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코스 : 도리 마을 - > 현수 1리
경기 둘레길 36코스의 들머리인 도리 마을은 남한강을 오가던 배가 정박하던 나루터 마을이었는데 마을로 들어오는 길이 오직 하나뿐이어서 어찌할 도리없이 똑같은 길로 들어오고 나갈 수밖에 없어 도리 마을이 되었다. 고 하였는데 경기 둘레길 자료실에서는
“도리 마을 남쪽에 도호동(桃湖洞)마을이 있었는데 마을 사람들은 남한강에 수운이 발달하면서 생활하기 편리하고 토양이 비옥한 강변 마을로 옮겨 살았다. 그 뒤로 강변 마을은 번창했고, 사람들은 도화동 사람들이 옮겨와서 큰 마을이 되었다는 뜻으로 도래(桃來) 혹은 되래라고 했다. 행정명으로 ‘도리’라고 한다.” 하였다.
독조봉에서 분기한 산줄기의 중군이봉을 주산으로 형성된 도리 마을은 아늑한 산간마을이며 남한강을 바로 옆에 둔 강변 마을이다. 경기 둘레길을 걸어가고자 도리 마을에 도착하니 오늘이 정월 대보름이어서 윷놀이 대회 준비를 하는 마을 사랑들의 손길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산업화가 되었지만, 아직 예전의 농촌의 풍습이 면면히 이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아마 순후한 마을의 인심도 변하지 않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도리 마을은 올 때마다 푸근한 마음이 든다.
인삼밭을 지나 신선바위를 향하여 길을 잡으니 강변의 길로 인도한다. 강천섬이 드넓게 펼쳐있다. 여름철이면 야영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을 것이지만 겨울철의 남한강의 정적에 강천섬도 숨을 죽이고 있는 듯하였다.
여강길인 세물머리길을 걸었을 때를 떠 올리면서 강변을 따라 걸어가 세물 머리 백조길에 이르렀다. 경기 둘레길과 여강길을 걷는 사람들의 안전을 지켜 주는 백조의 솟대가 우리를 맞았다.
길가의 가장자리에는 남한강과 섬강 그리고 청미천이 합해지는 곳을 뜻하는 세물 머리의 소원탑이 있다. 석가탑과 같은 화강암으로 쌓은 석탑이 아니라 길가에 흩어진 돌을 하나둘씩 던져 놓은 돌로 쌓아 놓은 탑으로 완성되지 않은 미완성의 탑에서 의미를 찾아야 할 것 같았다.
완성을 향하여 나아가고 있는 세물 머리의 소원탑에서 세물 머리의 소원을 생각해 본다. 세물 머리 하나가 되듯 강원도, 충청도, 경기도가 하나 되니 화합을 우리에게 화두로 주는 것일까?
아니다. 자연의 풍요롭고 넉넉한 마음이 우리의 마음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라고 하여 주위에서 돌멩이 하나를 주워 미완성의 소원탑에 던진다. 하나의 돌이 탑을 완성할 수 없지만, 이곳을 지나가는 사람마다 돌 한 개씩을 던져 놓고 간다면 언젠가는 탑은 완성되지 않을까?
세물 머리 소원탑에서 소원은 빌지 않고 눈을 든다. 강 건너 자산이 솟아 있다. 자산의 기슭을 따라 섬강의 물소리를 들으며 걸어가던 그때에는 자산이 그렇게도 아름답게 느꼈는데 오늘은 산 중턱에 자리한 흉한 건물들로 상처받은 마음을 강변에 세워 놓은 애기 도리섬이란 시를 읊조리며 달랜다.
애기 도리섬 - 홍일선
여강께서도
청미천께서도
마음이 많이 아프신 것이다.
어미 품에 안기는 일이
억겁 만길이라도 되는 것인가
어미 도리섬이 눈앞 바로 지척인데도
몇십년 어쩌면 백년이
걸릴지도 모른다니
에기 도리섬
남쪽 중군이봉
푸른 소나무에게
그저 두 손 모아 보는 것이다.
