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허 스님의 강의록을 녹취하여 윤문, 편집, 주석한 <탄허 스님의 선학 강설>이 출간되었습니다. 2018년 8월, 1박2일에 걸쳐 경주 동국대에서 개최했던 (사)한국불교학회 워크숍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가는 버스 속에서, 문광 스님과 얘기를 나누던 중 탄허 스님의 강의 녹음을 단행본으로 출간하기로 원(願)을 세운 후 근 5년이 지나서 천신만고 끝에 첫 번째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아래는 네이버 책 소개 링크와 책 말미에 실린 '발간 후기'입니다.
https://search.shopping.naver.com/book/catalog/40354066639?cat_id=50005642&frm=PBOKMOD&query=%ED%83%84%ED%97%88+%EC%8A%A4%EB%8B%98%EC%9D%98+%EC%84%A0%ED%95%99+%EA%B0%95%EC%84%A4&NaPm=ct%3Dlimeplmw%7Cci%3D8b60c3aed79df9b7216833603f6d92526a61f801%7Ctr%3Dboknx%7Csn%3D95694%7Chk%3D51c136ef8a67a42953cecd2d0b40e350a321497e
발간 후기
내가 한국불교학회 제23대 회장 소임을 맡은 후 두어 달 뒤인 2018년 8월 중순에 경주 동국대 금장생활관 법당에서 하계 워크숍을 개최하였다. 중심 행사는 ‘재가불자의 신행지침 마련을 위한 대토론회’였는데, 그에 앞서서 ‘신진학자들이 연구한 우리 시대의 불교학’이라는 정례(定例) 발표회가 있었다. 최근에 박사학위를 취득한 연구자들이 자신의 논문을 소개하는 시간이었다. 발표자 가운데 한 분이 문광 스님이셨다. 문광 스님은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탄허 택성의 사교회통사상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박사학위 취득이 확정되어 있었다. 탄허 스님과 관련한 최초의 박사학위 논문이었다. 세인의 눈으로는 가늠할 수 없는 학문의 폭과 깊이를 갖추셨던 탄허 스님이셨기에, 그 사상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불교는 물론이고 유교와 노장, 기독교와 증산교, 정역과 천부경 등 거의 모든 종교 사상에 정통해야 한다. 이 모두를 소화하여 ‘탄허 스님의 회통 사상’으로 일목요연하게 풀어내시는 문광 스님의 발제를 청중 모두 경청하였다.
탄허 스님께서는 ≪신화엄경합론≫을 비롯하여 전통 강원의 교재인 ≪서장≫, ≪도서≫, ≪선요≫, ≪절요≫의 사집(四集), ≪금강경≫, ≪능엄경≫, ≪원각경≫, ≪기신론≫의 사교(四敎)는 물론이고 노자의 ≪도덕경≫과 장자의 ≪남화경≫ 등 불교 내외의 여러 고전을 번역하셨지만, 당신께서 직접 저술활동을 하진 않으셨다. 오롯이 견지하셨던 술이부작(述而不作)의 신념 때문이셨겠지만, 후학으로서 아쉽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1박 2일간의 한국불교학회 여름 워크숍 일정을 모두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는 버스 속에서 문광 스님과 대화하던 중에 탄허 스님의 강의와 법문을 녹음한 테이프가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탄허 스님의 역경 불사에서 출판을 전담해 오신 도서출판 교림의 서우담 선생님께서 수백 개의 녹음테이프를 근 40년간 보관하고 계셨다. 이를 녹취하여 책으로 발간할 경우 탄허 스님의 사상을 깊이 이해하고 널리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문광 스님과 함께 한국불교학회 학술사업으로 이를 추진하기로 하였다. 2018년 8월 17일의 일이었다.
