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814 실습일지 [방화동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김성미]

기관 자체 수료식

지하 강당은 아침부터 자체 수료식 준비로 분주합니다. 마지막까지 복지관 선생님들께서 함께 해주셨습니다. 매일 아침 밝은 미소로 안부를 물어주셨던 박혜원 선생님 모임장소 대관을 도와주셨던 하우정 선생님. 다사다난했던 첫 번째 계곡여행을 동행해주신 권민지 선생님. 한 달간 아낌없이 격려해주신 김은희 부장님. 뜨거운 여름 날 시원한 얼음을 내어주셨던 김빛나 선생님. 맛있는 간식으로 여행을 응원해주신 원종배 선생님.

지역주민 어르신들께서도 깜짝 방문해주셨습니다. 수고했다며 꽉 안아주십니다. 오늘부로 기관에서의 모든 공식적인 일정을 마쳤습니다. 끝까지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옆에 있는 선생님 동료 둘레사람의 격려 위로 사랑 덕분입니다. 뜨거웠던 방화동에서의 한 달 잊지 못할 겁니다.

김은희 부장님

카페 몽키바나나에서 김은희 부장님과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복지관에서 뵐 때마다 아낌없이 격려해주셨던 김은희 부장님과의 시간이 기대되었습니다. 어느 때보다 진심을 담아 실습생들의 앞날을 응원해 주시는 말씀에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김은희 부장님께서 대학생 때 정신병원에서 실습하셨던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신보건 사회사업은 어떤 그림일지 궁금했던 터라 복지관으로 돌아오는 길에 부장님께 여러 가지 여쭈어보았습니다. 경험을 말씀해주시며 도전해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부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복지관으로 돌아오는 길은 참 짧았습니다.

선생님 줄 거 있어요

“선생님 내일 복지관 와요? 제가 해주고 싶은 게 있어요. 뭔지는 비밀이에요. 내일 봐요.”

어제 저녁 예은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수료식 이후 하루에 한 통씩 통화하고 있습니다. 모임 때 하지 못했던 말도 하고 방학숙제 어디까지 했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어제는 꼭 해주고 싶은 게 있다며 12시 40분 꿈자람 앞에서 보자고 약속했습니다.

오늘 꼭 마무리해야 할 기록들이 있어서 약속시간에 꿈자람으로 내려가지 못했습니다. 사무실로 예은 사랑이 찾아왔습니다. 고맙고 미안합니다. 저를 꿈자람 의자에 앉히고는 예은은 큰 숄더백에서 매니큐어를 꺼냅니다. 언뜻 보아도 10개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가방이 꽤 무거웠을 겁니다. 무릎을 꿇고 매니큐어를 발라줍니다.

“선생님 저랑 똑같이 해줄 게요!”

스티커를 붙이고 스티커가 떨어지지 않도록 투명 매니큐어도 바릅니다. 새끼손가락은 포인트로 분홍색 매니큐어를 발라줍니다. 여행할 때 사진 찍기 담당이었던 사랑이. 옆에서 지켜보던 사랑이가 본인은 사진 담당이라며 사진을 찍어줍니다.

땅에 무릎을 꿇고 집중해서 매니큐어를 발라주는 예은. 저도 의자에서 내려와 예은이 옆에 무릎을 꿇고 손을 댑니다. 어젯밤 예은이가 매니큐어를 챙기며 어떤 생각을 했을지 생각해보는 사이 ‘예은표 네일아트’가 끝났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누드네일아트입니다! 처음 받아보는 네일아트가 예은표 네일아트여서 영광입니다. 맡댄 손을 사랑이가 사진으로 남겨줍니다.

데칼코마니

과업을 마무리하며 지난 기록들을 살펴봤습니다. 저를 만나기 전 아이들이 작성한 ‘면접위원 신청서’를 보게 되었습니다. ‘당사자 면접위원으로 신청합니다. 이번 여름 여행에서 ~게 할 것입니다.’ 아이들의 여름 여행 각오가 담겨 있습니다.

처음에는 저와의 만남을 준비했을 아이들을 생각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사랑 어진 예은 서연 우성 광길의 신청서를 읽어 내려갈수록 놀랐습니다. 한 달 동안 아이들이 모든 약속을 신실하게 지켜주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처음과 끝이 같습니다. 아이들과의 시간이 데칼코마니 작품 같습니다.

사랑. ‘나쁜 말을 안 할 겁니다. 선생님한테 차나 맛있는 걸 드리면 편안한 느낌이 들 것 같습니다.’

사랑은 가끔 욕설을 하는 친구들을 보며 속상해하다가 ‘그런 말 하지 마. 이렇게 말하면 되잖아.’라고 말했었지요. 세 번째 모임 때 선생님 주려고 샀다며 막대사탕 하나를 건네던 사랑이가 떠오릅니다.

어진. ‘잘 양보하겠습니다.’