남한강, 섬강, 청미천이 하나가 되는 세물 머리에서 어미 도리섬과 하나가 되지 못하는 애기 도리섬의 여한을 노래한 것일까? 떠나기 싫은 발걸음을 신선바위로 향했다.
이제 강변길에서 산길로 진입한다. 여강길 걷기로 인연을 맺은 남한강, 이제 남한강과 헤어지면 언제 다시 만날까? 떠나면 만나는 것은 반드시 이루어지지만 잠시의 헤어짐도 오늘따라 유달리 서운함을 느끼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驪江 그리고 남한강 - 최병국
달빛 흐르는 여울물 소리는
질주하는 수천 마리 말발굽 소리 같고
햇빛 흐르는 검푸른 너울 파도는
질주하는 수만마리 말 등 같네
그래서 驪江이라면
느리디 느린 호수 강물이 노니는 하얀새들은
바쁜 일상 잠시 내려놓고 반조하라 날갯짓하고
수상스키 내뿜는 두 줄기 물결은
잘 정돈된 남한강 위상을 말해 주는 것 같네
가끔은 여울물 소리가 들려오는 驪江이
그리울 때도 있다.
아늑한 산길로 이어졌다. 강변에서 느꼈던 고요함이 산속에 들어서 정적의 세계로 치닫는다. 산의 정적은 어쩌면 외로움과 쓸쓸함이 엄습해 오기도 하지만 오늘처럼 뜻을 같이하는 동지와 함께 길을 걸어가니 그 기쁨은 배가 되었다.
하늘에서 신선들이 내려와 바둑을 두던 곳이라는 전설을 지닌 마고 (신선) 바위에 이르니 어디에서 볼 수 없는 소나무가 범상치 않은 곳임을 알려준다. 마고 바위 위에 있는 작은 웅덩이는 천지를 창조한 마귀 할미의 오줌통인데 고여 있는 물은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는다고 하였다.
마고 할미의 신화를 듣고 장안 4리로 향했다. 아늑한 산길은 변함없이 계속되어 걸음걸음 가볍게 진행할 때 중군이봉에서 하산하는 등산로에 이르렀다. 여강길을 걸을 때는 중군이봉의 하산길이 희미하여 방황하였는데 오늘은 임도를 닦아 놓아 쉽게 장안 4리에 이를 수 있었다.
도리 마을에서 장안4리에 이르는 길은 세 곳이 있다. 도리 마을 – 중군이봉 – 장안 4리가 하나이고 오늘 걸어온 도리 마을 – 신선바위 – 장안 4리가 하나요 도리 마을에서 차도를 따라 걸어오는 길이 또 하나의 길인데 오늘로써 세 길을 모두 걸어봤지만, 신선바위를 거쳐 오는 길이 가장 걷기 좋은 길이었다.
장안 4리 마을회관 정자에 옆에 세워진 여강길 안내 지도를 살펴보면서 경기 둘레길과 가는 길을 대조하여 볼 때 전에 없었던 “ 걷기의 느린 움직임은 세상의 다양성과 아름다움을 보개 해 줍니다”라고 적어놓았다.
그래서 이 땅을 걷는 것이다. 단순히 건강 증진을 위한 걷기라면 동네 공원이나 뒷산에서 산책하며 건강 체조를 하면 되는 것인데 세상의 다양성과 아름다움을 만끽하고자 그 먼 곳에서 셍면 부지의 고장에 와서 마을 구석구석을 발목이 시리도록 걸어가는 것이다.
청미천 둑길에 이르렀다. 강을 연상하게 한 만큼 폭이 넓다. 아름답게 꾸미고자 인간의 손길이 가해져 완성된 하천에 깃들여져 있는 사람에게 제멋대로 굽이쳐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흐르는 청미천은 바라만 보아도 가슴이 탁 터지는데 청미천의 물길 따라 걸어가는 기쁨은 배가되어 흥이 절로 인다.
건너편에는 조그마한 동산들이 어깨동무하듯이 줄지어 솟아 있고 논밭이 펼쳐있는데 도시의 아파트 건물의 좁은 공간에서 길들어 있는 도시인의 눈을 끝없이 멀리 퍼져 나가게 하였다.
