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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끝 마을
고 승 호
제주도 모슬포 남쪽 11km해상에 마라도가 있다. 이곳에 가면 ‘大韓民國最南端’ 이라는 표지석이 웅장하게 세워져 있다. 그래서 이곳이 한반도 땅 끝인 줄만 알았었는데 전라도에 땅 끝 마을이 있단다. 그 이름이 생소하여 한번 가보고 싶었던 차에 산을 사랑하는 카페회원 30여명과 함께 지난 10월 하순에 나들이 나섰다.
오전 6시 반에 서면을 출발하여 9시 순천 톨게이트를 통과해서 11시경에 두륜산頭輪山 국립공원 주차장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케이블카를 이용(1.6km,10분)하여 해남의 영봉 두륜산 고계봉(해발638m) 정상에 오르니 땅 끝 마을과 대흥사(대둔사)주변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가을 하면 ‘단풍’을 빼놓고 이야기할 순 없듯이 단풍이 연출하는 황홀경에 내 마음은 벌써 붉게 물들어 있었다. 대흥사 뒤편 울창한 숲과 푸르른 동백나무 하며, 사람 키 보다 높은 억새가 지천으로 피어있다.
아래로 내려와 대흥사에 들였지만 시간관계상 입구에서 두 손 모아 삼배만 올리고 이동했다. 점심을 해결할 곳을 찾아 대륜식당에 들어가니 농어, 광어, 우럭회를 비롯하여 꽃게와 조게 등등이 먹음직스런 메뉴판이 군침을 돋운다. 갈치조림에 소주한 잔 곁들여 간단히 해결하고 서둘러 오후 2시 목적지 인 땅 끝 마을에 도착했다. 이곳 해안선 일대는 삼면이 모두 바다인 해안선을 끼고 있어 난류와 해양성 기후의 영향으로 비교적 기후조건이 온난하다.
우선 첫눈에 들어오는 비석‘땅 끝 유래의 아래 글을 읽어 보았다.
‘이곳은 한반도의 최남단으로~ 해남군 갈두산 사자봉 땅 끝이다...(중략)
육당 최남선의「조선상식문답」朝鮮常識問答 에서는 해남 땅 끝에서 서울까지 천리, 서울에서 함경북도 온성까지를 2천리로 잡아 우리나라를 3천리 금수강산이라고 하였다. 오래 전 대륙으로부터 뻗어 내려온 우리민족이 이곳에서 발을 멈추고 한겨레를 이루니, 역사이래. 이곳은 동아시아 3국 문화의 이동로이자 해양문화의 요충지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라고 새겨져 있어 우리 땅을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라 할 수 있겠다.
땅 끝 마을은 남해와 서해가 다정하게 만나는 곳에 있고 마을 앞으로 아름다운 다도해가 펼쳐져 있어 땅 끝이라는 특별한 의미가 아니더라도 한반도의 명소일 수밖에 없다. 하루 일정에 따라 먼저 땅 끝 전망대로 향했다. 전망대 입구 주변에는 고구마, 옥수수, 미역, 김 등 이곳 특산 해산물 파는 노점상이 들어서 있다. 전망대 까지는 도보로 반 시간정도, 우리는 모노레이카(약7분)를 이용 했다. 요금은(왕복) 성인 사천원, 청소년 삼천원, 어린이 이천원이고, 전망대 입장료는 별도로 지불해야 했다.
역동적으로 타오르는 횃불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40m 높이의 9층 전망대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니 흑일도, 백일도, 보길도, 노화도 등 섬과 바다가 조화된 아름다운 다도해의 절경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고, 해돋이와 해넘이를 동시에 볼 수가 있다. 또한 끝없이 펼쳐지고 이어진 바다농장이라 할 수 있는 수만 평에 달하는 미역, 김 양식장과 전복, 우렁생이등 가두리 양식장이 김해평야처럼 느껴졌으며, 그 넘어에 보이는 소형선박들이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오가는 모습이 평화스럽기만 하다.
내려올 때는 계단 벽면에 해남의 관광지와 여러 가지 자료들을 들러 봤다. 이곳 전망대에서 생태산책로를 따라 15분 정도 내려가면 이곳이 한반도 최남단임을 알리는 ‘땅끝탑 이 있다는 팻말을 보면서 그냥 마을로 내려오니 해안가 갈두리 선착장 근처였다. 이곳 땅 끝 마을에는 ‘땅끝조각공원을 비롯하여 국민관광지‘땅 끝’, 아! 땅의 시작 ‘희망의 땅 끝’,‘한반도 국토통일 기원비’등등 곳곳에 표지판이 세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시인 김지하는 “땅 끝에 서서 더는 갈 곳 없는 땅 끝에 서서/ 돌아갈 수 없는 막바지 새 되어서 날거나 고기 되어서 숨거나…(중략) 내 마음속에 차츰 크게 열리어/ 저 바다만큼 저 하늘만큼 열린다.”며 내면의 아쉬움과 시원함을 읊었다.
또한 이곳은‘아래에서부터’처럼 변방에서 중앙까지 간다는 어느 대선 예비후보로서 첫발을 내디딘 의미 깊은 곳 이기도하다. 한반도의 끝이자 시작이 되는 지점으로 매년 국토순례를 위하여 8천여 명이 남도를 찾는다고 하는데, 이들 모두가 갈두리 사자봉 땅 끝에 서서 수묵처럼 스며가는 가슴 벅찬 마음으로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사실이 변하지 않듯, 우리나라 최북단 백두까지 국토순례를 표상하는 브랜드 관광지로 발전될 것을 기대해 본다.
■ 약 력
◦제58회 문예시대 신인문학상
◦부산문인협회회, 부산수필문인협회,
사하문인협회, 효원수필문학회
한국가람문학회 회원
◦한국문학신문 제5회 문학상(수필부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