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카드는 CPU로부터 작업이 완료된 결과물을 화면에 표현해주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CPU에서 완료된 데이터가 그래픽카드로 빨리 오지 않게 되면 그래픽카드가 화면에 표현해주고 싶어도 할 게 없는 상황이 생기기도 합니다. 또한 CPU가 데이터를 빨리빨리 보내줬는데, 그래픽카드가 아무리 빨리 표현하고 싶어도 성능의 한계때문에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흔히 말하는 CPU-그래픽카드 간의 궁합은 이러한 성능적인 부분에서 어느정도 수준이 맞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래픽카드가 동작하는 기본적인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CPU에서 완료된 작업결과들이 데이터버스를 통해서 그래픽카드에 전달이 되고, 그래픽카드는 해당 결과들을 화면에 보기좋게 표현해주기 위해서 그래픽카드에 탑재된 메모리를 사용해서 그림을 그리게 됩니다. 그리고 그림이 완성되면 그래픽메모리에 있던 결과물을 모니터연결케이블을 통해서 모니터로 보내고, 모니터는 이를 화면에 표현해주는 것이지요.
그래픽카드의 구조
그래픽카드의 기본적인 구조는 기판 위에 GPU(Graphics Processing Unit)와 비디오 메모리(VRAM), 그리고 장착 슬롯 및 모니터 출력부 등이 조합된 것입니다. 그리고 제품에 따라서는 GPU 및 비디오메모리의 열을 식히는 쿨러(cooler: 냉각팬이나 방열판), 혹은 보조 전원 공급용 케이블을 꽂는 포트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참고로, 이것은 데스크탑용 그래픽카드의 구조이며, 노트북용 그래픽카드 경우에는 별도의 기판 없이 GPU 및 비디오메모리가 메인보드에 직접 부착되는 형태로 구성됩니다).
그래픽카드의 기능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작은 컴퓨터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CPU는 컴퓨터 전반의 작업들을 전담하고, 그래픽카드는 그 중에서 화면에 표현해야 할 작업들을 2차적으로 전담하는 것이죠. 컴퓨터가 CPU라는 프로세서를 갖고 있는 것처럼 그래픽카드에도 전용 프로세서가 있는데 우리는 이를 GPU(Graphics Processing Unit)라고 부릅니다. GPU는 모니터로 보낼 영상 신호를 직접 생성하는 역할을 하는 프로세서로서 컴퓨터의 그래픽 성능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요소입니다.
GPU라는 용어는 엔비디아(NVIDIA)사에서 1999년에 ‘지포스(GeForce)’라는 새로운 그래픽 컨트롤러(Graphics Controller: 그래픽카드용 칩)를 내놓으며 처음 붙인 것입니다. 지포스는 CPU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폴리곤(Polygon: 3D 그래픽을 구성하는 도형)의 변형(Transform) 및 광원(Lighting)효과를 구사하는 기능, 이른바 ‘하드웨어 T&L’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이는 이전까지 사용했던 그래픽 컨트롤러와는 확연히 다른 개념이었기 때문에 이를 구분하고자 GPU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포스의 출시 1년 후인 2000년, ATi(현재의 AMD)사에서 ‘라데온(Radeon)’이라는 GPU를 출시하게 되면서 양사의 경쟁이 본격화 되었습니다.
GPU는 대개 그래픽카드의 핵심 부품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메인보드의 칩셋에 GPU 기능이 내장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하면 별도의 그래픽카드를 장착하지 않아도 화면의 출력이 가능하기 때문에 PC 구매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내장형 GPU는 별도의 그래픽카드에 탑재되는 GPU에 비해 3D 그래픽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게임용 PC에는 적합하지 않아 주로 사무용 PC에 쓰입니다. 인텔(Intel)사는 그래픽카드를 만들지 않지만, 메인보드 칩셋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2011년 현재, 전세계 PC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GPU는 엔비디아나 AMD가 아닌 인텔의 제품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컴퓨터의 임시기억장소로 램이 사용되는 것처럼 그래픽카드의 임시기억 메모리로 그래픽카드 전용램이 사용됩니다. 컴퓨터가 일정수준 이상의 램을 탑재해야하는 것처럼 그래픽카드 전용램 역시 일정수준 이상을 탑재하고 있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그래픽카드 전용램 용량은 사용하는 해상도와 컬러의 수준과 연관되기 때문에 높은 해상도와 고품질의 화면을 구현하고자 한다면 충분한 그래픽카드 전용메모리를 탑재하고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비디오 메모리는 GPU를 보조 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GPU의 처리 능력에 비해 과도하게 큰 비디오 메모리는 그다지 필요하지 않습니다.
