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도 철없는펜션 이야기를 방문해주심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모처럼 닭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2013년 30년 가까이 열정적으로 해 오던 교사직을 갑자기 그만두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그 결정이 잘 된 결정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때 그만두지 않았다면 올해 2월에 정년퇴직을 했겠지요.
1. 명예퇴직 -> 백수 -> 우울증 -> 제주도 철없는펜션 -> 우울증 재발 -> 우울증 탈출?
2. 명예퇴직 -> 백수 -> 다단계로 쫄딱 망하고 *살?
3. 명예퇴직 -> 백수 -> 다단계로 성공?
4. 정년퇴직 -> 백수 -> ?
인생이란 정말 모를 일이지요.
1234번 모두 (백수)와 (?)가 공통으로 들어가니까요.
퇴직 후에 백수생활은 힘들었습니다.
백수생활을 하는 저에게 한동안 삶의 윤활유를 제공한 것이 2015년 키우기 시작한 닭이었습니다.
딱히 닭이 좋아서라기보다는 닭을 키우면서 만난 전국닭사랑모임 카페 활동이 좋았습니다.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카페 회원님들을 직접 만나는 오프라인 모임도 좋았고 온라인 활동도 좋았습니다.
이번 닭장 만들기는 순전히 우리 닭카페 활동을 하면서 배운 것들이라는 점 미리 밝혀 드립니다.
특히 이번 닭장은 동물복지까지 생각하며 고민을 해가며 만들고 있습니다.
제주도에 이민 와서는 건축하느라 지쳐서 닭 키우기를 시작할 엄두가 나질 않았습니다.
닭 사육을 다시 시작할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그만큼 몸과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는 반증이고 우울증에서 정말 벗어났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니까요.
철없는펜션에 오시는 손님들에게 유정란을 공급하겠다는 야심찬(?) 포부씩이나 가지고 닭장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제주도에서는 방사를 해 볼 생각입니다.
닭들이 펜션 옆 숲속에서 놀다가 석양에 들어와서 잠만 자는 닭의 침실을 만들기 때문에 크게 만들 필요도 없습니다.
동물복지까지 고려하면 더 크게 만들어야 하는데 여건이 여기까지 입니다.
방사가 잘 될지 모르겠습니다.
닭이 숲속에서만 놀이주면 좋은데 주변 농경지를 침범할 수도 있습니다.
숲속에서 닭을 노리는 늑대(?)를 만나서 저승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알을 숙소에 낳지 않고 숲속에 낳을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이번 닭장 공사는 제주도에 온 후 제법 신명나는 일입니다.
건축 후 방치되고 있었던 폐자재를 처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남아있는 OSB 합판 한 장으로 지붕을 덮을 만한 크기입니다.
먼저 주변 정리하고 기초를 합니다.
기초라고 해 보았자 남아있는 방부목으로 토대를 만든 것이 전부입니다.
저는 목조주택을 좋아합니다.
철없는펜션은 제가 지은 두 번째 목조주택입니다.
습한 제주도에서 여름에 제습기 없이 쾌적하게 살고 있는 이유는
위치가 중산간이라는 점과 목조주택으로 지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닭장도 건강에 좋은 목조주택으로 짓기로 했습니다.
제법 큰 나무 두 그루가 방풍림 역할을 할 수 있게 위치를 잡았습니다.

닭이 쉽게 올라 다닐 수 있도록 시멘트 블록으로 마루도 만들고~

뜬장으로 할 까 고민을 했는데 작업이 복잡해져서 닭이 흙을 밟을 수 있도록 한다는 명분으로 바닥에 흙을 채웁니다.
포크레인 대신에 삽과 리어카로 성토를 합니다.

생쥐께서 들어오시지 못하도록 바닥에도 구갑망을 칩니다.
바닥에 망을 치지 않으면 백프로 쥐가 들어와 사료를 도둑질합니다.

건축물에서 화장실은 매우 중요합니다.
철없는펜션을 지어놓고 저를 많이 힘들게 했던 부분이 화장실 냄새였습니다.
여러번 시행착오 끝에 지금은 냄새가 나지 않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지금은 화장실 냄새 박사(?)가 되었습니다.
닭은 화장실 문화가 없습니다.
자기들 나름대로 기준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그냥 생각없이 쌉니다.
심지어 자기가 밥을 먹는 밥그릇에도 싸 댑니다.
그래서 닭장 바닥을 콘크리트로 하면 곤란합니다.
저는 닭장 바닥에 돌을 깔아 자연 침투식 화장실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작은 자갈로 큰 돌 사이를 채웁니다.

닭의 발가락이 이렇게 되는 것은 싫어서 제주 화산 송이 성분이 많은 흙으로 또 한 번 덮습니다.

최종적으로 여기에는 모래를 깔아주면 닭이 모래 목욕을 할 수 있어서 좋겠습니다.
저는 원적외선을 방출하는 제주 송이로 마감을 할 생각입니다.

기초 완료~
여기까지 꼬박 하루가 걸렸습니다.

기둥을 세우고 ~
기둥을 세울 때 수직으로 세우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수평자와 아내의 도움이 컸습니다.

기둥이 수직을 유지하도록 가새도 댑니다.

허접하지만 집을 짓는 것과 같이 할것이 많습니다.
보와 서까래도 하고~

태풍에 닭장이 통째로 날아가지 않도록 2m 철근을 박아서 고정합니다.

구갑망을 칩니다.
구갑망을 쳐도 참새가 들어옵니다.
생쥐도 들어 옵니다.
보완책이 필요합니다.
여기까지 또 하루가 갑니다.
아예 백수의 놀이터가 되었습니다.

