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강따라 바다까지 뜨거운 자전거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며칠 전 학교에 작가님이 오신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때까지 온 작가님들처럼 이번에 오시는 작가님도 그리 재미있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하여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 작가님은 뭔가 달랐다.
처음 보았을 때부터 동네 아저씨들처럼 친근하게 생기신대다가 ‘똥개한테 엉덩이를 물린 이야기’등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들려주셨다.
또 책 광고도 50권 이상이나 하셨다.
그런데 그 작가님이 며칠 뒤에 학생 몇 명과 함께 자전거 여행을 가신다고 하셨다.
나도 작가님과 함께 자전거여행을 가고 싶었지만 당첨될 확률이 낮아서
로또를 사는 기분으로 한 번 신청해 보았다.
별 기대 없이 며칠이 흘렀다.
그런데 아빠한테서 자전거 여행에 당첨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기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꿈만 같기도 하였지만 마음 한편에는 걱정이 자리 잡고 있었다. 왜냐하면 최근 1년간 자전거를 타보지도 않았고, 자전거도 10km이상씩이나 타 본적이 없는데 무작정 신청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전거 여행을 가는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걱정은 한 개씩 늘어만 갔다. 결국 자전거 여행을 가기 바로 전날 밤이 되었다.
‘내일 집결지에 가지 말까’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내일을 위해 한참을 기다려온 시간들을 생각하면 집에 돌아가기가 아쉬웠다.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다 보니 어느새 잠이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가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일어나서 시계을 보니 집결지에 도착해야하는 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았었다.
엄마와 아빠를 재촉해도 부모님들은 씻고, 라면을 끓여먹고, 양치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에야 숙소를 나섰다. 차로 10분이나 걸리는 거리였지만 1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도착 한 것 같았다. 나는 상상 속에서 멋지게 자전거를 타고 오르막길을 올라가는 내 모습을 기대하였지만
현실은 잔혹했다. 연습운행을 해 보았는데 1년이나 자전거를 타지 않은 공백이 컸는지 평지에서도 비틀거리는데다가 커브를 돌 때는 옆에 있는 자동차를 들이받을 뻔 했다.
그래서 나는 나의 멋지게 심각한 자전거 솜씨를 들키지 않기 위해 출발하기 전까지는 자전거를 타지 않기로 했다. 잠시 뒤 준비운동을 하고, 작가님께서 호진이가 가장 듣기 싫어한다는 ‘출발준비’를 외치셨다.
3초정도 흐른 뒤 ‘출발’을 외치셨다.
5번째 위치에 자전거를 세워 놓았는데 자전거 스탠드를 올리는 동안 위에 계시던 어른들까지 나를 지나쳐 갔다. 초보 티가 팍팍 나서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래도 다행히 아줌마가 나를 앞으로 보내주셔서 꼴지가 되지 않을 수 있었다.
처음은 그리 좋지 않은 출발이었지만 막상 자전거를 타니 내리막길과 평지만 있어서 일이 순조롭게 잘 풀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앞으로 벌어질 무시무시한 일들을 알지 못했었다. 1시간쯤 지났을까? 낮은 오르막길이 나타났다. 다른 아이들은 슝슝 잘 올라가는데 나만 힘들게 낑낑거리며 올라가고 있었다.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기어를 조종하는 버튼을 이것저것 눌러보았다. 위에 있는 버튼을 눌러보았는데 편해지기는커녕 훨씬 힘들어졌다.
이건 아니다 싶어서 아래에 있는 버튼도 눌러보니 훨씬 다리가 편해졌다. 이때 나는 마음속으로 외쳤다. ‘오케이! 감 잡았으!’ 그렇게 기어조종법을 터득하고 나니 옛날에 힘으로만 오르막길을 오르려 했던 내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나중에 우리 아파트에 있는 오르막길에도 도전 해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후로 한 15분 쯤 자전거를 더 타니 아빠가 예고하시긴 하였지만 엉덩이가 욱신거리고 다리가 아파지기 시작했다.
