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영혼을 돌보시는 하나님!
3월 18일 아침 9시, 대전역 대합실입니다. 중년의 여성이 뭔가 부탁할 듯 해 속으로 다가오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염려했듯이 밥을 먹지 못했다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했고 저는 못들은 척 자리를 비켰습니다.
그분의 눈빛을 잊을 수 없습니다. 밥을 구하지 못한 것에 대한 원망이나 비난의 눈길이 아니라 저를 불쌍하고 가련하게 바라보는 것 이었습니다. 연민의 눈빛은 저를 발가벗겼습니다. 대전역 대합실에서 움츠린 어깨에 부서질 듯 서계시며 나에게 말을 건넨 그 분은 내가 그토록 뵙고 싶었던 예수님이셨습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세상의 부가 아니라 하나님의 정의를, 이웃을, 사랑하지 않으면 세상에서 가장 작은 사람인 나를, 강도당한 천사가 있어도 보지도 듣지도 못한다는 것을 고백합니다.
내 주 하나님!
3월 18일 아침 9시에 대전역 대합실에서 기차를 기다린 것은 논산시 양촌면 임화리에 건설 중인 비인도적 살상무기인 확산탄 공장을 반대하는 국회 기자회견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평화를 호소하러 가면서 밥을 요청하는 예수께는 등을 돌렸습니다. 평화가 고루 밥을 나누어 먹는 것이라고 말로만 떠들었으니 부끄럽고 참담합니다.
바람처럼 앞서거나 동행하시는 주님!
제자들이 당신을 버리고 모두 달아났을 때에도 “일어나 가자.”라고 말씀하신 것을 기억합니다. 당신은 고통에 응답하지 않는 사랑, 목숨을 다하지 않는 사랑은 우리 사이에 섬김과 나눔의 평화를 세울 수 없음을 당신의 죽음으로 보여주셨습니다. 세상의 권력은 돈궤에만 정신이 팔려있을 뿐 하나님이 창조한 지구가 불타고 수많은 생명들이 고통 속에서 울부짖는 소리에는 귀를 막고 있습니다. 당신은 오직 ‘사랑’만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권세(힘)임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조롱과 멸시가 따르고 끝내는 십자가 위에서 매달려 죽음마저 넘어서는 사랑을 먼저 걸으셨습니다.
주님의 은총에 힘입어 다시 일어나 가려고 합니다. 믿음이 연약한 저(희)를 긍휼히 여겨 주시옵소서. 주님과 고통 받는 이웃들 곁으로 다시 일어나 가겠습니다.
다시 대화동의 빈들로 가겠습니다.
다시 팔레스타인의 가자지구로 가겠습니다.
다시 시리아의 난민에게 가겠습니다.
다시 우크라이나의 슬픔으로 가겠습니다.
다시 세월호 304명의 생명을 찾으러 가겠습니다.
다시 이태원의 눈물로 가겠습니다.
다시 금강의 꼬마물떼새에게 가겠습니다.
다시 설악산의 산양에게 가겠습니다.
다시 가덕도의 동백 숲으로 가겠습니다.
다시 수라갯벌의 흰발농게에게 가겠습니다.
다시 보문산의 하늘다람쥐에게 가겠습니다.
다시 민중의 땅, 갈릴리로 내려가겠습니다.
이 모든 말씀을 빈들교회 꽃밭에 놓인 함지박으로 목을 축이로 오신 비둘기와 마음도 목숨도 뜻도 한없이 부족한 저에게 ‘일어나 가자’라고 일으켜 세우시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대화동 빈들교회, 우리의 기도 문성호 장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