철망 밖으로 사과박스를 뜯어서 비바람을 막아줍니다.
참새와 생쥐도 못들어 옵니다.

빈티지 느낌이 팍팍 나는 한쪽 벽면 완성~^^

지붕에 OSB 합판을 통째로 붙이고 지붕 방수를 위해 방수시트 대신 비닐을 세 겹 칩니다.
닭장의 수명은 6년 정도로 보고 내 나이 70이 되면 뜯을지 다시 지을지 모르겠습니다.
나이 70이라~~

닭장에는 횟대가 꼭 필요합니다.
먹이활동을 안 할 때 특히 잠을 잘 때 횟대에 올라가서 잡니다.
그냥 편하게 누워 자지 않고 서서 잡니다.
횟대를 만들었습니다.

횟대를 보면 중간에 높은 부분이 있습니나.
닭은 서로 평등하지 않습니다.
그들 나름대로 서열을 중시하는 못된 문화가 아직도 존재합니다.
가장 높은 서열은 잠을 잘 때 가장 높은 곳에서 잡니다.
그 서열을 인정해 주기 위해 왕의 자리를 만들어 줍니다.
그 왕을 리더로 인정해 줘야 닭 사회가 안정이 되고 평화롭습니다.
그 왕이 숲속에서 부하들을 데리고 다니며 정국이 안정됩니다.

이제 마지막 신의 한 수가 남았습니다.
작년에 당근을 통해서 나눔 받았던 기와를 지붕에 올렸습니다.

어울리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내가 크게 만족합니다.
저는 37년 동안 오로지 일편단심 아내의 만족을 위해서 살아왔습니다.
그 만족에 저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저의 만족의 기준은 항상 아내의 만족의 여부였습니다.
지금 무엇인가를 말하고 싶은데 직접 표현을 못 하고 변죽만 울리고 있습니다.
이 정도에서 이해를 하지 못하시는 분에게 감이 떨어지신 것이라고 말씀을 드리지는 않겠습니다.
저의 표현력 부족이지요.
여기 닭장에서 수탉이 유정란을 만들 때 암탉을 너무 힘들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제라도 이해를 하셨다면 그대의 이해력은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기에 충분합니다.
ㅎㅎ
재미있게 읽어주셨다면 감사드립니다.
좋아요 눌러주세요.
이웃도 해 주시구요.
서로 이웃은 더 좋구요.
감사의 마음을 저의 평생 사부님께서 보내주신 귀한 사진으로 전합니다.



정말 멋진 사진입니다.
선생님께서 이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서 몇 시간을 기다리셨는지 모릅니다.
사진을 보내주신 선생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첫댓글 ㅎㅎ 통풍은 잘 되게 만드셨지요?
통풍은 잘 되어야지요.
너무 덮지 않도록 신경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철없는펜션(제주) 장닭은 딱 한마리만 키우셔야 ㅎ
@연해주(경산) ㅎㅎ
그래야 지들끼리 싸우지 않겠지요?
감사합니다
서너 마리도 괞찬겠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펜션 손님들에게 유정란 공급할 만큼만 키울랍니다.
멋진 달구집 이네요 고생하셨 읍니다
지부장님
잘 지내시지요?
감사드립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최고 입니다ㅎㅎ
ㅎㅎ
칭찬에 무한 감사드립니다
닭장 잘만셨내요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송골매님도 좋은 하루되세요
최고의 5성급 호텔이네요~
ㅎㅎ
멋진 칭찬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읽어보는중에 TV로 보고있는듯 머리속에서 그림이 막 그려집니다
어떻게 이렇게 생동감있고 맛깔스럽게 읽고있는중에도 자꾸재미가 있어지는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호텔같은 닭장을 건축하시느라 고생과 수고로움이 컸습니다
이제 부터는 알을 슝~~ 잘낳고 맛도좋은 달구선택을 잘하셔서 멋지게 잘키우시길 기원드립니다
이렇게 좋은 칭찬과 응원의 댓글에 어떻게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ㅎㅎ
감사드립니다
시골님도 오늘 하루 멋진 하루되소서
쥔집은 양옥집에
내집은
번지없는 함석기와집.
ㅎㅎ
번지없는 주막집?
ㅎㅎ
번지를 부여해야지요.
지부장님
감사합니다
@철없는펜션(제주) 요즘은 도로명 입니다.
@화성인 (충북지부장) ㅎㅎ
도로명없는 주막집은 웬지 이상합니다.
사람 냄새가 안나유~~
ㅎㅎ
멋진 닭집이 탄생했군요~^^
아래 야조는 철새인 후투티군요~머리깃이 이쁘지요~^^
새 이름을 몰랐는데 덕분에 알게되었습니다
한편의 단편소설을 읽은 듯 하네요
위대한 작가선생님이
학생들을 모아놓고
소설이 명작이 되기위해선
첫째 종교(신)의 이야기가 들어가야 되고,
둘째 신분(귀족)이 높은 사람들 이야기가 들어가야 대중이 좋아하고,
셋째 러브라인이 형성되어야 하며,
넷째 미스터리가 있어야 한다고 했답니다.
어느 학생이 이렇게 썼다지요..
" 오, 신이시여... 이 남작부인의 뱃속에 있는 아이는 대체 누구의 자식이란 말입니까?"
교수님은 만점을 주셨다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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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마지막 구절에 뭉클했습니다. ^^
(동병상련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네요 ㅎㅎㅎ)
아주 가끔은
아주 작은 일로
본인이 만족하는 일탈(삶)을 꿈꾸시는 것도 좋을듯 합니다 ...
ㅎㅎ
지누님께서 멋진 수필 한 편을 써 주셨습니다.
감동입니다.
부족한 저의 글을 그리 봐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날마다 하루하루가 건강하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