이제 조금만 더 타면 엉덩이가 녹아내리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이 되자 작가님께서 앞에 있는 정자에 멈춰주셨다. 옆에서는 ‘불량한 자전거 여행’에 나오는 ‘빨간 트럭’의 역할을 수행하는 트럭이 있었다. 트럭에서는 얼음물과 아이스크림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아이스크림과 물을 먹고 있으니 작가님께서 말로만 듣던 ‘식염포도당’을 나눠주셨다.
처음에는 어떤 맛일지 궁금함에 기쁘게 입에 던져 넣었지만 잠시 뒤 바닷물보다 농도가 훨씬 진한 소금의 맛이 혀와 코 등 모든 감각기관을 찔러대기 시작했다. 옆에서는 아이들이 퉤퉤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대로 있다가는 감각기관이 모두 마비 될 것 같을 때 쯤 물을 한참동안 마시자 진정이 되었다. 잠시 뒤 작가님께서 또 출발준비를 외치셨고 3초쯤 뒤 출발을 외치셨다. 그리고 힘들어 질 때쯤이 되자 다시 정자에서 멈췄다. 그 정자에는 귀여운 포메라이언이 있었다. 그 녀석은 정자가 자기 집이라도 되는 듯 우리가 들어가지 못하도록 경계를 하였다. 다른 아이들은 정자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지만 나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강아지가 있든지 말든지 정자 안으로 들어가서 앉았다. 내가 정자에 들어가자 다른 아이들도 차례차례 정자에 들어왔다. 다른 아이들이 강아지에게 점점 가까이 모여들자 작가님께서는 “야 너희들 좀 무섭다. 강아지한테 점점 포위망을 좁혀 오고 있어!” 라고 말씀하셨다. 역시 뭔가 다른 작가님이셨다. 작가님의 한 마디에 모두 깔깔거리며 웃었다.
나도 강아지가 무지 만지고 싶었지만 나까지 아이들의 무리에 가세하면 강아지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 같아서 근질근질한 몸을 억누르며 가만히 앉아있었다.
잠시 뒤 강아지가 떠나자 작가님은 ‘출발준비’를 외치셨다.
다음 목적지는 식당이었고, 10km를 쉬지 않고 달려야 했다.
배가 고파 식당에 빨리 도착하고 싶은 마음에 페달을 더 빨리 굴리려 했지만 앞사람들이 빨리 가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페달을 천천히 굴렸다.
하지만 마음만은 먼저 식당에 도착해서 밥을 먹고 있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자전거를 한참 타고 나서야 눈앞에 식당이 보이기 시작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식당에 들어가기는 하였지만 막상 밥을 먹으려 하니 물을 너무 많이 마셔서 그런지 배가 고프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 자전거를 타려면 꼭 먹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꾸역꾸역 밥을 먹었다. 밥을 다 먹으니 디저트로 수박이 나왔다. 이상하게도 밥은 잘 넘어가지 않는데 수박은 입안에서 사르르 녹더니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밥을 먹은 후 작가님께서는 어김없이 ‘출발준비’를 외치셨다.
이제는 나도 호진이가 왜 ‘출발준비’를 싫어했는지 알 것 같았다.
왜냐하면 안장에 엉덩이를 걸치자마자 엄청난 고통이 몰려왔기 때문이다.
작가님이 똥개에게 엉덩이를 물렸을 때 이런 기분이 드셨을까?
하지만 모두가 자전거를 타고 있어서 트럭을 타는 것을 내 체면이 허락해 주지 않았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아픈 엉덩이를 달래며 자전거를 탔다.
자전거를 타자 자전거 때문에 아팠던 엉덩이의 고통이 잊혀졌다.
술을 술로 깨는 사람들의 몸이 건강을 포기한 것처럼 내 몸이 엉덩이를 포기한 것이 아닐까? 라고도 생각해 보았다.
