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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 론
고리1, 월성1호기 어떻게 할 것인가?
1. 이 환 사무관 (부산광역시 원자력정책담당관)
2. 양기석 신부 (천주교 창조보전연대 대표)
3. 최수영 집행위원장 (반핵부산시민대책위원회)
4. 김선명 교무 (원불교환경연대 공동대표)
토론 1. 원전으로부터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도시구현
이 환 사무관 (부산광역시 원자력정책담당관)
지난 7월 1일 민선6기 서병수 부산광역시장이 취임하였다. 10월 6일에는 민선6기 공약실천계획
에 대한 시장님의 기자회견에서 도시비전인 “사람과 기술, 문화로 융성하는 부산”실현을 위하여 사람
중심, 기술혁신, 문화융성의 발전전략을 구체화했다. 주요 시정운영방향은 좋은 일자리 창출과 국내외
우수기업 유치, 시민의 권리가 보장되는 생활안전도시, 시민중심, 현장우선, 책임시정 실현, 그리고 글
로벌 해양도시 건설로 남부권 중추도시 위상제고 등이다. 이날 발표한 공약실천계획에는 5대 전략목
표, 12대 전략분야 88대 약속사업을 담고 있으며, 4년 동안 시비 1조 9,600억원, 국비 2조 5,300억원,
민자 등 2조 7,600억원 등 2018년까지 총 7조 2,500억원의 재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부산은 동북아시대의 해양수도, 세계적인 도시로의 도약을 희망하는 도시로 세계에서도 경쟁력 있
는 도시이다. 그러나 이날 공약실천계획 기자회견 내용에 대한 언론은 고리1호기 폐로에 대한 시장님
의 발표를 가장 전면에 방송, 보도하였다. 시장께서도 고리1호기 폐로에 대한 강한의지를 표명하기도
하였지만 그 많은 공약과 부산발전 비전에 대한 내용보다도 “고리1호기 문제”가 우리 부산이 해결해
야 될 가장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고, 부산시민들의 생각 또한 이와 같을 것이다.
도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시민의 안전이 보장되느냐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민들이 안전하지 못하고, 안심하고 생활할 수 없다면 행복한 삶을 누리 수 없는
것이고, 그 것은 도시발전의 중대한 저해요인으로 도시 경쟁력 약화로 연결될 것은 명확하다.
오늘 주제인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의 폐쇄”에 대한 논의에 대하여는 매우 기술적이고 전문가적
입장에서 검토해야 할 사항 등 다양한 관점이나 생각이 있을 수 있으나 여기서는 시민의 불안과 불신,
신뢰성의 문제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하고자 한다.
오늘날 고도의 과학기술 시대에도 무엇이든 완벽하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설사 완벽에 가까울 지
라도 그것이 시민의 생명과 직결된 안전에 관한 문제에 있어는 시민들이 안심할 수 없고 믿을 수 없다
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그것이 원전문제가 아닌가 한다.
지난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 특히 2012년 3월 밝혀진 고리1호기 전원공급 중단사고 은폐
사건, 그리고 연이은 원전비리사건 등 지나간 몇 년을 되돌아보면 수많은 원전관련 문제들이 언론과
시민사회에서 제기되었다. 시민들의 원전으로부터 불안과 불신이 계속해서 확산되고 있다. 원전안전
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 신뢰성 상실은 그 동안 사소하게 여겨지던 일들조차 언론과 국민들의 촉각을
곤두서게 하는 현실이 되었다. 이것은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할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세
계적인 도시로의 도약을 희망하는 부산의 입장에서는 도시발전의 장애요인으로 부각될 수 있는 사항
이기 때문이다.
원전안전 문제가 과학기술자, 전문가, 언론, 시민사회단체 또는 일반시민들의 시각이 각각 다소 차
이가 있으나 논란에 있어서 다른 사안들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4년차 임에도 논
란의 범위는 좁아지지 않고 계속해서 국민들에게 확산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가 핵폭탄과는 다름에
도 시민들에게는 방사능 피폭 등 심리적으로는 매우 큰 불안을 초래하고 있는 것 같다.
