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모자 쓴 모습이 웡카를 닮은 선빈이와
머리를 단정히 묶은 모습이 엘사를 닮은 규리.
웡카 닮은 극장주와
엘사 닮은 극장주가
시원한 여름밤 동네 마을회관에서
두편의 영화를 상영했습니다.
*
너나들 입구에 들어서자,
선빈이가 직접 만든 포스터가 보였습니다.
그리고 상영 시작 전부터
영화에 대한 몰입감을 불러일으키는 웡카 BGM과
나란히 놓인 책 두권
영화관 곳곳
극장주의 센스가 돋보였습니다.
“헐 저거 뭐지?”
“직접 그린건가?”
“대체 누가한거지?”
스크린 양 옆
마치 디자인해서 출력한 것 같은 작품은
알고보니 예랑이의 솜씨였습니다.
“누나가 포스터 안그려줘요”
저는 분명 이 말을 들었던 것 같은데
예랑이가 극장을 여는 동생들을 위해
영화 제목을 근사하게 그려주었나봐요.
유경이는 그 그림을 한참 바라보더니
직접 예랑이를 찾아가 예쁘다고 얘기했습니다.
아이들은 영화에 맞게 잘 꾸며져 있는 극장을 구경하며
신기해하고, 즐거워하고, 좋아했습니다.
*
영화 시작 전, 선빈이가 볼 영화와
지켜야 할 규칙을 안내해주었고,
규리와 친구들은 관객 한명한명에게
팝콘을 담아 나눠줬습니다.
1부: 겨울왕국 2
영화가 시작되자,
규리는 겨울왕국이라는 영화에 맞게
얼린 젤리 스틱을 관객들에게 나눠줬습니다.
“우와 겨울왕국 보면서 이거 먹으니까 시원하다”
규리의 센스 덕분에 아이들은 영화에 더 몰입했습니다.
마을영화제의 묘미는 아마도
영화 보면서 얼마쯤 떠들 수 있다는 것 아닐까요?
아이들은 때때로 노래를 따라부르기도 하고,
웃긴 장면을 곱씹기도 하고,
대사에 한마디씩 덧붙이며
하하호호 영화를 즐겼습니다.
규리가 시원한 여름 밤,
모두가 즐기기에 좋은 영화를 고른 덕분입니다.
규리에게 고맙습니다.
*
극장 한켠에 간식 코너가 있었는데요.
시간이 지날수록 간식이 동나는 게 아니라
더욱 채워졌습니다.
“제가 나눠먹으려고 집에서 팝콘을 튀겨왔어요”
극장주도 팝콘을 준비했는데,
관객으로 온 솔이와 담이도 팝콘을 한아름 튀겨왔습니다.
“이 뻥튀기는 언제 생겼지?”
영화 중간중간에 아이들이 자주 리필한 뻥튀기는
주산동 주민 민채네가 가져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오늘 마을에 놀러오신
대덕종합사회복지관 선생님들은
치킨과 떡볶이를 한가득 들고 오셨고요
지난 겨울 추동팀 민서도,
나눠먹을 빵을 가져왔습니다.
와!
우리는 마을회관에 동그랗게 모여앉아
간식을 나눠먹었습니다.
‘맛있는데 배부르다, 배부른데 맛있다’
풍족한 파티였습니다.
2부: 웡카
영화가 시작됨과 동시에
극장주 선빈이는 초콜렛을 손에 들고
관객에게 하나씩 나눠줬습니다.
그리고 영화 중간중간
초콜렛을 더 주었습니다.
마치 4D 영화를 방불케 하는 극장..
다시 생각해봐도 환상적인 극장이었어요.
아이들은 저마다 편한 자리에서
편한 모습으로
누구는 누워서,
누구는 엎드려서.
보다가 졸기도 하고
졸다가 일어나서 보기도 하며
영화를 즐겼습니다.
*
우와 -
짝짝짝짝
영화가 끝나자 터져나오는 박수소리.
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흔적을 치우는 손들.
“우와 재밌었다”
“헉 벌써 11시야”
“내일 수학숙제 안했는데 망했다”
“그래도 즐거웠잖아 그럼 된거야”
아이들이 영화를 곱씹고
내일을 걱정하는 동안,
아이들을 데리러 오신 이웃들은
우리 동네건 아니건
영화를 봤건 안봤건
다함께 장소를 정리하셨습니다.
“아우 고생하셨어요”
“여기 영화보기 참 좋네요”
“종종 여기서 영화봐요”
*
극장을 열기까지
선빈 규리 엄마, 이소희 선생님께서
특히 준비를 많이 하셨습니다.
극장주와 극장주를 사랑하는 이들이 함께 이룬 극장
극장주가 자기의 삶에서 주변 사람들과 함께 준비한 극장.
이렇게 준비하기 위해 고민했을 극장주의 마음과
그 마음 가운데 함께한 사람들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요.
환상적인 밤을 선물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렇게
정겨운 사람들이 모여 사는
호숫가의 여름밤이 깊어갑니다.
.
.
.
“아이고 이렇게 오늘 늦게까지 했는데 내일 또 해요?”
네.
내일 저녁 7시 반 서율이네 집에서 또 만나요.
첫댓글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
쉬는 시간에 담이가 음료를 쏟았어요.
선빈이가 아무말 없이 화장실에서 걸레를 가지고 나와
깨끗이 닦고 다시 아무말 없이 자리에 앉았어요.
그야말로 극장주
주인답지 않습니까?
짱구 잠옷 입은 소년이 저렇게 멋있을 수 있나요?
누가 영화중에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리나 했더니...
이 장면을 찍기 위해서였군요.
극장주 선빈이의 모습에서
책임감이 무엇인지 느끼게 돼요.
선빈아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