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인간의 조화라는 사진 한장을 본적이 있다.
클럽 파라다이스 리조트의 해변가.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하얀 백사장이 곱게 숨쉬고있는가운데 막대기 네개를 엇비슷하게 정방형모양으로 꽂고 거기에 그물을 둘러서 마치 닭장같기도 하고 새장같기도 하게 보이는 그런 앙증맞은 사진이였다. 헌데 그게 무슨 닭장이나 새장이 아니라는것이다. 거부기가 백사장에 묻어놓은 알들이 행여 의외의 피해라도 당할가 보호하기 위한 시설이라는것이다. 외계로부터 오는 위험을 저 보잘것 없는 네개의 막대기와 가는 선으로 이어진 그물이 막아준다는것이다.
평범한 사진 한장이 나에게 준 감동은 사뭇 컸다. 작은 막대기 네개, 거기에 약간은 허름하기까지 한 그물, 그것이 보여주는것은 자연과 함께 숨쉬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로운 인간의 모습이였다.
내가 태여난 고장은 산과 강을 주요생계수단으로 하고있는 명실상부한 산동네다. 봄가을이면 골짜기에 통발을 놓기도 하고 강물을 막고 그물을 치고 고기를 잡고 산에 가서 나물을 캐고 버섯을 따오고 잣을 따고 그렇게 얻은 수입으로 꽤 윤택하게 살아 린근동네의 부러움을 자아냈었다.
고요한 호수에 돌멩이 한개가 던져진것 같은 파문이 인것은 언제부터였던가? 어느 머리좋은 분이 발명하셨는지 기름개구리들이 많이 다니는 밭머리나 산기슭에 개구리가 뛰여올라가지 못할 정도의 높이로 비닐박막을 치고 밑에 구뎅이를 파서 개구리를 잡기 시작한게 발단이였다. 예전처럼 고생스럽게 반두질을 하기보다 아침전이나 야밤에 한번씩 구뎅이들을 돌아다니면서 개구리를 주어내니 품도 덜 들고 수확도 곱절이였다. 하나 둘 너나없이 비닐박막을 치고 개구리잡이에 나서나싶더니 마을주변은 온통 하얀 비닐천지로 변해갔다. 그 구뎅이안에는 어미개구리며 숫개구리며 아직 올챙이를 금방 벗어난 새끼들이며 수없이 걸려들었고 그중에서 톈진유(기름개구리기름)를 추출해낼수 있는 어미개구리가 가장 비싼 값으로 팔려가는것이였고 숫놈이나 새끼개구리는 조금 싼값으로 장사군들한테 팔려가 바싹 말리워 기름에 튀겨졌고 일품술안주로 급부상했다.
일부 동네어른들이 새끼까지 멸종한다고 혀를 끌끌 차기도 했지만 고소한 안주와 돈에 눈이 달아오른 사람들의 귀에 그런 말이 들어갈리 만무했다. 손쉽게 기름개구리를 잡아 폭리를 얻을수 있는데 누가 바보같이 반두질을 하랴는것이였다. 기름개구리가 국가급보호동물로 되면서 때론 진의 파출소에서 마을에 와서 비닐박막을 낫으로 찢어버리고 가기도 했지만 전날 찢긴 비닐박막은 이튿날이면 그 자리에 거짓말처럼 팔락였다.