당사자 면접 날 어머님들께서 준비해주신 맛있는 라면을 먹고 후식으로 요구르트를 주셨지요. 광길이 먹고 싶다고 하자 어진이 선뜻 양보합니다. 지난겨울 여행 때부터 하고 싶었던 수료식 사회자 역할을 서연이 하고 싶다고 하자 회계역할도 하고 싶다며 양보했던 어진. 수료식 때 사회를 보는 어진이 참 자랑스러웠습니다.

광길. ‘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여행을 할 거에요. 선생님이 물어보면 다 대답할 거에요.’

다른 여름 방학 일정 있었지만 광길은 다짐한 대로 첫 번째 계곡 여행을 해냈습니다. 마트가 어디 어디 있는지 배움터가 어딘지 지난겨울 수료식 때는 무엇을 했는지. 모르는 게 있을 때마다 광길이 자세하게 알려주었습니다.

우성. ‘열심히 놀고 나쁜 말하지 않겠습니다. 선생님께 잘하라고 한 마디 하겠습니다.’

계곡에서 바다에서 우성은 열심히 놀았습니다. 나쁜 말하지 않았습니다. 여행준비가 진행되지 않아 지쳐있을 때 우성에게 도움을 구했습니다. 그랬더니 모임 때 우성이 ‘얘들아 우리 여행준비 해야 돼. 선생님도 힘들어.’라고 크게 말합니다. 헤어질 때 포옹인사를 하는데 제 등을 토닥토닥해주던 우성이의 따뜻한 위로가 감동이었습니다.

‘우성은 아픈 엄마 때문에 엄마에게 유별나요. 철이 빨리 들었어요.’라던 우성어머니의 말씀이 기억납니다. 이번 여름 우성이 아이답게 소리 지르며 잘 놀았습니다. 우성이의 삶을 응원합니다.

서연. ‘의견이 잘 맞지 않을 때 제가 언니 누나로서 회의하면서 서로 양보하게 하겠습니다.’

지난겨울 여행처럼 맏언니 누나로서 책임감을 가졌던 서연. 가평 계곡 여행에서 기차를 놓쳤을 때 서연의 리더십이 빛을 바랬었지요. 혼자 가는 리더십이 아닌 함께 가는 좋은 리더십을 배워가는 서연이가 대견합니다.

예은. ‘친절하고 위험하지 않게 면접을 보겠습니다. 웃음이 많게 재미있는 말을 한다.’

‘친절하고 위험하지 않은’ 면접관이 되겠다던 예은. 해맑은 미소로 저를 편안하게 해주었지요. 예은은 놀이역할을 맡으며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예은 덕분에 우리의 여행팀은 행복했습니다.

수료사

실습실에 둘러 앉아 수료사를 나누었습니다. 평소 과업을 하며 어려운 점을 나누곤 했지만 전체적인 과업은 듣는 것은 처음입니다. 누가 더 잘했다 할 것 없이 최선을 다한 동료들 모두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선생님들의 수료사도 들었습니다.한 명 한 명을 생각하며 편지를 써주셨습니다. 선생님께서 읽어주시는 수료사를 들으니 한 달의 시간이 지나가는 듯 했습니다. 웃을 때 함께 웃고 힘들 때 옆 자리를 지켜주신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입니다. 담당 실습생을 넘어 현장에서 다시 만날 후배들을 아끼는 마음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써주신 선생님들의 마음이 전해집니다.

수료사 : 방화동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똑똑똑.

사회사업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타는 목마름’을 가지고 단기사회사업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나는 평생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해 밤을 꼬박 샌 적도 있습니다. 

이 곳에 문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신 분은 권대익 선생님이십니다. 

단기사회사업이라는 낯선 문을 열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스스로 문을 열기를 기다려주셨던 권대익 선생님 고맙습니다.

‘끝까지 잘 해낼 수 있을까?’ 가장 큰 고민거리였습니다. 

몇 주를 고민 끝에 단기사회사업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아 느끼는 두려움 때문에 도전조차하지 않는 것만큼 안타까운 일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문을 열어도 쉽지 않았습니다.

선행연구 열심히 했습니다. 모르기 때문에 더 읽고 싶었습니다.

‘마을인사를 드린 경로당 회장님께 윷을 빌릴 수 있게 되네? 인사가 이렇게 중요하구나. 

아이들도 진지하게 묻고 의논하고 감사할 줄 아는구나.’ 한편 ‘진짜 아이들이 해낼 수 있을까’하는 의심도 있었습니다.

선행연구로 얻은 배움을 실천했습니다. 선생님 동료들과 마을인사를 부지런히 다녔습니다. 폭염주의보가 시도 때도 없이 울리지만 우리는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꾸며 마을인사를 다녔습니다.

방화동에는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꾸시는 골목대장이 있습니다. 

바로 황제떡볶이집 사장님입니다. 

마을인사를 구실로 관계가 맺어졌습니다. 아이들과 간식을 먹을 때 일부러 황제떡볶이집을 찾아가려했습니다. 저보다 먼저 아이들이 황제떡볶이집을 가자고 말합니다.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주는 어른이 있는 곳이니까요.

