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집 조규화시인 원고

[우재정]

2015.7.21 조선시 작품-조규화.hwp

그대 곁에 있기에

             조규화(曺圭和)

그대 곁에 있기에

먹구름이 까맣게 몰려와도

눈썹달 성큼성큼 살찌는 희망 노래

위안의 꽃숨결 둘렀네

그대 곁에 있기에

죽어서도 피어나는 꽃타래 행렬

헤아릴 수 없는 열매 주렁주렁 맺겠네

그대 곁에 있기에

새싹 돋고 탐스런 꽃 피우듯

깊은 인연의 사람꽃 향기로웠네

그대 곁에 있기에

숱한 물음표를 깨닫는 장엄한 낙조

행복에 뭉클한 나날 잠근 동산 펼치겠네

절정의 편지

               조규화

그대 떠난 적 없는 나

한순간 질책에도 눈물의 그림자

얼음장 뚫은 버들개지 서둘러 받았다가

삭풍이 가슴을 훑자 오슬오슬 떨었지

한마디 맹서나 기약 없어도

폭풍에서 설원까지 동행한 그대

운명처럼 늘 곁에 서 있었기에

마음의 등대 내 작은 우주였네

새싹 돋고 백화(百花) 만발했건만

그대 아릿한 침묵에 시름시름 앓는데

황량한 빙판으로 그대 홀연 떠나고

나 홀로 외로이 남았지

그대 불러도 응답 없는 요상한 날

잠못 이루며 바보처럼 편지 쓰다가

붉은 꽃망울 울음 터뜨린 동백꽃처럼

망연자실 처연하게 떨어져 목숨 잃었네

기엄기엄 기면서 다시 살아나

나를 죽이면서 그리움을 죽이면서

들끓는 지독한 애증에 타오른 칼날 밟아도

다시 사랑이 왔다고 온다고 올 것이라고

무시로 고통의 몸부림으로 신음했었지

만병통치 연가 바람에 띄운 노래로

힐끗힐끗 경계하는 붉은 신호등 켜는

절정의 편지가 만남의 부싯돌였네

그이를 만나면

            조규화

그이를 만나면

눈먼 영혼 젖어드는 한마음

사랑의 향기가 난다

잠시잠깐 헤어져도 꽃잎이 묻어나고

늘봄 같은 포근한 햇살이 펼쳐진다

그이를 만나면

정겨운 위안의 목소리

소탈한 눈길에 반가운 몸짓으로

얼음강을 녹이는 따뜻한 가슴으로

산처럼 쌓인 수다 흩날린다

그이를 만나면

꽃샘바람 울렁증에도

푸른 바람이 일고

얼어붙은 고철 가슴은 붉은 열꽃으로 녹여

목마름이 도져 그리움에 타오르며

불춤 환상이 요동치는 붓놀림에 움찔한다

그이를 만나면

괜시리 눈물이 나고

신선한 생기의 교감으로

꽃여울 출렁이는 연초록 메아리

연분의 나이테 돌고 돌때

황홀한 엑스터시로 빨려들어

휘발유에 불붙이고 싶어진다

화살 맞은 장미

               조규화

웃자란 꽃숭어리 폭풍에 꺾여 뒤척일 때

천둥 번개 맞서 뚫어진 허공 올려다보고

그대 정원 속으로 뻗은 뿌리 발돋음 하면

태양의 울림 휘감기어 약동하는 꽃대 선율

나비 못다 누린 향수 걸친 날개짓 감돌아

징징징 징소리 넘실거리자

몽롱한 꿈결에 구슬땀 핏방울 꽃피운 영혼들

부스스 깨어나 의뭉한 문자판 두드려 하늘 훑었다

센바람 손에 애꿎은 뺨 맞고 곤두박질치다가

장미 잎사귀 시소 타는 마파람에 환호성

아리따운 초록 날개 돋친 꽃대궁에

휘황찬란한 꽃봉오리 줄줄이 맺혔다가

목마른 영혼 끓는 가슴에 피운 맹목적 사랑

큐피트 화살 겨냥에 떨리는 설렘으로 울었다

귀 쫑긋거리며 총총 소통하는 장미꽃

나비 혼절할 입맞춤에 하늘 자맥질하다가

심장 절로 열려 빼곡히 박힌 큐피트 화살

대낮에도 뜬 별 간 밤 잠들지 못한 새들

숫제 길섶 들러리 들꽃까지 우렁찬 박수소리

꽃잎마다 맺힌 명징한 이슬에 초롱초롱 별이랑 돋았다

마른꽃 응원가

                    조규화

마른 줄기 팽팽한 가얏고 되어 튕기면

거울에 비추인 마른뼈 프리지어 꽃다발

어화둥둥 내 사랑 전주곡 깔린 멜로디

하늘 숨결 닿을까, 세콤한 선율 젖은 선물일까

마른꽃 노래 얼싸안자 메아리 부활하는

영생의 집, 깊어가는 숭엄한 사랑가

마음 한복판에 경쾌한 응원가 흘러오네

아직 파란 꽃대가 남아 팔랑이는 만국기

마른꽃 조롱에 슬쩍 뽀루퉁 볼멘소리로 허튼소리

투명한 불꽃 심장에 꽃물 쿵쾅쿵쾅 그윽한 용광로

바싹 마른꽃 별빛 박힌 추억 흐르는

곰삭은 가슴으로 꽃잎 분분한 낙화

조요한 등불아래 깃발 나부끼는 금실 맑은 노래

사랑의 지문 감긴 미풍에 애틋한 그리움 담금질하니

달무리 쏟아진 오선지에 둥둥 응원가 음표 뜬 절창 들리네

설핏 핏줄에 돌던 향기 잦아들면

필사의 몸부림으로 줄행랑친 떨림이 깃든

휘영청 보름달에 각인한 프리지어 꽃다발

햇살 통통 튕기는 따스한 가슴에

오붓한 울 보금자리 펼치니 오롯한 꽃그림일까

저토록 곱다란 사랑 정표들이 고인 마른꽃

폭설에도 한바탕 잉걸불 품고 춤추다가

축복의 불씨 다시 살아 활활 타는 요술방망이

왈츠 자맥질하는 마른 꽃잎에 끝없는 열기 흐르는

날마다 좋은날 응시하며 절묘한 응원가 목청 돋우네

조규화시인 프로필

☎: 010-9131-5388, 주소: 경기도 과천시 관문로 166, 1009-504(중앙동, 주공 아파트)

2001년 월간 조선문학, 한국문인협회 회원, 크리스챤시인협회‧ 한국현대시인협회‧ 국제펜클럽‧ 농민문학 이사, 조선문학 ‧과천문인협회 부회장, 조선시문학문인회부회장, 시집:《내 시린 샛강에 은하수 흐를까》,《사랑은 승리의 불별이라》, 논문《김현승시 연구》, 조선문학작품상(2005), 크리스챤신인문예상(2007), 한국크리스챤문학상 본상(2008), 하인리히 하이네문학상 대상(2010), 한국참여문학상(2010), 율목문학상(2014)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