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충남 당진 신평 양조장 내 고택 / (아래)사가현 아마부키주조(天吹酒造)의 모습
(위)막걸리는 만들자 마자 가급적 빨리 출하된다. 출처 대강 양조장
아래)일본 사가현 아마부키주조(天吹酒造)의 저온창고. 늘 3도 정도로 유지된다
(위)항아리에서 발효중인 막걸리. 힘찬 탄산은 알코올 발효를 통해
열심히 막걸리가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아래)숙성 탱크에서 발효중인 사케. 거품이 없다는 것은 거의 발효가 완료된 것을 뜻한다.
출처 후쿠오카 와카타케야주조(若竹屋酒造)
(위)막걸리에 넣을 천연 방부재 역할을 하는 솔잎. 출처 대강 양조장
(아래)초등학생이 견학중인 사케 양조장. 출처 사가현 아마부키주조(天吹酒造)
韓 막걸리 양조장과 日 사케 양조장은 뭐가 다르지?
일본 국토교통부 산하 정부기관인 관광청에서는 이제까지 없었던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나 발표했다. 이름 하여 ‘사케 양조장 투어리즘’. 일본 문화의 결정이라고도 불리는 사케의 양조장 문화를 활용한 관광상품을 기획, 외국인 방문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며 수출 촉진 등으로 이어지게 하기 위함이다. 동시에 일본 내 내국인들에게도 사케 양조장 방문을 통한 문화적 자긍심이 고취, 향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를 추진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대한민국 역시 대기업과의 치열한 경쟁 관계에 놓이면서 저가로만 인식되던 막걸리와 전통주 시장을 살리기 위한 프로젝트가 곧 발표된다. 1차 농업, 2차 제조, 3차 서비스가 하나로 된 6차 산업으로 이어지는 ‘찾아가는 양조장’프로젝트다. 역사와 지역 문화, 주변에 관광자원을 가진 지역 양조장을 발굴하여 꼭 한번 들려보는 지역의 명소로 발전, 우리 국민 스스로가 전통무형유산인 막걸리 등에 관심을 가지고 양조장 역시 기존의 대리점 중심의 마케팅에서 부가가치 있는 서비스로 고객과의 접점을 형성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열어주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
양 국가간에 자신들의 문화유산인 양조장을 통한 새로운 시장을 열려는데, 그렇다면 양조장이라고 다 같은 것일까? 대한민국의 막걸리 양조장과 일본의 사케 양조장은 무엇이 다를까?
사시사철 운영하는 ‘막걸리 양조장’, 가을에서 겨울까지 운영되는 ‘사케 양조장’
대한민국 전통주 문화 자체가 계절에 따라 달리 마시는 술 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막걸리 양조장 역시 사시사철 막걸리를 빚는다.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나오는 꽃이 다르고 곡식이 다른 문화에서 기인한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이것에 반해 일본은 1600년대 말기에 겨울에 일손이 없는 농민들을 생각해 사케 제조는 겨울에만 한다는 법률로 제정한다. ‘칸즈크리(寒造り)’라고 하는데, 1950년대 이후 이 규제는 풀렸지만, 수백 년 간 내려온 전통으로 지금의 사케 양조장 역시 겨울에만 술을 빚는다. 그래서 내부를 공개하는 사케 양조장이라도 겨울에나 가야 양조장 내부를 볼 수 있으며, 여름에는 전시관 정도만 관람 할 수 있다. 이것에 반하여 막걸리 양조장은 언제 방문을 하더라도 양조장 내부를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아이보리 컬러의 막걸리, 순백의 사케
양조장 내부로 들어가면, 막걸리와 사케의 발효 모습이 다른 것을 느낄 수 있다. 막걸리는 곡물의 영양을 그대로 가져가기 위해 굳이 정미율을 높여 술을 빚지 않는다. 쌀의 표면에는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등 다양한 영양 역시 함께 하기 때문이다. 이것에 비해 사케는 깎으면 깎을수록 고급이라는 제도 아래 일반적인 많게는 70%, 적게는 20%까지 쌀을 깎는다. 이래서 막걸리 발효모습은 영양을 가득 담은 아이보리컬러라면, 사케는 순백의 미를 자랑한다. 향 역시 차이가 나는데 막걸리가 영양이 있는 곡물의 향이 중심이라면, 사케는 심플한 과실향이 중심을 이룬다.
만들자마자 바로 유통하는 막걸리, 저온 숙성실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사케
막걸리는 만들어서 출하되기까지 약 5일~15일 정도 걸린다. 일부 장기숙성시키는 막걸리도 있지만, 95% 이상은 이 범위 안에 들어간다. 그리고 늘 생(生)인 것이 중요한 만큼, 만들자마자 바로 출하하는 경우가 많다. 숙성보다는 FRESH 함을 중요시하는 것이다. 반면 사케의 경우 정미에서 발효 숙성까지 약 2~3달 정도 걸리고, 이후에는 저장창고에 들어가서 손님을 기다린다. 봄에 나오는 것은 신슈(新酒)라고 하는 햅쌀 사케이고, 가을에 나오는 것은 히야오로시(ひやおろし)라는 이름으로 숙성되어 나오는 사케다. 물론 겨울에 만들어진 사케로 봄, 여름, 가을, 3계절을 지낸 후에 나오는 숙성된 맛이 특징이다.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 중심의 막걸리 양조장, 견학과 시음 중심의 사케 양조장
대한민국 자체가 집에서 빚어서 마시는 가양주 문화이다 보니 양조장에서는 막걸리 빚기 체험 역시 같이 실시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들의 특별한 잎, 차, 솔잎과 전통 누룩으로 버무려 소비자가 직접 가지고 갈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이것과는 달리 사케 양조장은 자가제조가 금지된 만큼, 술을 빚어 집으로 가져갈 수 없다. 굳이 체험이 있다고 한다면, 사케 만들 때 옆에서 일손을 도우며 고우지(일본식 누룩)을 빚는 일인데, 이것 역시 가져가셔 술을 만들지는 못한다.
복잡하고 오묘한 맛의 막걸리, 심플하고 깊은 맛의 사케
막걸리와 사케는 그 맛의 차이 역시 다채롭다. 곡류의 다양한 맛과 발효된 누룩 그 자체가 들어있어 막걸리를 맛본 어떤 서양 외국인은 막걸리를 ‘Complex Flavor’이라고 표현했다. 복잡하고 오묘한 맛이라고 해석이 된다. 숙성기간은 짧지만 발효된 원료 그 자체가 들어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복잡한 맛이 나오게 된 것이다. 사케는 원료도 쌀, 누룩도 쌀을 사용하니, 심플한 맛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사람마다 다른 철학과 물 그리고 그들만의 제조 방식으로 깊은 맛 역시 내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은 누가 좋고 나쁘고가 아닌 다른 종류의 술이고 서로 보완하는 모습도 가지고 있다.
방문하기 위해서는 사전 예약이 필수
막걸리나 사케나 양조장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미리 꼭 연락하고 양해를 구해야 한다. 이유는 양조장 자체가 중소업체가 많은 관계로 전시만을 위한 인력을 따로 배치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동시에 발효실 자체를 보여주는 것은 양조장의 속살을 보여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굳이 예약을 하면서도 방문을 해 볼만한 이유는 정형화되고 자본주의적 논리로 상품화되지 않은 발효라는 자연의 마술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닌 문화로써 체험한다면 말이다.
글,사진 제공 /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명욱 / 출처 조선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