고리1호기 정전사고나 원전비리 사건들에 대한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주)의 대책 발표내용들을
보면 원전의 안전설비와 점검방법 개선, 사업자의 안전우선의 경영목표 설정과 조직문화 개선, 원전부
품 납품비리 방지를 위한 구매계약 제도개선, 그리고 원전운영의 투명성과 소통강화 등 이행만 제대로
된다면 안전문제에 있어 전혀 걱정이 필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중요한 이슈는 지난 5월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대책법이 개정되
어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이 당초 8~10km에서 예방적보호조치구역 3~5km, 긴급보호조치계획구역
20~30km로 이원화되고 크게 확대 개편되었다. 최대 30km는 우리시의 약 70%, 12개 구·군 2,477천
명이 거주하는 등 구역범위가 크게 확장되어 잘못 이해되면 시민들에게는 많은 불안을 초래할 수 있는
또 다른 과제가 된다.
비상계획구역의 재편은 구역의 재설정, 주민방호물품 확보, 방사능방재 매뉴얼 개편, 지자체 담당
인력 확보 등 해결과제도 간단하지 않다. 우리시에서는 이 문제와 관련하여 지난 7월에 정부차원의 방
사능방재체제 재구축할 것을 촉구하는 공문을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보낸 바 있고, 자체적으로는“광역
차원 원자력안전·방재체계 구축”연구용역을 지난 5월부터 금년 말까지 추진 중에 있다.
방사선비상계획 구역확대 문제는 시민사회단체와 언론에서도 많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방사능
으로부터 시민보호에 있어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시는 이번 용역을 통해 비상계획구역
의 범위를 적정하고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며, 충분한 주민방호물품 확보와 방사능 방재대책과 매뉴얼
을 전면적으로 정비하는 등 선진 수준의 방사능 방재대책을 마련할 것이다.
그럼, 고리원전 1호기는 어떻게 하여야 할까. 이것은 민선6기 서병수 시장님의 공약사항으로 설계
수명 10년 연장(계속운전) 종료시점인 “2017년 6월까지 운영 종료”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8월 6
일에는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기관에 고리원전 1호기 폐로를 촉구하는 정책건의를 통하여 우리시의
입장을 분명하게 전달하였고, 9월 당정회의에서도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협조요청 하였다. 앞으로 지
역 국회의원, 시의회, 시민단체, 언론 등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부처에 촉구하
는 등 반드시 해결에 나갈 것이다. 고리원전 1호기의 운전정지 결정이 확정될 때까지 부산시민들의 요
구는 계속될 것이다.
그 동안 원전문제는 정부의 일이라고 지방자치단체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후쿠시만 원전사고 이후 시민사회단체, 의회 등 여론은 지방자치단체도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
여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원전의 운영과 안전점검 등 권한은 정부에 있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주민의 보호에 대한 책임을 소홀이 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시는 금년 1월부터 원전 안전문제를 전담하는 원자력안전실(8명)을 설치운영 중에 있으며 정
부와는 별도로 우리시 자체적으로 환경방사선 감시망 25개소를 시 전역에 설치 운영하고 있고, 상수도
사업본부,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수돗물과 식품, 토양과 연안 해수 등 방사능 오염분석을 실시하고, 원
전안전정보 홈페이지에 분석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시 차원의 방사능 감시활동은 방사능 오염을 조기
에 탐지하여 대책마련을 위한 것이지만 시민들로 하여금 방사능으로부터 불안해소에도 큰 목적이 있
다.
지난 10월 6일과 7일에는 우리시 주최로 해운대 아르피나에서 “원전관련 주요현안 공동대처를 위
한 원전소재 광역·기초지자체 합동워크숍”을 개최하였다.
4개 광역시도(부산, 울산, 전남, 경북), 5개 기초지자체(기장, 울진, 영광, 경주, 울주) 등 총 40여명
이 참석하여 신뢰성 있는 원전안전과 방사능방재대책 수립 공동노력, 원전안전관련 주요현안 발생시
공동대처와 협력을 다짐하였다. 4개 광역시도는 별도로 금년내에 「원전소재 광역시·도 행정협의회」를
출범시키고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로 합의 하였다.
