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2011.3.11
듀퐁, BP 등 다국적기업 앞다퉈 진출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농업을 미래 우주산업, 나노공학과 같이 미래를 여는 열쇠라고 정의한 바 있다. 일본 정부도 ‘농업이 일본을 구한다’는 기치 아래 첨단 기술, 건강, 관광, 에너지와 연계한 새로운 가치창출을 도모하고 있다.
농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1차적인 원인은 인구 때문이다. UN에서는 향후 2050년이 되면 세계 인구가 90억 명이 넘을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경우 2050년이 되면 인구가 약 79억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해졌다.
그러나 농업과 관련, 핫이슈인 환경문제가 결합되면서 과거처럼 손쉽게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 어려워졌다. 농산물 생산에 대한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농업에 신기술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유럽연합, GMO의 무해성 지지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농업 분야 신기술은 IT, BT 등 첨단 기술들과 연계해 그 영역을 광범위한 분야로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술로 농업, 축산업 및 식품과 관련된 그린 바이오 기술, 의학 및 제약과 관련된 레드 바이오 기술, 식물과 같은 재생자원을 이용해 연료와 소재를 생산하는 화이트 바이오 기술 등이 있다.
또한 LED 등 IT 기술이 발전하고 고기능 분리막 등 정밀 화학제품이 등장하면서 빛, 토양, 수질 등의 환경 조건을 식물 상태에 맞게 최적 상태에서 관리할 수 있는 식물 공장 같은 사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밖에 옥수수대, 나무 줄기와 같은 바이오 매스를 연료로 활용하는 기술, 미역, 우뭇가사리와 같은 대형 해조류나 식물성 플랑크톤, 클로렐라 같은 미세 조류 생물을 이용한 바이오 기술 등이 있다.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분야는 식량 증산을 위한 유전자 변형작물(GMO) 개발이다. 과거 종자 개발은 시간도 많이 걸리고 성공 확률도 높지 않은 육종 기술에만 의존해 왔다. 그러나 최근 유전자 조작 기술이 발전하면서 보다 쉽게 다양한 종자를 개발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그동안 GMO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오던 EU도 최근 ‘GMO에 대한 10년 연구 보고서’를 통해 GMO의 안정성을 지지하면서 향후 식량 분야에서 종자 개발은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종자 개발의 폭도 넓어지고 있다. 그동안 종자회사들은 채소·과일 등 다품종 소량 생산 작물의 종자개발이 효과가 낮고, 더욱이 농약 개발 시 각 품종에 대해 따로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번거로움 때문에 옥수수, 쌀과 같은 대량 생산 작물종자 개발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바뀌고 있다. 미쓰이 화학은 2006년 다이이치 산쿄의 채소· 과일용 살충제 사업을 인수한 후 2009년 ‘미쓰이 화학 애그로’를 설립했고, 스미토모 화학의 경우 채소·과일용 농약 개발에 힘쓰는 한편 일본 내에서 토마토와 딸기 재배를 목적으로 한 농장 사업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 야채 신품종 개발로 신시장 개척
또한 해외 시장 확대를 위해 2010년 4월에는 호주 농화학 기업인 뉴팜(Nufarm)의 지분 20%를 인수했다. 니폰 소다(Nippon Soda)의 경우 2010년 3월 다우의 농화학사업 부문으로부터 채소, 과일, 잔디 등에 유용한 테부페노자이드(Tebufenozide) 살충제 사업을 인수했으며, 최근 채소·과일용 살진균제를 개발 중이다.
LG경제연구원 유기돈 연구위원은 향후 대량 생산 품종에 비해 진입 장벽이 낮은 특정 품종을 대상으로 한 종자, 농약 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점차 많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미쓰비시 화학은 야채 공장 시스템을 패키지화한 컨테이너 야채 공장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으며 조만간 중동의 카타르로 납품할 예정이다.
미쓰비시 화학은 식물 공장에 산요 전기의 태양 전지와 리튬 이온 배터리 시스템을 설치했으며, 일본 상사인 소지츠(Sojitz)의 경우 바이오 벤처 기업이 새로 개발한 특수 필름을 활용한 저비용 기술을 채택하면서 재배 비용을 크게 줄였다.
미쓰비시 플라스틱은 자회사인 MKV 드림을 통해 토마토 등 야채류 식물공장 기술을 개발했으며, 이를 활용해 약용 식물 인공 재배에 착수할 계획이다. 2012년 감초 생산을 위한 식물공장을 운영하고, 2013년에는 가공 기술을 개발해 생약 원료 비즈니스에 적극 참여한다는 복안이다.
