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훈 간사님의 제안으로 만화 <영생을 주는 소녀>를 읽고 모였어요. 교회 내 여성 폭력에 대한 현실에 근미래적 과학 기술을 접목해서 만든 SF 만화인데요. 장르가 SF드라마 이어서 상상이 가미되어 있지만, 현실이 아니라고 할 수 없는 한국교회의 모습을 담고 있어요.
과연 '사람은 변할 수 있을까' 라는 화두를 던져요. 지은 죄를 하나님으로부터 용서 받았다고 하는 사태가 문제가 있었던 당사자에게 마땅한 용서를 구하지 않습니다. 여영부영 넘어가니 지은 죄를 반복하고 그 행동은 대범해집니다. 한국교회가 회개가 무엇인지 모른채 회개를 외치고만 있는 꼴인데, 꼭 교회만 그런건 아닌것 같아요.
이야기 나누며 죄에 대한 판결을 내려주는 존재(신, 판사)가 무죄를 선언하면, 피해를 입은 사람에게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인식을 구조화하는 법적 체계의 맹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돈으로 모든 것을 떼우는 것도 생명을 생명으로 대하지 못하는 중요한 요소이고요. 모임하며 나왔던 한 이야기인데요. 과실이 분명한 교통사고가 발생했어요. 사고 가해자는 피해를 보험처리했어요. 가해자는 그것으로 되었다고 여겼는지 피해자에게 찾아와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한번도 하지 않았다고 해요. 피해자는 보험사 직원과만 만났다고 하고요. 씁쓸했어요.
문제가 생기면 덮고 가는 경우가 대다수여서 일까요? 어느 청년단체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을 알리는 데, 자신들이 이 과정을 선도적으로 잘 해가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과정 알리는 기운을 보며, 일어난 문제를 다함께 돌아보는 시간을 제대로 갖고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죠.
모임 때는 1편을 읽고 왔는데요. 모임 후에 2편도 읽어보았어요. 같은 작가가 그린 <비혼주의자 마리아>도 보았고요. 그리는 내용이 우리 현실 이야기여서 많은 공감과 함께, 그 결말은 현실의 강고함을 확인하는 것이었어요. 그렇게 결말을 맺은 것에 대한 작가의 말이에요.
쓸데없는 희망을 주고 싶지 않았어요. 어떤 사람들은 책 한 권만 읽고도 마치 그 분야에 대해 모든 걸 깨달은 것처럼 행동해요. 자기는 할 일 다 했다고 느끼는 거죠. 현실은 전혀 변하지 않았는데, 나 혼자만 깨닫고 시원한 마음이 들었을 때 그 자리에 멈추곤 해요. 깨달음을 얻는 카타르시스가 독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좀 찜찜할 수 있는 결론을 내렸어요. -[인터뷰] <비혼주의자 마리아>(IVP) 안정혜 작가-
<영생을 주는 소녀> 2편을 읽어가는 마지막에 장기휴재 공지를 보았어요. <비혼주의자 마리아> 연재 마무리될 무렵, 많은 폭력과 성차별 문제가 있었고 교회와 사회도 그다지 변화의 조짐이 보이지 않아서 시작한 <영생을 주는 소녀>였는데요. 작가 부부의 출산, 육아, 살림의 상황 가운데 만화 일을 경계없이 이어간 가운데 어려움을 맞아 장기휴재하게 된 것이었어요. 마주하는 어려움을 수면 위로 떠올렸는데 바뀌지 않고 그대로인 현실을 계속 마주하면, 도리어 깊은 체념에 빠지지 않을까 싶어요. 작게라도 이기는 경험을 지속하여 쌓아가는 관계가 너무도 중요함을 다시금 새겼어요. 누구의 아내, 남편으로 불리지 않고, 더불어 육아하며 경력단절 없이 은사와 재능을 이어가는 것과 같은 불가능하다 여기지지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경험을 함께 이어가며 스스로도 모르게 어느새 변해 있는 자신을 발견해요. 이러한 관계가 새로운 문화와 문명, 세상을 만들어요. 이 관계를 힙 입어 청년들과 이 삶 잘 나누고 또 그렇게 살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