다만, 우리시의 경우 전담조직인 “원자력안전실”이 설치되어 있으나, 타 시도는 원전안전 전담자도
없는 실정으로 파트너가 없어 많은 어려움이 있다. 이번 행사를 통하여 우리시가 타 지자체에 협력을
요청한 내용은 지방자치단체도 더 이상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주) 탓만 하는 안이한 자세로는 지역주
민들에게는 큰 실망감을 줄 것이다. 지역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원전으로부터 불안감을 해소
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새롭게 모색해야 하는 단계임을 강조하였다.
“무엇보다 지역주민들이 원전으로부터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원전소재 지방자치단체의
원전전담 조직과 인력, 예산 확보 등 추진기반과 역량이 갖추어져야 한다. 그리고 어느 지방자치단체
혼자서 노력한다고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앞으로 자체적인 역량강화는 물론 상호협력 체계 구축과
공동 대응으로 지역주민들이 원전으로부터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도록 함께하기를 기대한다.”
토론 2.
탈핵, 우리는 생명을 선택해야 합니다.
-30년 수명 다한 노후핵발전소 폐지법안 입법촉구-
양기석 신부(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환경소위원회 총무·창조보전연대 대표)
2011년 3월 11일에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는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우리가 믿는 기술이, 특히 핵발전소가 얼마나 불안정하고 위험한 것인지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원자력은 안전하다’는 “안전신화”는 애초에 믿을 수 없는 것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
니다.
일본 사회뿐만 아니라 전 세계는 이제 “후쿠시마 이전”과 “후쿠시마 이후”로 구분된 사회로 전락하
였습니다. 그들은 이제 “후쿠시마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3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고농도의
방사능 오염수와 방치되어 있는 고준위 폐기물의 처리문제, 광범위하게 펼쳐진 오염지역의 제염, 이염
작업은 여전히 제자리걸음 상태입니다. 대략 121조원 정도로 추산되는 사고 수습 비용도 향후 일본 사
회에 커다란 짐이 될 것이 명확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후쿠시마 주민들과 일본인들, 일본사회는 감
당할 수 없는 현 사태에 대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체념하고 있는 상태에 있을 뿐입니다.
후쿠시마사고 이후 우리 사회가 갖게 된 핵발전소에 대한 불신은 끊임없이 터져 나온 부정부패와
비리에 대한 고발로 이어져 왔습니다. 현재 불량부품 납품비리와 관련해서 기소된 이들이 100여명에
이른다는 사실은 우리나라의 핵발전소가 얼마나 허술하게 관리되고, 얼마나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왔
었는지 짐작케 해주고 있습니다. 더 이상 핵발전소는 안전하지도, 유용하지도 않다는 사실이 속속 드
러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오히려 핵발전 비중을 높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이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고, 현세대뿐만 아니라 미래세대와 하느님께 범죄를 저지르는 것입
니다.
탈핵(脫核) 사회를 지향해야 하는 이유들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핵발전소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인간의 존엄성은 절대적입니다. 이러한 인간의 존엄성을 위협하고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 피해를 주는 것이 바로 핵사고입니다. 바로 인간의 생명권과 환경권에 치명적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모든 기술과 달리 핵기술 사용에는 ‘오염자 부담의 원칙’이 적용될 수 없습니다. 방
사능 피폭은 유전적 변이를 일으켜 인류의 종의 존속 자체를 위협하고, 생태계를 파괴하여 그 피해를
영구적으로 남기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생명권은 그 어떤 권리로부터도 침해될 수 없는 최우선적인 권
리입니다. 핵발전은 이런 인간의 생명권과 그가 속한 생태계의 환경권 자체를 파괴합니다. 이는 하느
님의 창조질서를 파괴하여 세상과 그 속에 속한 인류를 파멸로 내모는 사탄의 움직임이라고 볼 수 있
습니다. 수없이 많이 행해진 핵무기 보유국의 핵실험과 5등급 이상의 핵발전소 사고를 경험한 미국의
스리마일과 구소련의 체르노빌, 일본의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이러한 사실을 확인해 주고 있습니
다. 공교롭게도 치명적인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국가는 다수의 핵발전소를 건설하고 보유하고 있는
핵기술 선진국들입니다. 우리나라 정부는 현재 23개의 핵발전소를 가동 중에 있으면서 41개까지 추가
건설을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만큼 핵발전소 사고의 위험성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놓인 것이
우리 사회입니다.