1990년대의 그래픽카드에는 속도가 느린 EDO, SDR 규격의 메모리를 탑재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 나오는 그래픽카드에는 GDDR3, GDDR4, GDDR5 등의 고속 메모리가 탑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같은 규격의 비디오 메모리라도 칩의 버스(bus: 데이터가 지나가는 통로) 규격이 다를 수 있습니다. 보급형 그래픽카드의 경우 64비트 버스의 비디오 메모리가 탑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중급형은 128비트, 고급형은 주로 256비트 버스의 비디오 메모리가 장착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당연히 상위 규격의 버스를 갖춘 비디오 메모리일수록 성능이 우수합니다. 따라서, 같은 종류의 GPU를 탑재한 그래픽카드라도 모델에 따라 비디오 메모리의 용량 및 규격, 그리고 버스가 다를 수 있으므로 그래픽카드 구매 시 이를 잘 따져봐야 합니다. GPU가 같은 그래픽카드끼리 가격 차이가 많이 난다면 메모리 사양이 각각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픽카드를 메인보드에 연결하는 그래픽카드 장착 인터페이스는 시간에 따라 여러 단계의 발전을 거쳤습니다. 원활한 3D 그래픽 처리를 위해 보다 빠른 데이터 전송 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과거 486 컴퓨터 시절의 VESA, ISA 방식에서 PCI 방식, AGP 방식, PCI-X 방식, PCI-Express 방식을 거쳐 지금의 PCI-Express 2.0 방식에 이르고 있습니다(이에대한 자세한 설명은 다음의 링크 참조 : http://it.donga.com/1768/).
그래픽카드의 모니터 출력부에는 여러 종류의 출력 포트가 있습니다.
D-Sub 포트는 D-subminiature(디 서브미니어처)의 준말로 특히 컴퓨터에 쓰이는 일종의 연결 단자입니다.
처음 도입되었을 때에는 "초소형"이라는 뜻의 "서브미니어처"라 불리는 것이 적절했지만 오늘날에는 널리 쓰이는 컴퓨터용 단자들 가운데 큰 편에 속합니다. 모니터를 비롯하여 조이스틱, RS-232, 프린터, SCSI 등의 장치를 연결하는 용도의 직렬포트나 병렬포트로 쓰이는데, D-sub 단자는 겉모습과 핀 수에 따라 종류가 나뉘어집니다. 이 단자의 이름에서 첫 문자 D는 D-sub 단자를 가리키며 두 번째 문자에서 A는 15핀, B는 25핀, C는 37핀, D는 50핀, E는 9핀을 가리킵니다. 이를테면 DA15는 크기 A(15 핀 단자 크기)의 15 핀 단자를 나타냅니다. 9핀 크기에 해당하는 E에 15핀을 배열한 것은 DE15라고 부르며 이것은 DA15와 달리 3열에 핀이 배치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핀의 배열이 3열이면서 화면 연결용으로 쓰이는 것을 'VGA 단자'라고도 부릅니다. 보통 "디 서브"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에는 흔히 일반적으로 모니터나 프로젝터 등에 연결하는 15핀을 사용하는 DA-15/DE-15 단자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DVI(Digital Visual Interface) 포트는 2000년대에 본격적으로 보급된 디지털 데이터 전송용 인터페이스입니다. DVI 이전의 아날로그 데이터 전송용 인터페이스인 D-Sub나 콤포지트 등과 비교해서 아날로그 대비 디지털 인터페이스의 장점이라면 기기 내부나 주변환경에서 발생하는 노이즈로부터 비교적 자유롭고, 케이블의 재질이나 길이에 따른 품질(화질) 저하가 적다는 점입니다. 특히 1990년대 후반 들어 디지털 영상 처리에 유리한 LCD(액정) 기반 디스플레이 장치가 대중화되면서 디지털 인터페이스의 보급은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DVI는 인텔, 실리콘이미지, HP, 컴팩, NEC 등의 업체들이 연합해 결성한 ‘디지털 디스플레이 워킹 그룹(Digital Display Working Group, 이하 DDWG)’에서 개발하여 1999년에 처음 발표되었습니다. DDWG에는 컴퓨터 업계를 주도적으로 이끄는 업체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DVI는 생각 이상으로 빠르게 보급될 수 있었는데, 이로 인해 2005년 즈음부터 출시되는 LCD 모니터나 그래픽카드는 대부분 DVI 포트가 달려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DVI는 기본적으로 PC용 모니터를 위한 인터페이스였기 때문에 TV나 DVD플레이어 같은 AV기기에 쓰기엔 커넥터나 포트의 크기가 너무 크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그리고 영상 신호만 전달하기 때문에 음성까지 출력하려면 별도의 케이블을 추가로 연결해야 하는 것도 불편하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이런 DVI의 단점을 극복하고자 나온 것이 바로 2003년에 나온 HDMI(High-Definition Multimedia Interface)입니다. HDMI는 디지털 방식의 영상뿐 아니라 음성까지 전달할 수 있으며, 커넥터의 크기도 작아서 AV 기기에 쓰기에 적합하였습니다.
