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일대와 함양 주변은 산 좋고 물도 깨끗하며 공기까지도 맑아 그야말로 신선(神仙)이 사는 동네처럼 살기 좋은 땅, 즉 명당이 제법 많으나 대부분은 하늘이 감추고 땅이 숨겨 놓았다는 천장지비(天藏地秘)의 뜻처럼 명당이란 산삼보다 찾기가 더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 중에서 알려지지 않은 곳과 숨어있는 명당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경남 함양에서 새로 뚫린 오도재를 넘으면 지리산 백무동으로 직접 연결이 되는 길목이 나오고 설악산 천불동계곡, 한라산의 탐라계곡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계곡으로 손꼽히는 칠선계곡이 있는데, 이 칠선계곡의 입구에 위치한 시골의 자그마한 폐교가 이번 풍수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요즘 ‘잘 먹고 잘 살자’는 웰빙이 유행인데, 사실은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엔 웰빙이 성행했었다. 그건 다름 아닌 풍수지리라는 자연과학의 학문을 통해서 가능했다. 죽은 부모라고 하더라도 좋은 땅에 모셔서 영혼까지도 편안하길 바라는, 자식된 도리로써 마땅히 해야 할 순수한 효심에서 시작해 발전한 지리학이 풍수지리이며 곧 웰빙이었다. 복을 바라진 않았지만 효심에 하늘이 감동되어 명당의 땅과 인연이 맺어지게 하고 그럼으로써 본인은 물론 자손들까지 잘 먹고 잘 살게 되는 게 웰빙인 것이다. 처음 이 학교를 방문해 운동장에 서서 좌우를 둘러봤을 때, 담장 너머로 엄청나게 크고 잘생긴 거북이가 산으로 힘차게 올라가고 있는 게 눈에 확 들어왔다. 같이 간 일행에게서 학교이름이 등구초등학교라는 말을 듣고 “아마 오를 등(登), 거북 구(龜)자를 쓸 겁니다” 했었다. 학교 앞에 있는 거북이를 풍수적으로 해석해서 지은 이름임에 틀림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맹호출림형의 명당, 등구초등학교 터
이렇듯 어떠한 곳의 지명(地名), 동네이름 또는 학교의 이름을 결정할 때 선조들께서는 반드시 풍수적으로 분석한 판단을 근거해 지었지 함부로 부르는 것을 경계했다. 이 명당에서는 거북이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위력도 크다는 것을 엿 볼 수 있는데, 그 이유는 풍수에서 거북이는 장수(長壽)와 다산(多産) 그리고 귀(貴)를 상징하므로 직장이든 어디서든 지위가 오르며 승승장구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약간 우측으로 눈을 돌려보니 공부를 잘해서 교수나 선생님 등 학문으로 출세한다는 학자(學者)와 유명한 화가, 명필가들이 많이 나온다는 필봉이 우뚝 서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으나 약간 갸우뚱하고 기울어진 모습이 조금 아쉬웠다. 산골의 자그마한 분교인데 이 학교 출신 중에 판?검사가 몇 명 나왔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동네사람에게 들었다. 집을 등지고 서서 봤을 때 좌측의 산을 좌청룡이라 부르는데 장남, 남자, 친가에게 주로 영향을 준다. 이 좌청룡 끝자락에서 상서로운 거북이가 기운을 학교 쪽으로 보내고 있고, 우측의 산은 우백호라고 하여 차남들과 여자 그리고 외가를 뜻하는데 필봉이 서있고 산도 웅장하고 수려한 모습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명당에 직접적으로 기운과 운을 주는 역할을 하는 집 뒷산 중에 제일 크거나 중심이 되는 산을 주산(主山)이라고 하는데 이곳의 주산은 탄성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아름답기 그지없다. 풍수에서는 산(山)을 꾸불꾸불 용같이 살아 움직이는 하나의 생명체로 보기 때문에 용(龍)이라 부르는데, 주산에서부터 상하 좌우로 용트림하면서 학교까지 힘차게 뻗어오다가 산자락 끝에 맺혀진 명당에서 힘이 멈췄다. 이렇게 깨끗하고 당당한 주산은 보기도 힘들뿐더러 상품(上品)으로 친다. 