그 시절, 아직 소녀였던 나는 언젠가 그런 구뎅이안에서 미이라처럼 바싹 말라죽은 새끼개구리 한마리를 본적 있다. 한껏 우로 톺아오르려고 했던것일가. 개구리는 뛰는 자세 그대로 다리를 옴츠리고있었고 머리쪽은 하늘을 향한채로 구뎅이안벽에 붙어서 죽어있었다. 아직 피여나지도 못한 그 작은 개구리에겐 어떤 꿈이 있었을가. 멀거니 구뎅이안을 바라보다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돌아서는 등뒤로 서글픔이 떼구름처럼 몰려오는것을 느끼며 괜히 눈물이 글썽이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무연고방문취업제로 한국에 가볼양으로 인터넷등록을 위탁하려고 휘여휘여 그 먼 산골에서 나를 찾아온 고향분한테서 듣는 고향소식은 씁쓸하다못해 비참해지기까지 했다. 기름개구리가 멸종되다싶이 해서 기름개구리부업도 바라볼수가 없게 되였고 송이버섯가격이 폭등하면서 사람들이 하도 산을 뚜지고 다녀서 송이버섯은 물론 다른 버섯도 잘 나지 않는다는것이다. 다른것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누군가 먼저 두릅나무를 마구 베여 쉽게 뜯어 그 사람을 나무라는 소리도 들렸지만 이내 너나없이 그렇게 마구 나무를 베고 쉽게 뜯어 쉽게 돈버는 행렬에 가담했고 이내 그것은 오미자나 잣같은데까지 령역을 넓혀갔다는것이다. 그렇게 수년세월이 지난 지금 기름개구리도 거의 멸종되였고 송이버섯을 비롯한 버섯종류들도 먼 산에 가야 혹간 있는 정도라고 한다. 두릅나무를 베고 오미자넝쿨을 걷어다가 팔고 잣나무도 우둠지를 뭉청뭉청 끊기우고 생계의 원천은 사라져가고 사람들은 네탓내탓을 하다가 못살 고장이라고 나무람하면서 하나 둘 뜨기 시작해서 이제 마을에는 얼마 안남은 사람들이 산비탈뙈기밭을 부치며 힘들게 살고있다는것이였다.
비속을 달려왔음에도 먼지가 풀썩풀썩 일것 같이 메마른 그분 얼굴의 시커먼 절망과 막막함을 읽으며 나는 불쑥 그날 그 웅뎅이안에서 보았던 새끼개구리의 시체를 떠올렸다.
사람은 이 거대한 자연계에 던져진 하나의 생명임에 불과하다. 다른 생명과 구분되는 점이라면 사유할줄 안다는것이다. 내가 필요로 하는것이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좀 더 편리한가를 알고 그래서 산도 강도 생명을 가진 어떠한 맹장류도 다스려 자기것으로 만드는 대단한 재능을 가진 생명체라는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나 혼자는 살수 없는것임을 어찌하랴, 아무리 대단한 마력을 가진 생명체라 할지라도 이 땅덩어리우에서 생존하고 살아가려면 이 땅우에 나하고 함께 숨쉬고 날개를 펴는 모든것들과 함께 공존하면서 주고받아야 함을 어찌하랴. 미이라로 되여버린 그 새끼개구리, 그것은 꿈을 가지고 자라 언젠가 나의 몸을 튼튼하게 해주고 생명을 살려주는 명약이 되여올수도 있었을것을 사람들은 왜 잊고있었을가. 그를 죽이는 일이 결국 나를 죽이는것임을, 그의 죽음은 결국 머지 않은 앞날의 나의 운명을 보여주고있음을.
리조트해변의 거부기알보호용아지트가 우리에게 시사해주는건 자연과 동물을 보호한다는 단순한 개념만은 아닐것이다. 거기에는 이 세상 모든 만물의 생존하는 법과 공존해야만 살아갈수 있는 리치가 담겨져있지 않을가. 생활의 원천을 잃은 내 고향 사람들은 과연 그 옛날 웅뎅이안에서 미이라로 말라가던 그 작은 개구리의 웨침을 알고있을가.
보금자리를 잃은 고향사람들의 절망의 아픔에서 우리는 지구를 잃은 전 인류의 아픔을 보아야지 않을가. 자연과 친화하는것, 우리가 조금은 욕심을 버릴줄 아는것, 조금은 불편함을 감수해내는것, 자연과 더불어 살고 자연을 보호하는 작은 정성을 기울이는것, 이러한것들이야말로 이 땅우에서 가장 지혜로운 자들이 펼쳐나가야 할 사명이 아닐가.
료녕신문, 7월 27일자 발표 |
첫댓글 정말로 자연은 서로서로 살아의지하는것이 환경에 중요합니다.홍실님의 출판작 축하합니다.
지당한 말씀이십니다. 감사합니다.
홍실님 작품발표 축하드려요 모두가 어쩜 글들을 요리 잘 써내는제 나는 인젠 머리가 안돌아서 왈라 ㅎㅎㅎ
이제 또 줄줄 나오실때가 있는거죠. 침체기는 누구나 있는거니까 너무 마음쓰지 마세요. 좋은 작품 기대할게요.