다만, HDMI는 PC관련 업체가 아닌 히타치, 소니, 파나소닉과 같은 AV 가전 업체들이 주축이 되어 개발한 것이었고, 이를 기기에 적용하기 위해선 라이선스를 맺고 특허 사용료를 내야 하는 점이 PC 관련 업체들에겐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이리하여 PC 관련 업체들이 중심이 되어 HDMI에 대항할만한 새로운 디지털 인터페이스가 개발되기 시작했는데, 그 결과물이 바로 ‘디스플레이포트(DisplayPort, 약칭 DP)’입니다. DP는 2006년에 VESA(Video Electronics Standards Association: 영상전자표준위원회)에서 첫 번째 표준(버전 1.0)을 지정하며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는데, 이는 인텔, AMD, 델, HP, 애플과 같은 PC 관련 업체들의 강한 지지를 받았습니다.
DP는 디지털 영상 신호뿐 아니라 디지털 음성도 하나의 케이블로 출력할 수 있으며, 커넥터의 크기도 HDMI와 유사하게 작습니다. HDMI가 컴포지트나 컴포넌트와 같은 AV기기용 영상 인터페이스를 대신하는 목적이 컸다면, DP는 D-Sub나 DVI와 같은 PC용 영상 인터페이스를 대체할 목적으로 태어난 것입니다. DP는 PC용 디스플레이에 특화된 인터페이스답게 다중 모니터 출력과 관련된 기능이 충실합니다. 하나의 포트를 여러 갈래로 나누는 전용 허브(hub: 분배기)를 사용하면 1개의 DP에서 복수의 모니터로 각각 다른 화면을 출력할 수 있습니다. AMD의 그래픽카드인 라데온 HD 5000/6000 시리즈는 하나의 DP당 3대씩, 2개의 DP를 사용할 경우 최대 6대의 모니터를 연결해 하나의 화면처럼 쓸 수 있는 ‘아이피니티(Eyefinity)’ 기술을 적용한 바 있습니다.
위와 같이 DP는 HDMI와 비슷한 점이 많은 규격입니다. 그리고 디지털 방식의 영상을 전송한다는 점에서는 DVI와도 유사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DP는 변환 케이블이나 변환 젠더를 이용해 HDMI나 DVI 포트에 꽂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 HDMI포트에 꼽을 경우에는 영상과 음성이 동시 출력되며 DVI의 경우에는 영상만 출력됩니다. 다만, 출력기기(PC 등) 측의 DP에서 디스플레이기기(모니터 등) 측의 HDMI나 DVI로 영상을 출력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반대의 경우는 되지 않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만약 출력기기에 HDMI나 DVI 포트만, 디스플레이기기에 DP만 있는 상황이라면 고가의 신호 변환기가 필요합니다.
앞에서 설명한대로, DP는 PC 관련 업체들이 중심이 되어 개발했으며, HDMI와 달리 별도의 로열티가 들지 않는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2010년 전후부터 데스크탑용 그래픽카드 및 노트북, 그리고 PC용 모니터를 중심으로 사용빈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애플은 DP를 가장 적극적으로 제품에 도입하고 있는 PC 관련 업체 중 한 곳입니다. 다만, 애플은 자사 제품에 일반 DP보다 포트의 크기가 작은 미니(Mini) DP를 탑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니 DP는 변환 케이블이나 변환 젠더를 이용하면 일반 DP와 호환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