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집울타리와 개집(철망, 판넬, 플라스틱 개집)

이전의 개집.' 판넬로 만든 데크' 안에 플라스틱 개집이 있다.
*개집 이사
우리집 마당에서 제일 전망이 좋은 자리에 개집이 있다. 개집만 있다면 상관없는데 큰 울타리까지 있다. 사람이 개한테 치여사는 형국이다. 언벨런스! 여기엔 사연이 있다. 이 자리가 전망좋은 원두막 최적지이다. 온 동네가 한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6년 전 이사올 때 가져온 원두막은 마당 뒤켠에 내려놓았다. 전망이 좋은 대신 온 동네 눈에 띄는지라 (무더운 농사철에 원두막 그늘에서 한가하게 앉아있다가) 서로 불편할 수 있어서다.
울타리는 개의 본성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어서다. 틈만 나면 발정하고, 그러면 본적도 없는 수캐가 와서 합방을 하는데 새끼들을 키우기도, 누구 주기도 힘들어서다. 어쩌다 전망좋은 공간을 개가 차지하고 호사를 누렸다. 6년 정도 지나니, 주민들과는 웬만큼 알만한 사이가 됐고, 마당 주변에 나무도 아쉬운대로 자라서 적당히 가릴만 하기에 각자 제자리로 돌리고 싶었다.
그러자면 일단 플라스틱 개집과 판넬로 만든 개집 데크부터 옮겨야 한다. 실외개집으로는 습기가 들어오지 못하는 플라스틱 개집도 괜찮다, 무엇보다도 돈과 시간이 절약되고 개도 나름 만족한다. 데크가 있으면 금상첨화인 플라스틱 개집이다. 판넬로 만든 데크안에 플라스틱 개집을 넣었다.
*개집 울타리 옮겨짓기부터 시작


마당 끝, 진입로 옆 경사면을 이용하기로 했다. 심한 경사지에 하나의 평지를 만들면 절개면, 성토면이 너무 흉하고 흙 일, 석축 일이 장난아니다. 해서 개집 자리는 높은 곳에 한단 낮은 곳에 약간 경사진 '개의 마당'을 다듬기로 했다.
*판넬로 만든 개집의 데크를 옮기다

개집터 완성, 3면 석축 완성, 울타리 시공 중
능망형 철망으로 만든 이전 개집의 울타리를 해체하여 다시 설치했다. 전에는 울타리를 지지해줄 기둥만 여러 개 박고, 울타리의 땅과 만나는 곳만 단단히 했을 뿐이다. (평소에 순하게 있던 개가 발정기가 되니 울타리 밑을 약간 파고 울타리를 들어올려 탈출하길래 보강한 거임) 이제는 하우스파이프로 모든 면 외곽을 연결했다. 이제 울타리도 전처럼 흐느적흐느적 하지 않는다.
*플라스틱 개집을 넣어주고 완성


개집 울타리 완성. 플라스틱 개집에 판넬 데크를 그대로 옮겨와서 개를 넣어주니 바로 적응한다. 하긴 흙자리 빼고 익숙한 건축과 살림이니까! 집에 있는 재료로, 돌과 벽돌과 흙으로 그리고 있던 철망 뜯어서 여기까지 짓는데 꼬박 3일을 썼다. 이웃에서 와서보더니 보일러만 넣어주면 되겠다고 하신다. 인근에서 유명해질 거란다. 개 전용 마당과 건축물과 울타리에 전망까지 확보했으니. 이제 주인집 더 잘 지키거라~ 개마당은 전에 보다 훨씬 좁아졌다만^^
*시간이 많이 걸린 개집울타리 출입문

개집 울타리 출입문 문짝을 만드는 중

개집 울타리 출입문짝을 제대로 만들어 달아줬다. 문짝 만들어 달기에 반나절이 꼬박 들어간다. 전에 쓰던 문짝을 조금 줄여 쓰는 건데 깔끔하게 하려니 그렇다. 전에는 철망과 하우스파이프가 만나는 곳 전부 철사로 감아줬었다. 당연히 지저분하고 이음매 부분에 찔릴 위험도 있다. 경첩이 없어 굵은 철사로 대신한 것 빼고는 깔끔해졌다. 닭장속에 개 같기는 하지만 ㅠ
개가 뚫고 나가지 못하게 하면 되는 울타리는 쉽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보기에도 괜찮게 하려면 시간, 비용이 곱절 넘기는 건 아무 것도 아니다. 기능성만 고려할 것이냐, 심미성도 고려할 것이냐. 심미성이 좋게 만들어졌다고 해도 개가 호사하는 건 아니다. 인간의 입장에서,구경하는 내가 만족스러운 것이다.
사진을 보고, "저게 무슨 심미성? 지나가던 개가 웃겠다"고 하실 수도 있겠다. 맞다. 내가 봐도 어설프다^^; 하지만 어쩌랴. 멋지게 보이려면 일단 재료가 좋아야 한다. 재활용 능망형 철망보다 울타리용 매쉬나 방부목이 깔삼하다. 내가 말하는 심미성은 보다 좋은 재료를 사용해서라도 보기좋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주어진 재료를 이용하되 간편하게 시공목적만 얻으면 된다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공력을 더 들여서라도 이왕이면 보기좋게도 하고싶다는 의욕이자 결과에 대한 만족감을 뜻한다.
먹기 위해 사는 건 좋지만 살기 위해 먹는 건 슬프다. 기능성만 추구하는 건 어쩐지 슬프다. 살아지는 대로 살기보다는 삶을 기획하며 살고싶다. 심미성은 괜찮은 삶을 사는 것 같은 만족감을 준다. 시간이 나면 집 주변 굴러다니는 방부목 쪼가리나 쓰다남은 사이딩 자재를 찾아 샌드위치판넬은 가려주고 싶다. 삶을 가꿀 수 있다 생각하니 일이 즐겁다. 예술성까지는 못 가더라도 내 형편에 맞는 심미성은 추구하고 싶다. 할 일이 많기는 많다. 자아, 이제 원두막 옮길 준비 해야지!
첫댓글 이전 개집과 비교하면 정말 궁전이네요^^ 아니, 개가 가질 수 있는 집 중에서는 최고급이지요 ㅋ / 삶에서 심미성을 추구하지 않으면 정말 삶의 만족감을 가져다주지 않겠군요. 기능성만 쫓아가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기능성과 심미성의 균형을 잘 맞추어 나름대로의 예술적인 삶을 살아가려 해야겠습니다.
기능성과 심미성 둘 다 잡으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네요... 기능성만 추구하다보면 보기가 않좋고 또 심미성만 추구하다보면 기능이 떨어지니 쓸모없는게 되버리는 것 같아요.. 기능성과 심미성 둘 다 잡겠습니다.~
고미가 집을 옮긴 뒤로는 게으름이 확 사라지고 얼굴에 활기가 돌아서 보기좋아요/
심미성을 추구하는건 거의 예술가들만이 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우리 삶에서도 조금의 심미성을 추구하면 삶의 만족감을 가져다주군요.
저도 이왕하는 것들 심미성을 충분히 살리도록 하겠습니다.
예쁘고 튼실하게 지으신 고미의 집을 개를 키우는 견주들이 개집 짓는 과정부터 보시고 따라 지으면 좋겠습니다.
경사진 자투리 땅을 이용하셔서 반듯하게 아주 잘 지으셨습니다.
고미집 정말 잘 만드셨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