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털을 모르고는 토종개를 논하지 말라
누룩 ・ 1시간 전
개털 같다는 말이 있다. 개털되었다는 말도 있다. 개털을 하찮게 취급하는 말이다.
하지만, 조선시대에는 개털이 중요하게 취급되었다.
그래서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개 두 종류에 대해서는 털의 종류로 구분하고 있다.
낙사구와 더펄개가 그것이다. 조선 토종개에 있어서 털이 짧은 개에 대해선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개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발바리와 세구 그리고 달구는 개의 크기나 체형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발바리는 다리가 짧은
소형구, 세구는 체형이 늘씬하고 키가 큰 개, 달구는 체형이 두툼하고 키가 매우 큰 개를 말한다.
지금까지 진돗개의 털은 이중모 혹은 삼중모라고 설명하고 있다. 일본개의 것을 그대로 가지고
와서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개 연구소 김종규 대표는 털의 단위면적당 갯수를 지표로 제시하고 있는데 털의 갯수가
많은 개 즉, 털이 조밀한 개가 좋다는 설명이다. 상당히 중요한 개념이다.
중국 토종개의 털은 송사모(도롱이털), 융모(絨毛), 수염개(철사털), 이중모, 단모 등의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 융모는 원래 '가늘고 부드러운 솜털'을 뜻하는 말이다. 이중모의 속털을 설명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낙사모 강아지의 털이기도 하다.
조선토종개의 대표견은 삽살개이며 삽살개의 털은 낙사모이다. 낙사모는 조밀하고 엉킨 털인데
낙타의 털을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더펄개의 털은 송사모이다. 겉털은 길고 굵으며 곧다. 뺨의 갈기털이 잘 발달하였으며, 부위별로
털의 길이가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하지만, 조선시대에는 털이 짧은 개는 개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털이 짧은 개에 대한 언급이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단모이면서 털이 성긴 개는 조선시대에는 기피대상이었을 것이 틀림없다. 모피의
가치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사냥개로 쓰인 개는 드물게 단모가 있었다.
한국 토종개의 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낙사모이다.
토종개의 대표견인 삽살개의 털이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여러 문헌에서 공통적으로 낙사구를 삽살개의
다른 명칭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선 낙사모를 알아야 한국 토종개를 논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한국 토종개를 대표하는 개는 삽살개가 아니라 진돗개이다.
복원했다고 하는 경산 삽살개는 분명히 조선 삽살개와 다르다. 철사털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 시대에는 철사털을 지니고 있는 개도 분명히 있었지만, 철사털을 지닌 개가 삽살개를 대표할
수는 없다. 삽살개는 낙사구이기 때문이다.
낙사모는 엉킨 털이며 다모(단위 면적 당 털의 갯수가 많은 개)이다. 방한용으로 모피를 사용하려면
털의 길이도 중장모 이상으로 길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낙사모의 낙은 엉켰다는 뜻의 한자이지만, 낙타의 낙자와 동음이의어이다. 그러므로 낙타의 털을
염두에 둔 말일 수가 있다.
낙타의 털은 엉킨 털이며 조밀해서 대단히 우수한 모피로 평가 받는 털이다. 그러므로 낙사모를
낙타의 털과 비슷한 털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 같다.
순천의 탁월한 진돗개 이론가이며 장모종 진돗개에 대해서 일가견을 지니고 있는 장각근씨에 의하면
강아지 때 털을 보면 성견이 되었을 때의 모질을 알 수 있는데 강아지털을 지닌 강아지의 털은 성견이
되면 볼 것도 없이 좋은 털이 된다는 것이다.
장각근씨가 설명하고 있는 '강아지털'이 바로 낙사모이다. 중국인들이 말하고 있는 융모이다.
보통 진돗개 강아지들의 털은 겉털은 굵은 직모이고 속털은 부드러운 털이다. 또한 털이 짧은 개가
대부분이다.
낙사모를 지닌 강아지들은 대부분 중장모 이상으로 털이 길고 조밀하며 복실복실한 것이 특징이다.
