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화의 물결은 이후 유럽과 미국으로 확산되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가장 먼저 산업화와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고, 한국도 짧은 기간에 산업화에 성공한 모범적인 국가로 소개되고 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고도성장하며 신흥공업국으로 부상했다. 아시아 국가들의 놀라운 성과와 기록적인 경제 성장은 국제적으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은행은 아시아에서 30~40년 동안 이루어진 8~10%에 이르는 기적적인 경제 성장을 ‘동아시아의 기적’이라고 불렀다. 선진국으로 성장한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를 ‘네 마리 호랑이’ 혹은 ‘네 마리의 용’으로 불렀고,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은 신흥 공업국으로 성장했다.
동아시아 성장은 지속될 수 있을까?
산업혁명과 대공황의 충격에서 보는 것처럼 어떤 국가의 경제도 고도성장을 지속시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1990년대 들어와 동아시아 국가들의 고도성장이 한계에 도달할 것이라는 경고가 이어졌다. 미국의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1953~)은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급속한 경제 성장이 기술진보 즉, 총요소생산성의 증가 없이 자본과 노동 등 생산 요소의 축적에만 의존해 왔다고 지적했다. 요소 투입의 증대에만 의존한 경제 성장은 지속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동아시아 국가들의 미래 경제도 회의적이라고 진단한 것이다. 영(A. Young)도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성장이 총요소생산성의 증가보다는 급속한 요소 축적에 의존한 것이므로,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혁신이 주도하는 성장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술진보(총요소생산성) 없이 성장했다?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제는 토지(land)와 노동(labor), 자본(capital)이라는 생산요소(factors of production)의 투입을 늘리는 방식으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생산요소 투입을 증가시켜 경제가 성장하는 방식이 지금까지는 성공했는지 모르지만 이러한 방식으로는 더 이상 성장을 지속하기 어렵기 때문에 총요소생산성이 주도하는 성장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토지와 노동, 자본을 각각 1배씩 증가시켰을 때 산출량이 1배 만큼만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1.2배 증가했다면, 여기서 0.2만큼을 기술진보 혹은 총요소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의 몫이라고 한다.
경제 개발 초기 단계에 잇는 국가에서는 생산 요소의 투입을 늘리는 것만으로도 경제가 성장하는 효과를 볼 수 있으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총요소생산성이라는 기술진보가 뒤따라야 한다. 기술진보 없는 경제 성장은 지속되기 어렵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