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미예수님! 형제자매 여러분,
유다인들은 예수님께서 어떻게 자신의 살을 먹으라고 그들에게 줄 수 있느냐고 의아해합니다. 문자 그대로만 이해하려고 하면, 우리의 머리로도 예수님의 말씀이 이해하기가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믿음이 있다면, 성사 안에서 참으로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신다는 사실을 우리는 확신할 수 있습니다. 안티오키아의 이그나티우스는 “그리스도의 몸과 피는 (불사)불멸의 약이다.”고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님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지 않으면, 우리는 영원한 생명에 이를 수 없습니다. 여기에 대해 안티오키아의 이그나티우스와 라오디케아의 아폴리나리스가 이렇게 말합니다.
그분의 몸(빵, 성체)은 불사불멸의 약입니다. 그 빵은 죽지 않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영원히 살게 하는 해독제입니다.(안티오키아의 이그나티우스 『에페소 신자들에게 보낸 편지』 20.)
참고로, 이그나티우스는 시리아의 안티오키아의 주교로 트라야누스 황제 때 로마로 압송되는 가면서 일곱 교회에 편지를 씁니다. 그는 로마의 원형경기장에서 맹수들에 의해 죽임을 당해 순교의 월계관을 받습니다. 로마 신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신을 위한 구명 운동을 절대로 하지 말고, 자신이 맹수의 이빨에 갈려 순교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리스도의 몸인 빵, 즉 성체를 받아 모실 때, 성체는 우리의 속된 육신을 그리스도의 육신과 결합시켜 줍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됩니다. 그리스도의 몸인 성체는 천상의 양식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해 주는 예수님의 살, 즉 성체를 받아 모셔야 합니다.
주님의 살, 성체를 먹지 않고서는 하느님의 … 영원한 생명을 … 얻을 수 없습니다. 그분의 살, 성체와 결합되지 않는 한 (즉, 그분의 살, 성체를 받아 모시지 않는 한), 모든 인간은 죽음의 세력에 갇힐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제 생명을 주는 그분의 살이 우리에게 주어졌습니다. 주님의 살은 … 모든 인류에게 자양분을 주어 영원한 생명에 이르게 합니다.(라오디케아의 아폴리나리스 『요한 복음 단편』 28.)
참고로, 아폴리나리스는 315년경에 시리아의 라오디케아에서 태어났습니다. 당시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에 대한 그리스도론 논쟁이 심각했습니다. 그리스도의 신성을 부정하는 이단인 아리우스파가 있었고, 아리우스 이단에 맞선 니케아파가 있었습니다. 그리스도론을 연구하다가 아폴리나리스가 아폴리나리스파라는 새로운 이단을 만들었습니다. 아폴리나리스파는 377년 로마에서 최초로 단죄받았고, 그 뒤 379년 안티오키아에서 단죄받았고, 381년 콘스탄티노플에서 단죄받았습니다.
성체성사를 통해서 우리가 그리스도를 받아 모심으로써 우리는 그리스도와 하나가 됩니다. 그리스도를 받아 모심으로써 우리의 본성은 그리스도의 본성과 결합하여 하나가 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에게 거룩한 불사불멸의 빵을 주는 성체성사를 통해서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신다고 자주 약속을 하셨습니다. 우리를 사랑하신 하느님 아버지께서 우리를 위한 생명의 양식으로 그리스도를 보내주셨습니다. 여기에 대해 아우구스티누스가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이신 그분께서는 ‘누구든지 나를 먹는 사람은 나로 말미암아 살 것’이라고 말씀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리스도를 먹으면 생명을 먹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분을 먹는다고 해서 그분께서 죽임을 당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분께서는 죽은 이들에게 생명을 가져다주십니다. 우리가 그분을 먹어도, 그분은 줄어들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그분은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위한) 자양분을 주십니다. 그러니 형제자매 여러분, 그분의 몸을 다 먹어 버려 나중에 먹을 것이 없어지지 않을까 걱정하지 말고, 그리스도를 받아 먹으십시오.(아우구스티누스 『설교집』 132A,1.)
참고로, 아우구스티누스는 서방 교회의 4대 교부 가운데 한 사람. 2,000년 교회 역사 안에서 가장 위대한 교부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그의 어머니 모니카 성녀가 아우구스티누스가 세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어머니의 건절한 기도 덕분에 아우구스티누스가 세례를 받고 교회의 가장 훌륭한 교부 가운데 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영원한 생명의 약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몸인 성체를 합당하게 받아 모실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