태양이 유독 더 뜨거운 여름입니다. 아무리 태양이 뜨거울지라도 ‘우리의 여행’팀을 방 안에 가두지는 못합니다.

첫 번째 여행인 계곡여행을 떠나기 전 아이들과 십시일반 용돈을 모아 떡볶이를 먹으러 갔습니다. 

사장님 사모님께서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주시며 반갑게 맞아주십니다. 

3인분 같은 2인분, 2인분 같은 1인분을 내어 주십니다. 

아이들의 안부를 묻습니다. 아이들이 몇 남매인지도 다 알고 계십니다. 

‘누가 더 큰 골목을 가진 골목대장인지’를 놓고 어진과 한참을 이야기합니다. 

밀고 당깁니다. 

끝내 어진도 사장님의 오랜 연륜 앞에서 사장님을 방화동 골목대장으로 인정합니다.

덕분에 두 번째 여행인 바다여행 갈 때 황제떡볶이 사장님께 버너를 빌릴 수 있었습니다. 

버너 하나만 주신 게 아닙니다. 바닷바람이 불 수 있으니 바람막이, 

가스가 가득 찬 새 부탄가스, 불이 안 켜질 수 있으니 라이터, 

정리할 때 뜨거우니 목장갑까지 사장님 사모님의 인정이 흘러넘칩니다.

인사하고,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고, 감사하니 지역사회 공생성이 살아납니다. 

이 가게 사장님이 저 아이에게 관심을 가집니다. 

이 집 부모님께서 저 집 아이에게 관심을 가집니다.

우리들의 여행팀은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9시30분에 모였습니다. 그 날도 바다여행에 대한 기대가 한껏 부풀어 오른 채로 모임을 마쳤습니다. 누군가 문을 두드립니다. 문을 여니 우성어머니께서 시원한 아이스크림이 담긴 검은 봉투를 건네십니다.

“얘들아 더운데 여행 준비하느라 고생이 많다. 아이스크림 하나씩 먹고 가.”

우성어머니의 아이스크림이 가장 반가운 사람은 우성입니다. 어머니께 아이스크림을 건네받고는 아이들에게 나누어줍니다.

“잠깐만! 하나씩 줄게. 우리 권민지 선생님이랑 대익쌤한테도 주러가자!”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나누어주고는 사무실로 곧장 내려갑니다.

첫 번째 계곡여행에 동행해주신 권민지 선생님과 늘 재미있게 놀아주시는 권대익 선생님께 

아이스크림을 드리며 감사인사 드렸습니다. 

우성어머니의 아이스크림 덕분에 우성의 자주성이 살고 지역사회의 공생성이 살았습니다.

며칠 뒤 예은어머니께 모임일정을 공유하기 위해 전화 드렸습니다. 

통화를 끊으려는 찰나 예은어머니께서 

‘다음 바다여행갈 때는 제가 아이스크림이라도 사주고 싶어요.’ 하십니다. 

이미 우리에게 여행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드는 구실일 뿐입니다.

주말은 노는 날입니다. 

폭염에 쩔쩔매는 도시를 떠나 광활한 자연을 누리러 철암으로 떠났습니다. 

오가는 시간만 10시간입니다. 

우리에게 좋은 추억을 선물해주시기 위해 장거리 운전해주신 권대익 선생님 손혜진 선생님 고맙습니다. 

동료들과 노래 부르고 웃긴 표정 지으며 사진도 찍고 간식 먹고 낮잠 자며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철암도서관 창문 앞에서 누워있으면 에어컨이 따로 없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함백산 일출도 봅니다.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철암여행에 이어 장봉도 여행도 다녀왔습니다. 갯벌에 온 몸을 맡기며 놀아본 적이 처음입니다. 동료들과의 좋은 추억 남았습니다. 웃고 울었던 한 달이 지나고 되돌아보니 모든 시간이 행복한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방화동에서의 사회사업 첫 단추 꿰기 잘했습니다. 옆에서 인내와 사랑으로 가르쳐주신 정우랑 선생님 권대익 선생님 한수현 선생님 손혜진 선선생님 고맙습니다. 누구 하나 빨리 가지도 뒤처지지 않고 함께 걸어준 기웅오빠 재성오빠 광재오빠 은혜언니 영경 유진 민지 민정 성은 채령 지연 고맙습니다.

[권대익]

단기사회사업 슈퍼바이저 외에 여러 실무자들이 실습생을 아끼고 챙겨주었지요.
몇 년 후, 성미가 현장에 있을 때 이렇게 후배들에게 내리사랑하면 좋겠습니다.

[권대익]

떠나는 선생님께 연락해서 예쁜 네일아트를 받았네요.
아이들과 선생님이 서로 정답게 나누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마음과 정을 나누었기 때문이겠지요^^

[권대익]

아이들이 직접 쓴 면접위원 신청서가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했네요.
신은초등학교에서는 아이들과 학생면담을 했었다고 했지요.
사전에 아이들을 만나 각오와 약속을 묻고 이야기 나누는 일이 중요하겠어요.
배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