그 후 녹취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중에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자현 스님의 주선으로 금강선원의 혜거 스님께서 후원금을 보내주셨다. 첫 작업은 <동양사상특강>이라는 제목의 녹음 파일들이었다. 경주 동국대 불교학부에 재학 중인 학생과 학인 스님을 중심으로 지원자를 모집하여 녹취 작업에 들어갔다. 겨울방학이 끝날 무렵인, 2019년 2월에 녹취 원고가 모두 취합되었지만, 근 40년 전의 테이프 녹음이라서 음질이 좋지 않아 놓친 곳이 많았다. 또 탄허 스님께서 강의 중에 출처 불명의 고전을 많이 인용하셨는데 그 원문을 찾기가 쉽지 않아서 몇몇 원고의 질이 썩 좋지 못하였다. 수년간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는데, 얼마 전에 윤문 및 편집을 담당할 분이 선정되어 다시 원고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탄허 스님 탄신 110년, 열반 40년이 되는 해인 2023년 올해 안에 단행본으로 꾸며서 출간할 수 있을 것이다.
첫 작업의 녹취가 끝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월정사에서 새로운 작업을 위한 후원금을 보내오셨다. 이 역시 자현 스님께서 주선해 주셨다. 이번에는 <간추린 법문>이라는 제목의 강의 파일들을 녹취하기 시작하였는데, 첫 작업의 문제점을 교훈 삼아서, 불교 교학에 정통한 두 분에게 녹취를 의뢰하였다. 가산불교문화연구원에 근무하던 박준형 선생님과 세계최대의 불교 학술자료 사이트였던 ‘천불동’의 이승훈 선생님이었다. 두 분 모두 소위 ‘재야(在野)의 고수(高手)’였다. 작업 도중에 코로나19 사태가 터져서 우여곡절(迂餘曲折)을 겪긴 했지만 총 15개 파일의 녹취 원고가 완성되었다. 그 전체를 단행본으로 만들려면 2023년 발간이 쉽지 않을 것 같아서 앞부분의 7개 파일만 먼저 단행본으로 발간하기로 했다.
원고를 윤문하고 주석하는 지난(至難)한 마무리 작업은 이승훈 선생님이 전담하였다. 탄허 스님께서 열반하신 후 40년이 지나서야 강의록을 출간하는 것이 때늦은 감이 있지만, 스님께서 강의 중에 간혹 인용하시는 출처 불명의 고전을 찾아내어 녹취 원고에 반영하고 주석을 다는 것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온갖 고전의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할 수 있는 이 시대에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 여래 해 동안 ‘천불동’ 사이트 운영에 관여하면서 자료 수집과 검색에서 일가를 이룬 이승훈 선생님의 치밀한 주석으로 인해 이 강설집에 학문적 가치를 더할 수 있었다. 오디오 장치를 구성하여 들리지 않는 음성을 살려내는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 이 작업에 전념해주신 이승훈 선생님께 깊이 감사드리며, 천신만고(千辛萬苦) 끝에 탄생한 이 책이 아무쪼록 탄허학의 지평을 넓히는 데 일조하기 바란다.
끝으로 탄허 스님의 강의와 법문 테이프 수백 개를 기나긴 세월 동안 잘 간직하고 계시다가 그 모두를 기꺼이 내어주신 도서출판 교림의 서우담 거사님, 이 작업이 가능할 수 있도록 재정적 후원을 결정해 주신 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 본사 월정사 주지이신 정념 스님과 자현 스님 이하 사부대중 모든 분께 재삼 감사의 마음을 올린다. 아울러 (사)한국불교학회의 운영과 업무로 바쁜 와중에도, 뜻깊은 이 불사가 완성될 수 있도록 뒷바라지해 주신 제24대 고영섭 전(前) 회장님과 제25대 백도수 현(現) 회장님께도 심심(甚深)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출간을 맡아주신 불광미디어 류지호 대표님과 꼼꼼하게 교정보고 편집해주신 최호승 선생님에 대한 고마운 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2023년 4월 27일
동국대 명예교수 김성철 합장 정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