약간 기울어진 모습으로 앞에 서있는 필봉의 부족함을 말끔하게 보충하고도 남는 기운이 굽이굽이 서려서 내려오고 있음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이 명당에 이름을 붙이자면, 한 마리의 호랑이가 산속에서 허기를 참지 못하고 인가(人家)로 조심스럽게 내려오다가 마을 입구쯤에서 낑낑거리며 산을 오르는 거대한 거북이하고 정면으로 맞닥트리자 백수의 왕인 호랑이가 흠칫 놀라 주춤하고 서는 형세의 맹호출림형(猛虎出林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자리는 타인을 호령하거나 고위직에 오르게 되는데 이렇게 좋은 터를 크게 사용하고 못하고는 사람에게 달려 있는데 아직은 임자를 제대로 못 만난 것 같다. 현재 이곳은 시설 관리만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랑이는 거북이를 잡아먹지 않으며 거북이도 호랑이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으나 순간적으로 둘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이 형성되니 기운이 분출되어 힘 좋은 명당이 만들어진 것이다. 평범하게 걸어가는 호랑이 몸에서는 큰 힘이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며, 먹잇감을 잡아먹으려고 숨죽이고 노려보고 있는 순간엔 맹수의 눈에서 불이 이글거리며 힘이 모이는 이치와 같다. 물(水)은 뒤쪽에서 흘러나와서 학교를 좌우에서 팔로 안듯이 둥그렇게 감싸 내려오다가 학교 앞에서 합쳐진 후에 흘러내려가니, 기운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고스란히 가둬둠으로써 학교에서 기거하는 사람들이 좋은 기운을 받게 되어 건강해지거나 운이 열리는 역할을 해서 원하는 것을 얻도록 도와주고 있다.
福을 가져다주는 거북 지세
전북 순창군 동계면 구미리에는 남원양씨(南原楊氏) 종가 집이 있다. 산골짜기로 한참을 들어가야 나오는 이 종가 집은 이씨(李氏) 할머니가 처음 명당 터를 잡은 후에 전주, 남원 일대에서 명문가(名門家)의 반열에 올랐으며 지금도 소위 잘 나가는 사람이 전국적으로 상당히 많다. 60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그 터에 종손이 살고 있어서 물어보니 옛날부터 산골에서 밤과 감을 따다가 팔아서 후손들을 가르치고 돈을 벌었단다. 그 곳의 지명이 거북이꼬리라는 뜻의 임실군 구미리(龜尾里)이고 마을 이름의 유래는 영험한 거북이가 꼬리를 끌면서 저수지로 들어가는 형세의 명당이 있다고 전해져 내려와 마을 이름도 구미(龜尾)마을이라 하였다고 한다. 이렇듯 거북이는 귀하고 소중하게 여겼으며 집이나 사무실 근처에 거북이가 가까이 있거나 보이면 매우 길하다. 실제로 인간에게 많은 복을 주기도 하려니와 수호신 역할도 하는 영물이다. 등구초등학교처럼 좋은 터는 전원주택단지나 팬션 단지, 실버타운 또는 전문대를 세우면 안성맞춤이며, 땅 기운이 맑으므로 잠시라도 머물면 건강에도 좋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정남향인 자좌오향(子坐午向)으로 집을 앉혔어야 하는데 웬일인지 약간 우측으로 틀어진 방향으로 잡은 것이 옥에 티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나를 낳아 주신 부모에게 효도하고 타인에게 정답게 대한다면 명당이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인생이 절로 잘 풀리고 또한 행복한 삶을 살게 되는 게 자연의 섭리가 아닐까.
글 : 靑山 백재권(풍수가) 자료입력 : 풍수연구가 박기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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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랜만이네!!~~ 자료입력: 박기찬 그럼 박태원 자네가 자료입력자인가?? 카페에 올리지 그랬는가 좋은 글 자주 올려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