한참을 자전거를 타고 나니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숙소에 도착했다.
나는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나를 쪄 죽이려고 하던 버프와 선글라스와 모자와 헬멧 등을
벗어 던지고, 작가님의 연설을 들었다. 평소 같았으면 귀에 쏙쏙 들어올 작가님의 말씀이 오늘은 한 귀로 들어오고 한 귀로 빠져나갔다.
왜냐하면 빨리 숙소에 들어가서 커튼을 치고 드러눕고 싶었기 때문이다.
잠시 뒤 드디어 작가님의 길고 긴 연설이 끝났다.
나는 방으로 절뚝거리며 걸어가 힘겹게 문을 연 후 방 깊숙이 들어가 드러누우려고 시도하였다. 관절을 한 번 움직일 때마다 뼈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가 쿡쿡 찌르는 느낌이 들었다.
힘들게 관절과 투쟁한 후 겨우 바닥에 누웠다.
천장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흘러나왔다. 나는 순간‘이것이 천국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행복하던 시간도 다른 아이들이 들어오자 끝이 나 버렸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힘이 남아도는지 있는 배게란 배게는 모두 꺼내서 배게 싸움을 했기 때문이다.
눈앞에서 배게가 휙휙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니 천국은 물 건너 가버렸다.
자전거를 탈 때는 시간이 달팽이처럼 느리게 가지만 시원하고 물도 많고 먹을 것도 많은 이곳은 달랐다.
시간은 휙휙 흘러 어느새 잠을 잘 시간이 되었다.
이불을 덮고 눈을 감으려던 찰라 작가님이 문을 열고 들어오시며 ‘벌써 자?’ 라고 말하셨다.
나는 기다리던 바라는 듯 이불을 던져버리고 벌떡 일어나 작가님의 눈을 초롱초롱하게 바라보았다.
그러자 작가님께서는 아이들을 불러 모아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주셨다.
수리부엉이를 차로 친 이야기와 작가님 차 위에 올라탄 고라니 이야기, 중국계작가님이 한국에 오셔서 고라니를 뱀파이어로 착각한 이야기 등등 모두 웃지 않고서는 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우리는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서도 새벽 6시부터 ‘셜록홈즈’와 얼음총알 사건과 저녁에 작가님을 포위 해 다리를 걸치고 잔 아이들이야기 등
7시까지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들었다.
혹부리영감의 노래주머니처럼 작가님도 턱에 이야기보따리를 달고 계신 것 같았다.
나도 이야기들을 잘 익혀 놓았다가 친구들에게 들려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잠시 뒤 자전거 점검을 마치고 메타세콰이어나무 길까지 힘겹게 자전거를 타고 갔다. 메타세콰이어나무 길은 거의 내리막길이어서 순조롭게 지나갈 수 있었다.
메타세콰이어나무 길 다음에는 영산강 자전거 길을 지나 작은 언덕에 도착했다.
작은 언덕이라서 만만히 보고 편안한 마음으로 올라가기 시작하였는데 작가님이 천천히 올라가셔서 브레이크를 밟으며 따라간다고 죽는 줄 알았다. 페달을 한 번 굴릴 때마다 수명이 1년씩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언덕을 모두 올라갔으니 수명이 한 50년 쯤 줄었을 것이다.
그렇게 고생고생하며 겨우 내리막길을 내려가고 있는데 작가님께서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몇 km만 더 가면 숨이 깔딱 넘어가는 깔딱 고개가 두 개나 나온다는 것이었다.
나는 작가님께서 뻥을 치시는 것이라고 생각하였지만 얼마가지 않아서 깔딱 고개가 진짜 나타났다. 사이클을 탄 staff아저씨가 옆에서 헉헉 거리셨다.
