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중루의 지리산 둘레길 기행, 제19구간<오미↔난동> 걷기
1. 지리산 둘레길과 이순신길 백의종군로
산록을 따라 한 바퀴 에두르는 지리산 둘레길은 21개 구간으로 나뉘고, 각 구간은 시종점으로 한 길로 잇대어 있다. 구간
별 시점은 지난 구간의 종점이고, 종점은 다시 다음 구간의 시점이 된다. 그런데 예외 구간이 있다. 구례군 오미↔난동을
잇는 제19코스 둘레길이다. 같은 구간 제18코스(오미↔방광)는 둘레길 취지에 맞게 산록을 에돌아가는 길인데 반해 제19
코스는 구례 석주 산성과 운봉을 잇는 백의종군길 중 일부(섬진강 강변과 서시천 둑길)로 돌아가는 산록 바깥 길이다. 지
리산 둘레길 종주길에 특별한 이 길을 걷는 건 실로 의미 있는 덤길(더하여 걷는 길)이 아닐 수 없다. 백의종군길은 서울
에서 남원 운봉(雲峰)까지 종축으로 이어지고, 운봉에서 구례를 거쳐 순천으로 오가며, 다시 구례에서 하동 산청 사천 남
해로 이어진다. 지난 주말 지리산 둘레길을 가며 바로 남도의 이 길을 걷고 왔다. 이순신길, 순례의 길이다.
2. 충무공이 걸었던 구례 섬진강과 서시천 길
규모가 큰 지리산은 산세가 높고 웅장하여 사방의 능능곡곡을 따라 물길이 에돈다. 산록을 한 바퀴 에두르는 둘레길을
가노라면 곳곳에서 크고 작은 강과 하천을 만난다. 섬진강도 그중 하나다. 영산강과 함께 호남의 젖줄을 이루는 강은 순
창과 곡성을 돌며 순자강(鶉子江)이 되었다가 구례 오산을 휘돌아 지리산 품으로 와서는 다시 섬진강이 된다. 섬진강은
희고 입자가 고운 모래가 유별하다. 그래서 이 강의 옛 이름은 모래 가람이고 또 다사강(多紗江)이 었다. 800여 년 전, 노
략질을 일삼던 왜구가 이 강 하구로 쳐들어 오자 수많은 두꺼비들이 울부짖어 그들이 피해 갔다 하여 섬진강(蟾津江)이
되었다 전한다.
보름 만에 다시 찾은 토지면 오미 마을은 모내기를 막 마친 들녘이 제법 푸르고, 곡전재의 높은 돌담은 울울한 청라 넝
쿨이 싱그러움 더했다. 동구 밖 들길을 따라 용두리를 지나 섬진강 둑길을 찾았다. 초여름 섬진강이 한 가슴을 열고 시
원히 맞아 준다. 섬진강은 특별히 이 강을 즐겨 노래하는 '섬진강 시인' 을 두고 있는 강이다. 섬진강 어린이들과 동화
같은 삶을 사는 시인 김용택이 그 주인공이다. 이 강을 찾을 때면 그가, 그리고 그가 노래한 시구(詩句)가 떠오른다. 그
는 시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나요' 에서 "매화꽃 꽃 이파리들이 하얀 눈송이처럼 날리는 섬진강을, 푸른 강물 하얀 모래
밭에 날 선 푸른 댓잎이 사운대는 섬진강가에 서럽게 서보았냐?" 고 묻는다. 정녕 한 폭 진경 산수화를 대하는 듯한 시
다. 그러고 보니 지난 봄 나의 지리산 둘레길 하동 구간 종주는 특별했다. 춘삼월 하동읍을 지날 적에 섬진강 양안 하동
과 광양의 활짝 핀 매화를 보았고, 악양을 지날 땐 또 만개한 화계 십리의 벚꽃길도 보았다. 꽃비인 듯, 하얀 눈송이인
듯, 섬진강에 흩날리는 매화 비(梅花雨)와 앵화 비(櫻花雨)를 해 저문 밤길에서도 보았었다.
한낮의 섬진강은 한가로웠다. 해 질 녘이면 지리산이 얼굴을 씻는다는 강은, 오산의 실루엣을 한편에 담고, 짝을 지은
백로(白鷺)와 흑로(黑鷺)가 날아들어 잔잔한 파랑을 일으키고 있었다. 청산은 우뚝하고, 푸른 물 넘실대니 청한(淸閑)한
마음 절로 일어 물멍에 젖게 한다. 용호정(龍湖亭)을 지나고, 화엄사의 향내와 풍경소리를 머금은 마산천을 건너, 서시
천을 따라 난 둑을 걸었다. 서시천은 지리산 서북능선 만복대의 남상(濫觴)들이 모여 이룬 물길이 산동을 흘러 지리산
서남쪽 산록, 마산면과 광의면 들녘을 굽 돌아 안고 흐르는 대천이다. 서시천 둑길은 주인이 있다. 남원 운봉과 구례를
잇는 남도 백의종군길, 그 주인은 이순신 장군이다. 장군께서 걸었던 그 길을 거슬러 걸었다. 일반적으로 길은 주인이
없다. 걷는 사람이 주인이다. 길은 어디나 양방향, 내가 걸어온 길을 앞에서 걸어온 사람이 걸어가고 그 사람이 걸어온
길을 내가 또 걸어간다. 내가 지나온 나의 길은 그 사람 길이 되고, 그가 지나 온 그의 길은 다시 나의 길이 된다. 서시
천 이순신길을 가며 잠시 가차해 나의 길을 만들고 보니 그래도 장군께 송구한 마음 일어 헤진 포의(布衣) 자락을 펄
럭이며 걷던 장군을 그려 보았다.