듣기 좋은 유행가도 세 번들으면 싫증 난다고 하였는데 청미천을 오늘로써 3번을 대하였지만, 오히려 그 물길 따라 발원지까지 걷고 싶은 충동이 솟구치는 것은 왜일까 ?
삼도 화합을 뜻하는 삼합의 의미를 지닌 삼합교에서 여강길은 삼합교를 건너 소너미 고개를 넘어 충청도에 이르지만 경기 둘레길은 삼합교를 건너지 않고 청미천 둑길을 따라 진행한다.
여강길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청미천 물길을 따라 갈 것 같았던 경기 둘레길은 천변으로 걸어갈 수 있는 길이 없어 산길과 마을 길로 우회하여야 했다. 한적한 산길에서 점심을 먹었다.
박찬일 사장은 당뇨 관계로 누룽지를 준비하였고 좋은 소식 님은 컵라면, 김총무와 나는 쌀국수로 점심밥을 대신하였고 간식으로는 전과 오이, 사과 등 과일로 배를 채우고 커피까지 마실 수 있었다.
시장이 반찬이란 말이 있듯이 2시간여를 걸어왔는데 무엇을 먹은들 꿀맛이 아니겠는가! 점심을 먹고 나니 힘이 솟았다. 충전된 힘으로 무심코 논길 따라 진행할 때 경로 이탈을 알린다.
논길 따라 걸어가는 깃이 아니라 산길로 진입하여야 했다. 오늘 36코스를 걷기 전 전체 구간에 대한 안내도를 살펴보니 도상거리 10.6km, 예상 소요시간 5시간이 소요된다고 기록되어 있어 매우 걷기 힘든 코스로 여기었는데 지금까지 순탄한 길을 걸어왔기에 지금부터 힘든 구간이 될 것으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산길로 접어드니 오르막길은 힘들이지 않고 올랐으나 내리막길에서는 경사가 급하여 매우 조심하여야 했다.
산길을 내려와 전원주택을 지나 현사교에 이르렀다. 목적지 현수1리까지는 2.3km이다. 이제 1시간이면 도착할 수가 있을 것 같은데 현사교에 진입하니 보도 차도가 구분이 없어 다소 위험했지만, 자동차 통행이 거의 없었다.
도시 내에 있는 교량에는 중간에 비상대피를 할 수 있는 곳도 만들어 놓는데 현사교는 비상 대피는 고사하고 사람 통행금지 구역도 아닌데 보도와 차도를 구분해 놓지 않은 매우 위험한 다리였지만 다리 아래 맑은 물에 떠다니는 오리 떼에 눈길을 집중하고 있으니 위험 불감증일까?.
현사교를 건너니 청미천 자전거길을 조성하여 놓았다. 헤어졌던 청미천 둑길을 다시 만난 것이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오른쪽에는 강금산, 왼쪽에는 오갑산, 앞으로는 백족산, 뒤로는 소무산이 솟아 있는 넓은 벌판에 청미천이 흘러 산과 물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해발이 500m도 되지 않은 어쩌면 산이라 볼 수 없는 조그마한 동산들이 서로 어깨동무하며 한줄기로 뻗어 있는 넓은 벌판, 비록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지 않지만, 고향의 뒷동산 같은 친밀감이 감도는 벌판을 청미천 물길을 따라 걸어가 현수 1리에 이르렀다.
● 일 시 :2023년 2월5일 일요일 흐림
● 동 행 ; 박찬일 사장님. 김헌영 총무. 좋은 소식
● 동 선
- 09시55분 ; 도리 마을
- 10시30분 : 신선바위
- 11시05분 ; 장안 4리 마을회관
- 11시37분 ; 삼합교
- 12시55분 ; 현사교
- 14시05분 ; 현수1리
● 도상거리 및 소요시간
◆ 도상거리 : 10.8km
◆ 소요시간 : 4시간10분 (점심30분. 휴식40분 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