나는 자전거에서 내리고 싶었지만 ‘오르막길 끝에는 바람처럼 달릴 수 있는 내리막길이 있다’는 호진이의 말을 믿고 열심히 페달을 굴렸다. 잠시 뒤 결국 나는 깔딱 고개의 내리막길을 눈 앞에 두고 있었다. 역시나 내리막길은 최고였다. 점점 속도가 붙더니 어느새 산은 저 멀리에 있고, 다음 깔딱 고개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 깔딱 고개만 올라가면 오늘의 힘들었던 83km의 여정을 끝내고 편히 쉴 수 있었다.
나는 힘을 내서 1등으로 오늘의 여정을 마쳤다. 물론 작가님은 빼고 말이다.
숙소 내부는 어제보다 더욱 좋았다. 샤워실도 있어서 오랜만에 깨끗이 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이 작가님과 함께하는 마지막 밤이라서 아쉽고, 씁쓸했다.
영원 할 것 같았던 자전거 여행이 거의 끝나가고 있어 오늘은 여느 때보다 훨씬 신나게 놀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작가님께 재미있는 이야기도 더욱 많이 듣고, 친구들과 장난도 더 많이 쳤다.
작가님께서는 마지막 밤에는 포위당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세로로 자게하고, 작가님은 가로로 주무셨다. 작가님은 12시에 잠이 들었지만 우리는 이대로 마지막 밤을 넘길 수 없었다. 왜냐하면 오늘이 작가님의 코고는 소리를 녹음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39분 동안 기회를 노렸지만 나의 웃음소리 때문에 실패하고 말았다. 녹음기를 계속 켜 놓을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옆에 있는 친구가 코를 심하게 골아서 실패했다.
그래서 우리의 작전은 허무하게 무산되고 말았다.
마지막 날이 되었다. 엉덩이가 만성이 되어서 아프지 않았고, 컨디션도 매우 좋아서
모든 언덕을 훌쩍 넘어 버릴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잠시 뒤 나타난 전망대 언덕 때문이었다. 그 언덕은 깔딱 고개의 수준을 넘어서 거의 꼴까닥 고개라 해도 될 만큼 오르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고생 끝에는 언제나 낙이 오는 법!
언덕을 올라 전망대 꼭대기에 가 보니 아이스크림과 얼음물과 함께 아름다운 풍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나서 먹는 아이스크림은 누가 뭐래도 가장 맛있는 아이스크림이었다.
식염포도당과 함께 먹어도 단 맛을 잃지 않았다.
이제 앞으로 몇km 남지 않았다. 자전거 페달을 열심히 굴리다 보니 목적지인 목포에 들어왔다. 모든 것이 끝 난 줄 알고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엄청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페달을 아무리 굴려도 자전거가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하지만 보급트럭에서 주먹크기의 2배만큼 큰 복숭아를 먹고 파워업을 한 나는 제 아무리 바람이라 해도 막을 수 없었다.
잠시 뒤에 점심이 기다리고 있는 곳에 다가가자 작가님이 카운트다운을 하기 시작했다.
10!, 9!, 8!, 7!, 6!, 5!, 4!, 3!!, 2!!!, 3!!!!, 1!!!!!드디어 2박 3일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여행이 끝났다. 완주증과 사진을 받고 나니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울지 않고 참았다.
마지막까지 웃으면서 마무리하고 싶었다.
악수를 한 번씩 하고 차에 타니 졸음이 쏟아졌다.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잠이었다.
2023.8.22.(화)
첫댓글 오, 주원이가 일등으로 여행 후기 올렸네. 아주 생생하고 재미있게 잘 썼다. 둘째날 코골이 녹음작전이 있는줄 모르고 편하게 잠들었는데. ㅠㅠ 너희들은 다 계획이 있었구나. 그런데 나만 코곤 거 아니야. 다른 범인도 있었어. 그게 누굴까? ㅋㅋ
표준말 쓰는 우리 주원이 글 잘쓰네 ㅎㅎㅎ 멋지다
엄마, 아빠한테 전주 놀러가자해 삼촌이 맛있는것도 사주고 잠도 재워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