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수도승이 제자와 함께 여행을 떠났다. 밤이 되어 머물 곳을 찾던 그들은 황폐한 들판 한가운데서 오두막을 발견했다.
헛간 같은 집에 누더기 옷을 입은 부부와 아이들이 살고 있었다. 집 주위에는 곡식도 나무도 자라고 있지 않았다.
여윈 암소 한 마리만 묶여 있었다.
수도승과 제자가 하룻밤 잠자리를 청하자 그 집 가장이 친절하게 맞이하며 우유로 만든 간단한 음식과 치즈를 대접했다.
가난하지만 너그러운 그들의 마음씨에 제자는 감동받았다.
식사를 마친 수도승이 그들에게 도시와 마을로부터 멀리 떨어진 척박한 곳에서 어떻게 먹고사는지 물었다.
아내가 쳐다보자 남편이 체념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에게는 암소 한 마리가 있습니다. 우유를 짜서 마시거나 치즈를 만들어 먹습니다. 남으면 마을에 가져가 다른 식량과 바꿔 옵니다. 그렇게 근근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튿날 아침 수도승과 제자는 감사의 인사를 하고 길을 떠났다. 산 모퉁이에 이르렀을 때 스도승이 제자에게 말했다.
"가서 암소를 절벽 아래로 밀어뜨려라."
제자는 귀를 의심했다.
"그들은 암소에 의지해 겨우 살아가고 있습니다. 암소가 없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고, 굶어죽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수도승은 다시 지시했다.
"얼른 가서 내 말대로 해라."
젊은 제자는 무거운 가슴을 안고 몰래 오두막으로 돌아갔다. 그 가족이 전적으로 암소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음을 알기 때문에 그들의 미래가 걱정되었지만 지혜로운 스승의 명령을 무조건 따르기로 서약했기 때문에 암소를 절벽 아래로 떨어뜨릴 수 밖에 없었다.
몇 년 후 그 제자 혼자 여행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전에 묵었던 그 오두막 부근을 지나게 되었다. 후회의 감정이 밀려오면서 그 가족을 찾아가 용서를 빌기로 마음먹었다. 모퉁이를 돌아 예전의 장소로 들어선 그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한때 다 쓰러져 가는 헛간 같은 오두막이 있던 자리에 아름다운 집이 세워져 있고, 정성들여 가꾼 꽃밭이 주위를 에워싸고 있었다. 새 집에서는 풍요와 행복의 분위기가 풍겼다.
제자가 문을 두드리자 소박하지만 품위있는 차림의 남자가 나왔다. 제자가 물었다.
"전에 이곳에 살던 가족은 어떻게 되었나요? 그들이 굶어죽게 되어 당신에게 이곳을 팔았나요?"
남자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자기들은 줄곧 그곳에서 살아왔다고 말했다. 제자는 자신이 늙은 스승과 함께 여러 해 전 그곳에서 하룻밤 묵어 간 이야기를 하며 다시 물었다.
"이곳에 살던 그 가족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나요?"
남자는 그를 집 안으로 초대해 음식을 대접했다. 그런 다음 어떻게 자기 가족의 운명이 바뀌었는지 설명했다.
"우리에게는 암소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그 암소에 의지해 겨우 생계를 이을 수 있었죠. 다른 것은 가진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암소가 절벽에서 떨어져 죽고 말았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무엇이든 해야만 했고, 새로운 기술들을 배워야만 했습니다. 새로운 삶의 길을 찾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그것은 우리에게 일어난 최고의 행운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전보다 훨씬 잘살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안전하게 살아갈 때 신은 우리를 절벽으로 밀어뜨린다. 거센 파도가 당신을 후려친다면 당신이 새로운 삶을 살 때가 되었다는 메시지이다. 그 어떤 상실과 잃음도 괜히 온 게 아니다. '신은 구불구불한 글씨체로 똑바르게 메시지를 적는다'라는 말이 있다. 당신은 절벽으로 밀어뜨려야 할 어떤 암소를 가지고 있는가? 그 암소의 이름은 무엇인가? 당신의 인생이 의존하고 있는, 그래서 더 나아가지 못하게 당신을 붙잡고 있는 것은? 당신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것이 가장 큰 장애물일 수 있다. 그렇다면 스스로 그 암소를 절벽에서 밀어뜨려야 한다. 인생 여정에서 더 확장되고 더 자유롭게 위해.
영적 교사 페마 초드론은 말한다.
"당신이 안전하고 확실한 것에 투자하는 데 관심이 있다면 당신은 행성을 잘못 선택한 것이다."
- 류시화 -
이 글이 유독 마음에 와 닿아서 옮겨 봅니다.
마당이 있는 집, 구름산 자락에 터를 잡고 이곳에서 생활한지 4년입니다.
봄여름가을겨울 이쁘지 않은 곳이 없이 너무 좋은 이 공간을 떠날 날이 이제 얼마남지 않았네요.
영구터전이 모습을 드러내고 색을 입히는 과정만 남았습니다.
참 좋은데,,, 참 편한데,,,, 구지 험한길 택하며 이길을 가야할 이유가 있을까?
참 많은 질문들을 해 보았습니다. 누군가는 답을 찾았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알지만 흔쾌하지 않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여전히 모르겠지요.
모두가 똑같은 마음일순 없습니다. 세세히 설명하여 납득시킬수도 있겠지만.
늘 그렇듯,, 한 아이가 우리에게 온 이유, 우리가 이렇게 인연이 되어 마주하게 된 이유를
우리는 그저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거라고 마음에 담을 뿐입니다.
영구터전 역시 여러저러한 사정과 이유로 수없는 시간과 고민속에 우리숲에 있지만
실상은 다 그럴만한 인연이였기에 우리앞에 있음을 압니다.
그래서 왜?라는 질문을 언제부터 안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거창하게도 절벽으로 밀어뜨린 편안하게 머물고 싶은 암소였겠지만,,,
새 터전의 기운이 좋아 어쩜 우리에게 딱맞는 공간들이 만들어지고,
식구들도 늘어나고,
어떻게 할까? 무엇을 할까? 편하게 즐겁게 미래를 생각하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