이런 털을 지닌 강아지들이 낙사모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전술한 우리개 연구소 김종규대표의 주장에 의하면, 옛 원로분들은 좋은 진돗개는 물 한바가지만
끼얹어 보면 안다고 했다. 물을 끼얹었을 때 곧바로 털이 젖어서 비맞은 개처럼 되어 버리면 좋은
진돗개가 아니며, 털이 물에 젖지 않으면 좋은 진돗개라는 것이다.
낙사모는 엉킨 털이며, 조밀한 털이다. 그리고 곱슬털이며 털이 긴 편이다. 그러므로 물이 곧바로
침투하지 못하는 털이다. 여기 엉킨 털이라는 것은 수세미를 생각하면 된다. 설겆이에 쓰이는
수세미는 섬유가 엉켜있다. 그래야 질기고 오래가며 설겆이를 하기 쉽다. 또한, 털이 엉키려면
짧아서는 안된다. 그러므로 반드시 중장모 이상이어야 한다.
조밀하게 엉킨 털은 자연그대로 일정한 세월이 지나면 마치 양탄자처럼 단단하게 되어서
빗으로 빗을 수 없을 정도가 된다. 그렇게 되면 왠만한 비에는 털이 젖지 않게 된다.
낙사모는 토종개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알아야 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털이다.
낙사모는 대륙에서 유래한 털이다. 가깝게는 중국의 북동부지방과 몽골의 개들이며 멀게는 티벳의
개들이 바로 대륙의 개이다. 몽골의 방카르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장두형(사두)과 단두형(호두)가
있는데 장두형은 낙사모, 단두형은 송사모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 같다.
우리는 지금까지 일본개의 꽁무니를 따라서 진돗개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그저 이중모나 삼중모
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다만, 눈 밝은 사람들은 설령 낙사모의 개념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을
지라도 털이 조밀한 것이 좋은 개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장각근님이나 김종규대표가 그런 분들이다.
송사모도 중요한 개념이다. 중국의 송사구의 털이며 장모이고 몽골의 단두형 방카르의 털인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의 더펄개의 털이기도 하다.
송사모은 직장모라는 것이 특징이다. 송사구 가운데 부위별로 길이가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털이
있는데 특히, 뺨의 갈기털과 등털 그리고 꼬리털이 특히 길다. 그런 개를 사의구(도롱이털개)라고
부른다.
철사털을 지닌 개는 상당히 드물지만 현재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경산의 삽살개가 철사털이다.
중국에서는 호자구(오랑캐 개)라고 부르기도 하고 턱수염개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중국의
4대 사냥개의 하나인 하사견이 바로 철사털을 지닌 개이다. 눈썹, 콧수염, 턱수염이 긴 개를
철사털이라고 부르는데 티벳이나 부탄 그리고 중국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개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서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며 조선시대 그림에도 나온다. 하지만, 조선시대의
일반적인 삽살개의 모습과는 분명히 다르다. 그러므로 경산 삽살개는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곧고 짧으며 성긴 털을 지닌 개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조선 시대 토종개 가운데
보편적인 털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런 털에 대한 기록이나 그림을 발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김익주의 응견(매사냥개)은 진돗개와 비슷한 입이권미이고 털은 직모이지만 그다지 짧은 것
같지는 않다. 적어도 중장모 이상은 되는 것 같다.
이와 같이 한국 토종개의 털은 낙사모가 대표적이며 중장모 이상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털의 종류로 개를 구분하고 있기 때문에 털을 매우 중시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언제까지나 일본인들의 그늘 아래에서 이중모 타령만 하고 있어서는 진돗개는
물론 한국 토종개를 결코 알 수가 없다.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마음을 열고 시야를 넓혀서
진돗개나 한국 토종개를 바라 보아야 한다. 그리고 진돗개의 형상을 하나로 만들겠다는
생각은 하루빨리 버리고 다양한 전통 진돗개를 잘 보존하고 그 다양성을 바탕으로 한국의
토종개를 복원해야 한다.
조선삽살개와, 더펄개, 발바리, 세구, 달구, 향구, 당구 등 한국 토종개의 화려한 부활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