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책! 어디서 만났나요?
“책, 어디서 사세요?” 라는 질문에 “서점이요”라고 답하는 사람이 요즘 얼마나 될까?
디지털 환경은 내 손 안에 태블릿PC, 스마트폰 하나면 두껍고 무거운 수 만 권의 책을 1초 만에 읽을 수 있는 일상을 만들어주었다. 이 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전자책(E-BOOK, 웹북, 앱북 등)과 귀로 듣는 오디오북, 증강∙가상현실 책(AR∙VR북) 등 새로운 출판 매체들이 속속 등장해 미래의 출판 산업과 독서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IT 발전에 따라 책의 제작, 출판 과정은 물론 텍스트의 성격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알아보자.
작가가 되는 방법이 달라졌다
소설가를 꿈꾸던 10살짜리 꼬마는 인터넷에서 ‘작가가 되는 방법’을 검색하곤 했다. 친절한 네티즌들이 해 준 답변은 늘 한 가지 ‘등단’이다. 과거엔 아마추어 작가들이 등단을 통해 프로 작가로 데뷔하는 것이 정석적인 루트였다. 100년이 넘는 전통적인 제도이기 때문에 한국에선 아직까지도 문인 데뷔의 방법으로써는 꽤나 견고하다. 신춘문예, 문예지 신인상, 문학상 수상과 같은 것들이 대표적인 ‘등단’ 방법이다. 과거엔 이러한 등단 약력이 없으면 정식 작가라 칭하지 않을 정도였다 하니, 예비 소설가인 꼬마는 얼마나 낙담했겠는가.
하지만 집집마다 컴퓨터가 생기고, 모두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기가 되면서부터는 작가가 되는 방법에 큰 지각변동이 생긴다. 집 컴퓨터에서 다운로드 한 txt파일을 전자사전과 폴더폰을 통해 읽던 ‘인소’가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웹소설’로 발전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IT의 발전과 기기의 보급은 책을 접하는 수단도 넓혀줌과 동시에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작가’로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장르문학의 전성시대?
스마트폰으로 웹소설을 읽는 행위는 독서 문화를 언제, 어디서든 가능한 ‘접속’의 개념으로 바꾸었다. 수많은 웹소설 작품 중에서 제일 큰 인기를 끄는 작품 유형은? 단연코 판타지, 로맨스 같은 ‘장르문학’이다. 소위 말하던 ‘인터넷 소설’이 웹소설로 변하면서 단편 연재, 빠른 호흡과 상상력 등의 ‘웹매체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발전한 모습을 보여준다. 종이책 속 긴 장편 소설을 장시간 몰입해서 여행을 떠나는 것과는 다르다. 이동하는 대중교통 안에서 잠깐, 일과 중 자투리 시간에 ‘접속’하기 때문에 로맨스면 로맨스, 액션이면 액션, 추리면 추리, 확실한 장르적 특성을 살리며 단 시간에 작품에 빠져들 수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독자들의 이야기
평소 웹소설을 즐겨 읽는다는 대학생 독자 두 명에게 최근 독서 문화 변화에 대해 물었다.
Q1. 웹소설을 접하게 된 경로가 어떻게 되나요?
권혁찬: 작은 형이 조X라라는 연재 사이트에 소설을 적어 올려보고 있다고 해서, 호기심에 찾아봤는데 그때 처음 웹소설을 접했습니다. 여러 소설이 제 취향에 맞다 보니 그때부터 스스로 다른 것도 찾아서 읽기 시작했고요. 제가 좋아하는 작가가 출판사를 통해 소설을 출판한다 하면 종이책이나 E-book이나 용돈을 털어서 샀어요. 그러다 보니 리X북스, 문X아, 카카X페이지, 네X버 시리즈 등 여러 가지 플랫폼을 이용하게 됐어요.
Q2. IT 기기를 통해 독서를 하면서 느낀 장점은 무엇인가요?
권혁찬: 종이책보다 보관이 간편합니다. 집에 있는 제 책장엔 책이 가득한데, 부모님께서 책장을 계속 사주시는데도 공간이 모자라 책상에 쌓아두고 생활하곤 해요. 종이책은 한 달만 지나도 먼지가 쌓이고 표지도 더러워지곤 해서 관리를 해줘야 돼요. E-book은 그냥 다운로드 받아서 켜면 되니까 편리하죠.
Q3. 그렇다면 반대로 단점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개선되어야 할 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김은지: 아무래도 스마트폰 화면이다 보니까 종이책 특유의 아날로그 느낌이 안 나고, 무엇보다 화면을 오래 보고 있기가 힘들더라고요. 글씨가 빽빽하면 집중력이 떨어지곤 해요. 그리고 저는 책을 평소에도 대여가 아닌 구매를 해서 반드시 갖는 성격인데, E-book을 이용하면 오프라인에서 소지하지 못하게 되니까 그것도 안타까워요. 개선되어야 할 점이라면 화면 넘길 때 버퍼링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버퍼링이 있으면 몰입도가 뚝 떨어지거든요.
모든 것들이 디지털화되고, 지능화되며, 연결되고, 융합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출판 시장 역시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출판 산업과 독서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책을 접하는 매체가 다양해졌음은 물론이거니와 책을 써내는 일 또한 더 이상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다. 이 같은 성장 가운데 ‘성인 연간 독서율 역대 최저’라는 기사가 매년 나오는 것은 익숙한 아이러니다. 희망적인 내용은 전자책 독서율이 올라가고 있음과 동시에 웹소설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 중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변화를 시작으로 전체 독서율이 오르길 바라며. 이번 주말에는 미루어 두었던 책 한 권을 다운로드 받아보자.
[참고자료]
아주뉴스-“나도 책 한 번 내볼까.” 독립출판 제작과정 알아보기
(https://www.ajunews.com/view/20190312160413257)
데어유어셀프-책을 만드는 과정과 책을 만드는 사람들 이야기.
(https://dareyourself.net/3448)
매일경제-2019 압축하는 키워드 ‘유튜브’, ‘밀레니얼’, ‘인문서’ …… 서점에서 찾는 올해의 이슈&트렌드
(https://www.mk.co.kr/news/culture/view/2019/11/992654/)
뉴스페이퍼- ‘장르문학, 웹소설이란 무엇인가?”
(http://www.news-paper.co.kr/news/articleView.html?idxno=68536)
뉴스페이퍼 - 변화하는 문학생태계 속 “문학 창작 커뮤니티의 독립문예활동 실태조사 연구”
(http://www.news-paper.co.kr/news/articleView.html?idxno=66598)
조선일보 – 일하느라, 게임하느라 바빠서…성인 독서율 연대 최저
(https://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2/05/201802050317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