주인이 와서 그 남학생에게 뭐라 한다. 외국인들과 사진 찍는 건 안 되나보다. 나는 마구 찍었다. 다들 친절하고 미소가 넘치는 젊은이들이다.
대형 마트라고 해서 갔는데, 한국의 큰 수퍼 정도다. 다행이 카드가 된다. 느낌으로 15만원어치 산 것 같은데 75,000원이다. 그러나 이집트 식료품 물가도 장난 아니다. 식료품 점 4번만 오면 이들의 한 달 월급이 다 나간다. 이들이 사는 방식이 궁금해진다. 그러나 어떻게든 살아간다. 그들의 말대로 인샬라! 다. 마리나로 돌아와 리나의 겨울 옷. 식료품, 아내의 겨울 옷 등을 한 보퉁이 싸서 하산에게 준다. 노 슈즈? 노 셔츠, 노 선글라스? 하기에 NO!라고 확실하게 말해 주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오는 선장들이 있으면 자신을 소개해 달라고 하니 환장 하겠다.
10시에 온다는 무스타파는 역시나 오지 않았다. 11시에 문자를 하니 15분 이내에 도착한단다. 체인은 어떻게 할 거냐? 고 해서, 그냥 예비 앵커와 밧줄을 쓸 거다. 라고 말해주었다. 맘에도 없는 거짓말을 해야 하니 열이 뻗친다. 무스타파는 20분 만에 도착했다. 나는 최대한 빨리 떠나고 싶다고 출국 수속을 서둘러 달라고 했다. 그는 2시간 안에 출국 수속을 한다고 했지만 그 약속을 어찌 믿을까? 1시 되면 다시 문자를 할 생각이다. 1시 10분에 출국 수속을 마쳤다고 무스타파에서 문자가 왔다. 1시 20분에 무스타파가 다시 왔다.
무스타파가 ‘어제 밤 핫산과 앵커 체인을 샀느냐?’ 묻는다. 난 모른다. 그런 건 핫산에게 물어라. 그런 건 너희 문제 아니냐! 나는 정색한다. 이놈들 땜에 짜증이 난다. 여차하면 며칠 더 머물더라도 대사관이나 공식 루트를 통해서, 이들의 행태에 문제를 제기해 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뭐든 적당히 해야지. 핫산이 왔다. 무스타파가 그런 걸 묻더라. 경찰이 말해준 모양이다. 난 모르니 너와 이야기 하라고 했다. 고맙다. 잘했다.
무스타파가 계산서를 내민다. 마리나 계류비 1일 30불에 이것저것 붙여 380불이다. 미리나 계류비 1일 21불인데 뭔 소린가? 이 배는 커서 더 받는 거다. 포트사이드와 이스마일리아에서는 모두 21불 이었는데 여기만 그렇다고? 그럼 팰릭스에 확인해보자. 아, 미안하다. 내가 착각했다. 그냥 21불이다. 세금이 2%인데 무슨 세금인지도 모른다. 계산도 틀렸다. 다시 계산하고 확인해 주니 내가 맞단다. 도대체 신빙성이라고는 1도 없다. 보기만 멀쩡해 보이는 놈이다. 그래서 총 457,500원이 더 나갔다. 그러니까, 포트사이드에서 미리 계산한 것까지 총 1,952,500원 이다. 수에즈 통과만 200만원이다. 여기에 기름 값, 식사비, 같은 것은 다 별도다. 나는 여기서 앵커 체인, 디젤유, 연료필터, 파라미드 관광, 박시시까지 전부 450만원을 소비하고 간다. 수에즈 통과 만만치 않다.
카드로 계산하고 서로 잘 있으라, 잘 가라고 인사한다. 마음 없는 의례적 인사다. 불과 2~3일 전엔 그렇게 친절하고 고마운 사람이더니, 지금은 서로 뱃속까지 다 알게 된 마당에 정 따위는 주지 않는다. 나는 머물고, 문젤 해결하고 떠나면 그만이다. 그럴 리 없지만 이들이 한국에 온다 해도 반길 것 같지 않다. 그럴 이유가 없다. 수에즈 며칠로 충분하다.
오후 1시 40분. 수에즈를 출항하고 아내가 휠을 잡는다. 부이 사이로 침착하게 잘 운항한다. 여긴 오토파일럿로 하면 위험하다. 바람이 노고존이라 걱정했는데 홍해로 나올 무렵 스타보드크로스홀드로 17~20노트다. 축범하여 집과 메인 세일을 펴니 금방 7노트가 나온다. 나비오닉스에 사와킨까지 4일 3시간이란다. 그럴 리 없지만 기분은 좋다. 수에즈 입구 홍해에는 대기 중인 대형 선박들이 많다. 레이더를 켜고 항헤에 집중한다. 바람이 차다. 풍향 스타보드 빔 리치, 풍속 19노트, 선박 속도 7.5노트.
오후 4시. 우리 가족은 홍해를 순항중이다.
오후 6시 42분, 홍해 수에즈만의 야간항해는 신비한 경험이다. 왼쪽은 아시아의 도시들을, 오른쪽은 아프리카 이집트의 도시 야경을 보면서 간다. 두 대륙 사이 만을 지난다. 리나는 저녁밥을 놓고 엄마와 전쟁 중이고, 리나 엄마는 약간의 멀미에 시달린다. 나는 얼른 아내가 미리 준비한 된장국에 찬밥을 말아 후르륵 저녁 식사를 마쳤다. 바람과 파도가 뒷방향이긴 한데, 파도가 제법 거세 요잉이 있다. 이상하게 많이 춥다. 아내는 여기 이쁘지 않냐? 며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도시들을 검색한다. 오른쪽에 Porto Sokhna 대형 수영장의 불빛이 휘황하다. 거대 선박들이 많아 레이더 알람이 계속된다. 수에즈만을 벗어날 때 까지는 조금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좁은 수로를 따라 침로도 계속 수정해야한다.
홍해의 수에즈 만 첫날 야간은 제법 바쁜 항해다.
첫댓글 이제부터는 아프리카 빈국쪽이라 인터넷이 원활하지 않으리라 생각되네요
숨가쁘게 읽어 내렸습니다
더불어 고맙도 감사합니다
남은 항해일지도 기다리며 안전운행 바랍니다.
동갑내기 대양 항해기 무척 다이나믹합니다...어린 크루 가족의 안전 항해를 기원합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스웨즈 항로에 대한 간접 경험이지만 함께 항해하는 기분입니다.^^
김명기선장님~!!!
이제서야 윤태근선장님의 카페에서 소식을 알게 되었습니다.
김선장님의 세계일주 향해이야기 감동적입니다.
가족들 건강과 안전 향해를 기원 합니다.
전에 밴드에서 김선장님의 항해에 대한 여러 토론을 보았는데~~~~~ 멋지십니다~~!!!! 끝까지 안전하게 무사히 도착하기를 기도합니다~~!!!!
감동적입니다~~~~!!!!.안전향해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