구례읍 나들목 냉천 교차로를 지나고, 서시정과 천변에 조성한 지리산 생태공원을, 서시 2교 다리 밑 징검다리를, 천
은천 변 광의면사무소를 지나 구만리 저수지를 찾았다. 소수력발전소를 겸한 구만 댐은 바닥을 보일 정도였다. 산 높
고 골 깊은 지리산도 오랜 가뭄에는 어쩔 수 없이 목이 말랐다. 호수 위의 산허리에 있는 지리산 호수 리조트는 호수
라는 이름이 애처로웠다. 광의면 최 북단 온당리, 온수동을 지나 제19코스 종점이 있는 난동 마을을 찾았다. 노고단
아래 종석대에서 분기한 작은 산줄기가 시암재, 간미봉, 지초봉을 이으며 서쪽으로 뻗어 내려 마지막으로 솟구친 까
치절산 아래에 있는 산록이다. 노독이 갑자기 몰려왔다. 때 이른 더위 속 50리 길은 만만치 않았다.
촬영, 2022, 06, 04.
▼ 구례 토지면 오미리 마을과 운조루
▼오미 마을 쉼터 옆, 지리산 둘레길 제18, 19코스 시종점(들머리와 날머리)
▼ 제19코스 <오미↔ 난동> 구간(이순신길 백의종군로 지도
▼오미 시점 앞 곡전재
▼ 곡전재
▼토지면 용두리 앞 섬진강 둑길에서 본 용두리 들녘
▼섬진강 변 용두리 둑길의 이순신길 백의종군로
▼용두리와 오미리 들녘
▼ 섬진강 변 용호정 - 1
▣ 용호정(龍湖亭. 구례 향토문화유산 제3호. 구례군 토지면 용두리 486)
1910년 경술국치 후 이 고장 향사들이 모여 선현들의 우국 유지를 추모하여 건립한 정각임
▼ 섬진강 변 용호정 - 2
▼ 용호정 뜨락 밤꽃
▼구례 화엄사 계곡을 흘러온 마산천 / 섬진강으로 흘러드는 합수머리
▼ 필자의 인증
▼섬진강 수달 서식처
▼ 섬진강 보
▼섬진강으로 흘러드는 서시천 합수머리
▼ 서시천
▼ 냉천 교차로
▼ 구례 시가
▼구례 체육공원 주변 이순신길
▼서시정
▼ 서시천 연하교
▼지리산 둘레길 구례센터
▼서시천 '지리산 생태 공원' - 1
▣ 지리산 생태 공원 -
서시천 둔치에 조성한 생태 공원으로 지리산 반야봉에서 천왕봉에 이르는 주능선 여러 봉우리들을
축소해 꾸미고 실제와 같은 정상석을 세워 놓았다.
▼ 서시천 '지리산 생태 공원' - 2
▼ 서시천 '지리산 생태 공원' - 3
▼ 서시천 둑 벚꽃 터널을 맞은 이순신길
▼서시천
▼ 서시천 메타스퀘이어 길 - 1
▼ 서시천 메타스퀘이어 길 - 2
▼ 서시천 메타스퀘이어 길 - 3
▼서시 2교와 징검다리
▼ 견두 지맥 형제봉, 천왕봉 자락을 가로지르는 '순천 ↔ 완주 고속도로'
▼ 접시꽃
▼ 구례 용방면 선월마을
▼광의면 사무소와 천은천
▼ 광의면사무소
▼ 광의면 뒷산 능선 / 지리산 종석대에서 시암재, 지초봉, 까치절산을 이으며 산동면과 경계하며 서쪽으로 뻗은 줄기
▼ 여름 코스모스
▼광의면 구만리 동구
▼ 서시천 구만저수지 / 작은 수력발전소 시설 갖춤
▼지리산 호수 리조트
▼ 광의면 온당리, 온동(온수동) 동구 버스 정류소
▼ 온당리, 온동마을 표지석
▼온당리, 난동 마을 동구
▼ 난동 마을 쉼터
▼ 광의면 온당리 난동 마을, 지리산 둘레길 제19코스 시종점
▼까치절산(295m) 아래 모노레일(설치 예정) 매표소와 주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