농업의 기술혁명은 에너지 분야로 이어지고 있다. 바이오 연료가 그것이다. 당초 바이오연료는 온실가스 감축 목적으로 개발된 것이다. 그러나 개도국을 중심으로 한 식량부족 사태, 아마존 강 유역 등의 삼림파괴 문제 등을 촉발하면서 세계적인 논란을 불러일으켜 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기업들은 옥수수, 밀 등을 사용하는 1세대 바이오연료보다는 작물의 줄기, 폐목재 등을 사용하는 2세대 바이오연료, 더 나아가 물속 조류(藻類, algae) 생물을 사용하는 3세대 바이오 연료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핀란드의 목재·제지기업인 UPM은 2세대 바이오 연료 개발을 위한 연구를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핀란드와 스웨덴 합작기업인 스토라 엔소(Stora Enso)도 폐목재로부터 바이오 연료를 생산하기 위해 정유 기업인 핀란드의 네스테 오일(Neste Oil)과 협력하고 있다.
엑슨모빌은 조류를 이용한 바이오 연료 개발을 위해 벤처 기업인 신세틱 지노믹스(Synthetic Genomics)와 협력 중이며, 쉘(Shell)은 2세대 바이오 연료 개발을 위해 브라질 국영 곡물·에너지 기업인 코산(Cosan)과 협력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지금과 같은 노력이 이어진다면 오는 2012년 2세대 기술이 상용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늦어도 향후 10년 내에 옥수수 줄기, 볏짚 등을 이용한 바이오 연료가 상용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오 에탄올, 디젤에 이어 부탄올도 개발
기업들은 최종적으로 생산되는 에너지 형태를 바이오 에탄올, 바이오 디젤에만 국한하지 않고 있다. 새로 개발 중인 바이오 부탄올의 경우 금속관에서의 부식작용이 없는데다 바이오 에탄올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기존 화석 연료와의 혼합 비율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지난 2007년부터 영국 석유회사인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와 듀폰이 바이오 부탄올 생산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으며, 기타 영국 식품 기업인 브리티시 슈거(British Sugar) 등도 개발에 적극적이다.
또한 쉘에서 분사된 아반티움(Avantium)은 ‘푸란닉스’를 개발 중에 있다. 밀 등을 사용해서 생산할 수 있는 이 연료는 에탄올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고 황 성분이 적은데다 연소 시 그을음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독성이 있어 현재 독성을 없애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특정 식물을 이용한 신약, 화장품 개발도 활기를 띠고 있다. 신종플루 처방약으로 개발된 타미플루를 예로 들 수 있다. 중국에서 재배되는 팔각나무의 열매에서 추출한 천연물을 원료로 하고 있다.
유방암, 위암 등에 탁월한 치료효과를 내고 있는 BMS사의 항암제 ‘탁솔’은 태평안 연안에서 자생하는 주목나무의 껍질을 원료로 하고 있다. 이밖에 폐암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는 악타비스(Actavis)의 ‘도세탁셀’은 유럽산 주목나무 잎의 추출물을 주성분으로 삼고 있다.
화장품의 경우도 천연 작물로부터 항노화, 보습, 미맥 화장품의 원료를 추출하는 등 다양한 용도로 천연 작물을 이용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천연 작물을 발효시켜 만든 화장품이 나오는 등 작물을 사용하는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바이오 제품의 적용 범위가 기능성에서 범용으로 확대되고 있다. 일본의 마쓰다 자동차와 토요타 자동차는 바이오 플라스틱인 PLA(Poly lactic Acid)를 사용한 차량 시트를 제조할 예정이며, 제네콜(Genencor)은 타이어 회사인 굿이어와 협력해 타이어의 주 원료인 이소프렌(Iso-prene)을 대체할 바이오 이소프렌을 생산할 계획이다.
또한 DSM은 피마자 기름을 주로 사용해서 만든 ‘EcoPaXX’라는 제품을 자동차 엔진 부품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찾고 있으며, 더 나아가 자동차 차체에 사용될 수 있는 또 다른 바이오 제품을 개발 중이다. 2011년 들어 듀퐁은 효소 및 식품 소재 기업인 다니스코(Danisco)를 약 63억 달러에 인수했다.
듀퐁의 최종 인수 가격이 다니스코 현 주가에 비해 약 25% 프리미엄이 더해진 가격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듀퐁이 농업 사업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쏟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