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도착 한지도
벌써 한달이 가까와 오고 있다.
이곳 맨하튼으로 숙소를 옮긴건
3주째이다.
이제 조금씩 미국이라는 나라와,
뉴욕이라는 도시에 적응이 되는 것 같다.
남들이 얘기하는 것 같이 위험하지 않으며 충분히
밥벌이 해 가면서 살아 갈 수 있는 곳이다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 곳은 세계
탭댄스의 중심지이다.
세계 각지에서 탭댄스를 하려는 사람들이 이곳
맨하튼으로 몰려들고 있다.
그 중심에 월드 클래스의 탭댄서들이 자리하고
있다.
요즘 그들을 많이 만나고 있다.
Derick
Grant , Jared Grimes, Aaron Tolson, Joseph C. Wiggan,
Michelle
Dorrance, Germaine Goodson , Jason E. Bernard,
Germaine
Salsberg, Elizabeth Burke, Karida Griffith 등등
사실 처음 그들을
접하고는 너무나 낯설다는 느낌을 받았다.
똑같은 테크닉의 전혀 다른 느낌이라고나
할까?
테크닉은 전혀 밀린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데 왜
이렇게 이들의 탭댄스가 당황스러운 것일까?
사실 정답은 이미 알고 있다.
오랜 시간에 걸친 습관들이 날 놓아 주지 않으려함
일 것이다.
한달이 다 되어가는 이 시점에서 이제 조금씩 몸이
적응을 해 가고 있다.
그래도 십 오년이라는 세월을 헛으로 보내지는
않았구나라는 생각과 즉흥연주 [improvisation]는 제대로 하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에 스스로에게 만족을 해 보는
요즘이다.
그리고 또 한편
이런 생각도 해 봤다.
과연 내가
10년 전에 뉴욕이라는 곳을 왔으면 지금처럼 이렇게 쉽게 그들을 이해하고
‘한번 해 볼만 하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라고 말이다.
아마도 의욕을 잃어 좌절하고 말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느낀 지금의 이 감정과 탭댄스의
본질,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음악적 해석과 표현들을 한국에
있는 누군가가 후배들에게 정확하게 전수 해 주고 있었다면 가능했을 얘기인지도 모르겠다.
세상에서 가장
두려고 무서운 것은 알지 못하는 막연함에서 오는 공포심이라고 했던가.......
정작 가까이 접하고 마주한 본토 탭댄스는 오히려
친근하기까지 했다.
나를 확인해 보고 싶었고,
그들을 정확히 알고 싶었고,
그리고 내 제자,
내 후배들에게 무언가 남겨주고 싶어 무리를 해 가며
찾은 이번 뉴욕행.
나를 확인했고 많은 자신감과 또 해야 할 숙제를
안고 귀국할 것 같다.
하루를 한달같이
사용하리라 다짐하고 왔고 그렇게 움직인 탓에 잘 걸리지도 않는 감기 몸살까지 얻었다.
그래도 행복하다.
몸이 아파도 행복하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몸과 눈으로
통하며,
발소리로 의사 소통을 하면
된다.
이 곳에 정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또 머지않아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곳이 그리워 지겠지.
세상은 정말
좁다.
그리고 한국땅에서 아둥바둥 하며 탭댄스를 해
나간다는 것이 얼마나 의미없는 일인지를 느끼는 요즘이다.
내 나이 벌써 40을 바라보는 때가 왔다.
하지만 나태질 수 없다.
나를 위해서,
또 내 제자들과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탭댄스를 더
알아가고 연습함에 게을러지면 안 됨을 절실히 각인시키고 있다.
이것은 선생으로써 선배로써의
의무이다.
한계단을 오르지 못한 자가 열 개단 위를 올라 갈
수 없음에 먼저 8,9개단 위에 있는 자가 해야 할 의무이다.
그렇게 20개단 50개단 100개단을 밟아 오르겠지......
알지 못하면
절대로 완벽하게 즐길 수 없다.
말뿐인 즐김이 아닌 진정으로 즐기는 것
말이다.
인생의 최고의
가치 “행복”을 누리기 위해,
그 도구가 탭댄스이기에,
그 진정한 즐김을 위해 오늘도 탭슈즈를 놓지 못하고 이렇게
서성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