탈핵, 우리는 생명을 선택해야 합니다.
공동선을 해치는 핵발전소
공동선은 인간 존엄성의 실현인 자기완성을 추구하도록 하는 인간 삶의 환경과 자연환경을 모두 포
함한 사회생활 조건의 총화입니다. 핵무기뿐만 아니라 핵발전소는 후쿠시마의 예와 같이 개인과 가정,
사회, 국가의 공동선에 돌이키기 어려운 상처를 가합니다. 핵발전이 갖는 위험성은 사회생활의 모든
분야를 폭력적으로 지배합니다. 핵무기의 파괴성과 20만년 이상 관리해야 되는 방사성 물질의 피해는
인류의 수명에 비추어 거의 영속적이기에 공동선 실현 자체를 부정합니다. 하느님과의 결합이 목적인
인간의 궁극적 목적과 생태계 전체의 보편적 공동선을 실현하는 것일 때 비로소 가치가 있는 공동선을
생각하면 핵발전을 추진하는 이들이 말하는 경제적 이익으로 공동선이 확보되지 않습니다.
지상재화의 보편 목적, 공동사용권을 부정하는 핵발전소
지상재화의 보편 목적, 지상재화의 공동 사용권은 바로 창조주이신 하느님께 대한 신앙고백입니다.
핵발전소 건설과 유지에 투자되는 막대한 비용은 현 세대 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 고스란히 부담으
로 떠넘겨집니다. 거기에 더해 폐로작업과 사용 후 핵연료의 폐기를 위해 건설해야 되는 “사용 후 핵
폐기물 처리장”건설에 드는 비용과 생태적이고 사회적인 부담은 미래세대의 몫이라 할 수 있습니다.
30-40년 전기를 생산하고, 최소 20만년 이상 핵폐기물을 관리해야 되고, 그 비용을 감당해야 되는 것
이 핵발전 에너지 시스템의 진면목이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대도시(수도권)로부터 먼 지역에 건설하고
송전선로를 통해 전기를 공급하는 구조의 핵발전은 소비자가 핵산업 노동자를, 에너지 소비지는 생산
지를 소외시키고 착취하는 구조를 고착화시킵니다. 이렇듯 핵발전은 사회교리의 원리들과 같은 미래
세대에 대한 영속적인 책임을 불가능하게 합니다. 그러므로 핵발전은 창조세계의 주인이신 하느님의
권리를 침해하는 또 다른 우상숭배와 같습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우선적 선택에 정면으로 반하는 핵발전소
현재 우리나라 정부는 삼척과 영덕에 신규 핵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하겠다고 합니다. 거기에 더해
올바른 전력수급정책에는 관심이 없고, 그저 증가하는 전력소비에 맞추어 핵발전소 증설이라는 길을
선택하고 이를 위해 고전압 송전선로 증설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 결과 신규 부지로 선정된
지역과 송전선로 경과지로 선택된 지역, 특히 밀양, 청도 등에서 가난한 시골 지역 주민들에게 희생을
강요하였습니다. 서울로부터 먼 곳, 고령화 지역, 학력 수준이 낮고, 경제적으로 낙후된 곳에 들어서는
송전선로 등은 사회적 약자에게 피해를 강요하는 악한 상황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이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우선적 선택이라는 우리 교회의 복음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되며 커다란 위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시민들의 책임있는 참여와 연대를 차단하는 핵발전소
시민사회의 우선성을 가르치는 ‘보조성의 원리’는 국가의 부당하고 과도한 개입에 의한 시민들의
권리 침해를 반대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발전은 공동선을 위한 시민들의 참여를 강력하게 억제
합니다. 정보의 투명한 공개와 접근을 차단하는 핵발전은 ‘참여 민주주의’를 파괴합니다. 소위 전문가
집단이라는 이들을 중심으로 하여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정부 주도의 계획과 준비, 실행과 사후 관리는
민주시민들의 권리를 부정합니다. 그들의 비민주적인 방식은 수많은 부정부패를 불러일으키고 동시에
핵발전소 사고의 위험을 증대시키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동시에 핵발전소는 타인을 착취하는 대신에 이웃의 선익을 위해 투신하겠다는 연대성의 원리를 심
각하게 훼손합니다. 전력생산지와 소비지 사이의 불평등, 도시 소비자와 핵산업 노동자, 인간과 자연,
현세대와 미래세대의 연대를 파괴하고 오히려 ‘책임회피’와 ‘불균형’을 확대하는 것이 바로 핵발전소
입니다. 불량부품사용과 설계도면과 다른 시공으로 인한 위험, 뇌물공여와 수수 등 부도덕한 납품업자
와 부패한 공무원과 한수원 관계자의 비리 문제는 지역과 시민사회의 책임 있는 참여와 연대를 배제하
는 악의 구조로 이루어진 것이 바로 핵발전소라는 것을 드러냅니다.
