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차 합격자 분들의 전화들을 받았습니다. 막상 합격자 분들을 쭉 정리해보니 느낀 점을 적어볼게요.
올해 전공 점수를 주는 것이 너그럽진 않았습니다.(오히려 교육학은 모든 사람들이 예상보다 높았음) 예전에는 컷에서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네요. 이번 결과를 열어보니 합격 점수 격차가 너무 커요. 컷에서 붙은 사람도 있지만 10점 이상 난 사람들도 좀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분명한 건 이번 시험이 공부의 내공자들을 잘 걸러낸 듯합니다. 솔직히 저도 이번 시험 해설을 하면서 깊은 한숨이 나오게 하는 것들이 많이 있었어요. 그래서 솔직히 욕도 하면서 풀었어요. "너무 배려가 없어" 하면서요. 이 시험지를 처음 보는 사람들이 제한된 시간 안에 풀 수 있는 그런 배려요.
그런데 그 와중에도 고득점을 낸 분들을 보니 제가 내린 결론은 역대 기출문제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정확히 재점검하고 시험문제가 2-3년간의 스타일이 아니어서 내 뒤통수를 휘둘려 맞아도 본질을 꿰뚫어보는 안목이 있는 사람이 이기는 시험이고 그건 앞으로도 그렇게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쉽게 말하면 의류의 디자인은 천차만별이고 트렌드가 확확 바뀌는데 의류의 기본적인 본질을 디자이너가 잘 인지했는지가 중요하다는 거죠. 물론 아쉬운 문제도 있었고, 너무 했다고 생각되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본질을 보기 위해서 내용을 이렇게도 보고, 저렇게도 보고, 옆으로도 보고, 그렇게 다각도로 생각해보면서 개념화하는 과정이 너무 중요한데, 오랜 시험기간 동안 여러 차례 도전을 했던 분들이 특정 스타일의 시험 유형을 따라가다 뒤통수를 휘둘려 맞아서 본질에 충실하여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 분들이신 것 같습니다.
한때는 임용시험의 특별한 스타일이 있었습니다. 특정 개론서에서 말하는 것을 맹신하면서 꼭 거기서 말한 것처럼 되도록 그대로 답을 써야 하는...마치 문자대조를 하는 것처럼, 답을 찾는 과정에서 "봐. 여기 있잖아~"이렇게요. 그런데 이제 그게 구닥다리 같은 방식인 것 같아요.
출처는 중요하지만 특정 출처만으로 답을 내는 방식, 다르게 말하면 하나의 개론서를 맹신하면서 공부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그게 통했지만 지금은 그 출처가 특정되지 못합니다. 출제자의 전공에 대한 축적된 지식과 교수적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지도할 때 필요했던 암묵적 지식들이 논문, 개론서들과 함께 버무려지고 있죠. 바로 이 시험이 어려워졌다고 느낀 점이 될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깊이가 있는 내공자를 찾아지게 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올해 시험의 충격, 그리고 엄격한 채점으로 공부 방법에 대한 방황을 하시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누구의 강의를 들었어? 무슨 책으로 공부했어가 아니라, 지금 많은 수험생들은 공부 방법이 뭐야? 가 가장 궁금한 점이 되었습니다.
공부 방법의 왕도가 없다고 하지만 매일매일 근면성실하게 살 수는 없기에, 방향과 설계가 참 중요할 것 같습니다.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에 확신을 한다면 아픈 결과라고 할지라도 또다시 꿈을 꾸면서 일어나려고 발버둥을 치죠. 그러나 그 방향에 의심을 갖게 되면 내가 아픈데 일어나서 나아가야 하는 게 맞는 건가, 이게 내 인생에 극히 아주 조금 온 길이라고 생각된다면 다시 원위치로 가야 하는 게 맞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요.
열심히 뭔가를 하겠다는 계획을 하지 말고, 자신을 더 깊게 알고, 부족한 건 받아들이고, 잘하는 건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방향과 설계의 첫 번째 단추일 것 같습니다. 공부는 자신의 성격을 잘 알고 있어야 하고, 나의 강점을 잘 이용해야 하는 것임을 저 역시도 공부하는 학자로서 되새김질 합니다. 우스갯소리로 MBTI부터 해보라고 하죠.
올해 시험을 보신 우리 예비 음악 선생님들. 음악적 언어와 일상의 언어는 정말 다르고 그걸 이해하는 방식도 다르답니다. 그것 때문에 우리가 다른 과목들과 또 다르게 힘든 부분이랍니다. 시험을 준비하는 단계는 내용학으로 들어가기 전에 내가 어떤 태도와 관점으로 이 학문을 대하고, 어떻게 사고해보려고 시도할 것인가가 먼저지요. 저도 그 과정이 참 힘들었습니다.
어릴 때 음악밖에 모르던 제가 마음속에 그 지식은 있는데 그걸 언어로 명확하게 풀어낸다는 게 너무 어려웠습니다. 지금도 그렇구요. 그건 내용을 무작정 외운다고도 아니고 앞서 말한 그 태도, 관점, 사고 방식... 그러니까 제가 바뀌어야 하는 문제였어요. 그러니까 음악을 교수하는 교수자의 전문성은 우리가 마음속에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명확하게 다른 언어로 풀어내야 하고 그것이 그 누가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져야 한다는 점이죠.
그러다 보면 이 학문의 본질이 꼭 보일 겁니다. 그리고 그걸 알다 보면 왜 위대하신 분들의 최종적인 과업은 교수자의 역할인지 알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여러분들도 그러한 길을 가고 계시는 거구요. 여정이 너무 고되지만, 그래서 이 시험이 엿같이 느껴질 정도로 진절머리가 나지만 교수자로서 아직은 부족한 내가 성장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해주세요.
그래서 이 시험이 아무나가 도전하는 시험이 아니라는 겁니다. 적어도 여러분들은 이미 사범대학교에서 그리고 교육대학원에서 교수자의 잠재력을 인정받으신 분들이십니다. 그 선택에는 분명 고심과 엄중함이 있었던 거니 선택되었던 여러분들의 무한한 잠재력을 스스로 던지지 않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와 상담이 필요하실 것 같은 분들은 Ana0919로 하세요. 제가 다음주는 상담주간으로 잡아뒀습니다.
노량진 연구실로 오셔도 되고, 전화로도 하셔도 되구요. 아무쪼록 지친 마음을 잘 보듬아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