이 글으 보이까나... 이전에 내 하마 라메 수태 잡응게 ..... 사람 할 짖이 아이 구마 .< 죄의식 >.........내 잘모 해쏘...
ㅎㅎ 나두 마이 잡았눈데 ㅎ
ㅎㅎ홍실이두 개구리 많이 잡았지? 하마다리깍이나 뜯으메서.... 이구 그래재므 어떻게 그렇게 상세하게 안다구... 하하하 발표작 축하드림다. 더 많은 글을 써내쇼.... 우리 이렇게 한바탕 웃게스리.....
어떻게 다 아실가 ㅎㅎㅎ
자연과 더불어 자연을 보호하는것이 우리의 의무라는것은 느끼게하는 좋은 글에 머물러 봅니다. 발표작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사색을 불러일으키는 좋은글에 한동안 머물다가 갑니다.즐감하였습니다
고맙습니다. 읽어줘서
휴양지 해변가에서 자연에 순응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마음과 자연에 도전하고 자연을 개조하여 금전몽을꿈꾸는 사람들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안겨오면서 인간 본신도 자연의 산물인것만큼 자연에 순응하고 자연의 법칙에 따라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좋은글 즐감하였습니다
순리대로 사는게 가장 좋은거겠죠. 감사합니다.
멀리 내다보지 못하고 눈앞의 리익만 추구하다가 자연이 훼손되고 생태가 심히 파괴되어 인류의 생존이 위협을 받고잇는 현실이 너무 가슴아픕니다..... 홍실님의 글은 아무때보나 무게잇네요 카페에서 이렇게 좋은 글 읽을수 잇어 너무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좋은글 올려놓았네요.한참동안 사색의 여울속에 있다가 내립니다
부족한 글 읽어줘서 감사합니다.
깊숙한 사색을 불러일으키는 좋은 글이군요~~ 마음이 무거워지네요.사색의 여울목을 지나 다음 페지로 갑니다.
오래만입니다. 잘 지내시죠?
작품 발표 축하드림다. 좋은글 잼나게 읽엇구,생각두 많이 해봄다. 내가살던 동네에도 하마가 그렇게도 많앗는데 ..요지간에는 국가에서 하마를 보호한다면서 개인한테다가 강을 청뽀해줘서 하마두 맘대루 못잡던데....국가에서 다른사람들은 하마르 못잡구 자기네 친척들만 하마를 잡게 할수 있는 권리늘 준겁니다....산에서 자기맘대루 뛰여다니면서 자란 하마르 국가에서 그런권리가 잇는지 인젠 나이가 꺾어진 칠십이 되여도 리해가 안감다.하~~~~~~~~휴~~~~~~~~~보호는 뭐 개뿔같은 보호...하마한테다가 사료라도 사서 먹이나?...혼자 다 처먹겟다는 심보지....홍실님 글빌어서 불공평한 고향 현실에 한번 하~~~해밨씀다..
세상엔 불공평한게 너무 많죠
사색에 잠기는 좋은글 즐감하였어요.우리모두 자연을 보호하고 아끼면서 살아가자요
그래야하는데 잘 안되죠..
심각한 사색의 여운을 남기게 하네요.잠간 머물었다가 내립니다.
정순희님 감사합니다.
홍실님의 작품발표를 축하합니다.즐감했어요.
가을천사님 땡큐
홍실의 작품 발표 축하합니다.나 이룡산은 언제나 홍실의 글재주 부러워함다.내내 건필하세요.
이룡산님의 감칠맛나는 글도 잘 읽었어요. 감사해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그 어떤 소재들을 탐문하면서 자취를 감출가 말가 하는 홍실이를 글에서나마 보게되여 반갑습니다 ㅎㅎ
오래만이네요. 잘 지내시죠 저도 대땅 반가반가
료녕신문에서 감명깊게 읽었던 글 여기에서 다시 보게 되니 더 감동이 크네요.실감나고 생동한 홍실님의 글은 읽을수록 감칠맛이 나네요.작품발표 축하합니다.
무지개 인생님 글 자주 읽어서 너무 기쁘고 즐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