진리, 자유, 정의, 사랑을 거부하는 핵발전소
교회는 진리를 해치려는 시도나 진리의 요구를 상대화하려는 위험을 경고합니다. 핵산업의 경우 자
본과 로비에 의한 보도의 왜곡을 통해 일반 시민들이 진리에 접근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습
니다. 객관적인 정보에 대한 접근을 애초에 차단하는 핵산업계는 국민여론을 왜곡하고 무조건적인 핵
발전소의 안정성을 주장하는 등 잘못된 정보를 양산하여 진실을 호도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정부는 핵
산업계의 자유로운 경제활동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권리까지도 제약할 수 있는 폭넓은 권한을 주
어 지역민들, 시민들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습니다. 핵발전과 핵산업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알
리는 이들의 활동을 제약하고 배제하는 행위는 정부와 관련기관들이 공정성이 없다는 증거이기도 합
니다.
보상이라는 법적 안전장치가 있는 듯 보이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대도시의 편리함과 풍요로움을 위
해 시골지역의 희생을 강요하는 정의롭지 못한 것이 핵발전 시스템입니다. 거기에 더해 미래세대에 대
한 어떤 합의도 없이 희생과 부담을 전가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부도덕합니다. 핵산업은 이렇게 하느
님께 드릴 것(자연)과 이웃(지역주민과 미래세대)에게 주어야할 것을 빼앗아왔습니다.
교회는 ‘개별 행동을 재촉하는 사랑’뿐만 아니라 “상황에 따라 사회의 중개를 활용해 이웃의 삶을
개선하고 이웃의 가난을 초래하는 사회적 요인들을 제거하는 것”을 “사회적, 정치적 사랑”이라 말합니
다. 핵발전은 이 사랑을 거부합니다. 핵발전의 모든 과정을 고려하면 ‘가난을 초래하는 사회적 요인’을
양산하고 있습니다. 미래세대에게 감당할 수 없는 위험한 짐을 안겨주는 것뿐만 아니라 지역간의, 계
층간의 불평등과 고통을 심화시키는 행위 자체가 바로 핵산업계의 부도덕한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책임과 과제
- 30년 수명다한 노후 핵발전소의 영구적인 폐쇄
정부와 산업계는 선진국의 예를 들며 신자유주의체제를 급속도로 빠르게 우리사회에 이식하려 듭
니다. 그러나 사회의 안전문제나 인권, 민주주의 문제 등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에 대해서는 ‘우리의 현
실은 선진국과 다르다’고 하며 회피합니다. 이렇게 이율배반적인 경우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핵발전으
로 대표되는 핵산업 입니다. 여러 비복음적이고 비인간적이며 반민주적인 상황들에도 불구하고 정부
는 경제적인 이유를 들어가며 대안이 없다고 국민들을 속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핵발전을 중심으
로 한 에너지 정책에는 대안이 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우선 핵발전소는 정부와 핵산업계의 이익집단들이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경제성이 없습니다. 세계
최대 핵발전소 보유국가인 미국에서 조차 이미 태양광발전 단가가 더 저렴하다는 사실이 증명되었습
니다. 거기에 더해 사용 후 핵연료 처리비용, 핵발전소 해체비용, 후쿠시마처럼 사고가 났을 경우 감당
할 수 없는 사고수습 비용까지 감안한다면 핵발전소는 경제적인 시설이 아니라 한 국가를 경제파탄으
로 몰 수 있는 위험하고 비싼 시설일 뿐입니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유럽의 독일은 발 빠르게
탈핵을 선언하였습니다. 총 17기의 핵발전소 중 즉각적으로 설계수명이 다한 8기의 핵발전소 폐쇄하
고, 2022년까지 순차적으로 나머지 9기의 핵발전소를 폐쇄하여 탈핵사회를 이룬다는 것이 독일 사회
의 결정이었습니다. 그들은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이행을 위해 에너지 시스템의 전환을 선택하였고, 전
세계의 탈핵을 선도함으로써 오히려 경제부흥의 계기로 삼고 있습니다. 연간 65% 이상 성장하고 있는
태양광 발전 시장과 지난 20년간 100배 증가한 풍력시장은 지속가능한 사회의 희망이 어디에 있는지
보여준 좋은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독일은 2011년 6월 탈핵선언과 함께 8기의 핵발전소를 폐쇄하여
1만명이 일자리를 잃은 것에 반해 재생가능에너지시스템으로의 전환 과정에서 38만명이 신규 채용되
는 결과를 얻어 오히려 경제발전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독일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핵발전소
의 증설이 아니라 친환경적인 재생가능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전환과 더불어 소비 중심의 사회가 아니
라 생명 중심의 사회로 전환한다면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이행이 가능합니다.
2013년 한국천주교 주교회의는 추계정기총회를 마치며 “핵기술과 교회의 가르침”이라는 문헌을
통해 핵발전 시스템이 바로 하느님의 창조질서보전과 인간의 존엄성에 가장 큰 위협임을 확인하였습
니다. 이에 우리 한국 천주교회의 구성원들은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깊이있게 인식하고 하느님 나라의
완성을 위해 탈핵사회를 지향하는 대열에 동참할 것을 요청받고 있습니다.
노후 핵발전소 폐쇄! 왜, 30년인가?
한국천주교회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환경소위원회는 위원장 이용훈 주교의 재가를 얻어 전국
15개교구에서 설계수명30년이 다한 노후 핵발전소의 영구적인 폐쇄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들어갑니
다. 고리 1호기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핵발전소는 애초에 30년 운전을 목표로 설계되었고 건설되었습
니다. 그러나 경제성을 이야기하며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은 안전검사를 근거로 연장운전을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흐름은 월성 1호기에도 적용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노후 핵발전소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하자 정부와 한수원은 신규 핵발전소 건설시 설계수명
을 아예 60-80년으로 늘리는 안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이는 애초에 설계수명과 연관된 논란을 막으려
는 꼼수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전 세계의 폐쇄된 핵발전소의 평균 운전 수명이 24년인 것을 감안하면 설계수명 30년을 영구적인
폐쇄 시점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독일과 친환경에너지 선진국들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이행을 위한 에너
지 시스템 전환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대세입니다. 국가의 미래 성장 동력을 위해서도 체질개선이 시
급하기에 노후 핵발전소의 기준을 30년으로 못 박는 것은 꼭 필요한 조치라고 판단됩니다. 이렇게 할
경우 우선 순차적인 핵발전소의 폐쇄와 더불어 대체할 지속가능한 친환경에너지원의 안정적인 확보를
담보로 탈핵사회를 이룰 수 있습니다.
30년 수명 다한 노후 핵발전소 폐쇄 서명운동은 동시에 천주교 신자를 비롯한 한국사회의 시민들
에게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알리고 새로운 사회구조로의 변화를 모색할 것을 제안하는 과정입니다. 교
회의 언론들을 통해 핵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신자들에게 제공하고, 교육하여 하느님의 창조질서보전
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호소할 예정입니다. 동시에 교회공동체 구성원들에게 세상 곳곳에서 시도
되고 있는 대안적 삶의 형태를 제안하고 동참할 것을 촉구하여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이행을 위한 탈핵
대열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할 것입니다. 서명운동 과정에서 교회 내의 여러 구성원들에게 다양한 정
보를 제공하고 논의과정을 통해 성당과 관련 시설의 건축에 친환경적인 에너지시스템의 적극적인 도
입을 유도할 것입니다. 이는 교회의 실질적인 탈핵의지를 신자들과 시민들에게 표명하는 계기가 될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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