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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등 여러 이유를 들어 착용을 꺼리거나 마지못해 건성으로 착용하는 경우도 많죠.
구명조끼는 우리가 숨을 계속 쉴 수 있게 해주는 것이고, 헬멧은 우리가 정상적으로 행동하고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ㅋㅋㅋ) 것이니만큼 결코 우습게 생각하지 말아야 할 정말 중요하고도 저렴한(?) 자기 보호장비이므로 이것을 사서 쓰는 것에 절대 돈을 아까워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그럼 지금부터 패들 스포츠(Paddle Sport)에 적합한 헬멧에 관한 몇 가지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이하 간단히 '카약 헬멧'이라고 지칭하겠습니다.
카약 헬멧도 카약킹 스타일에 따라 적합한 형태가 따로 있다.
① 풀 컷(Full Cut) 타입:
귀와 후두부까지 방호할 수 있어 빈번하게 전복되는(거의 대다수가 옆으로 전복되죠) 초심자에게 가장 추천하는 타입.
리버러닝과 서핑처럼 강한 파도와 빠른 유속에서 활동 빈도가 높은 카약커들이 사용하기에 적합한 타입입니다.
② 하프 컷(Half Cut) 타입:
귀부분이 개방되어 있어 소리가 잘 들리기도 하고 갑갑함도 덜하며 콤팩트하고 세련되 보여서 매우 인기가 있지만 그만큼 방호력은 떨어지므로 프리스타일 카약킹처럼 전반적으로 안전한 수면에서 활동하거나 전복 빈도가 매우 적은 카약커들이 사용하기에 적합한 타입니다.
③ 풀 페이스(Full Face) 타입:
눈과 코를 제외한 머리부분 대부분을 방호할 수 있지만 착용하기 힘들고 갑갑하지만 폭포 점프 같은 험난한 급류에 도전하는 모험적인 카약커들이 주로 사용하는 타입입니다.
상당히 무거울 듯 보이지만 의외로 가볍습니다.
카약 헬멧의 재질
보통 두 부분으로 된 자전거용 헬멧과 달리 카약 헬멧은 오토바이 헬멧처럼 외피(Shell), 내피(Liner), 고정끈(Strap), 조절장치(Hog)등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부분들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느냐에 따라 방호력도 적지 않은 차이가 나고 가격도 차이가 나게 됩니다.
① 외피(Shell):
카약 헬멧의 외피는 어떤 소재가 되었든 외부 충격이 가해졌을 때 1차적으로 이 외피 부분이 깨지면서 그 충격을 저감시키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 부분이 깨져야 덜 다칩니다. ^^
콤포지트(composite)라고 부르는 카본 혹은 화이버글라스 소재로 만든 외피나 ABS 플라스틱(plastic) 소재로 만든 것이 주를 이루는데, 콤포지트 소재는 거의 100% 수작업으로 만들고 다양한 그래픽도 넣을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비쌀 수 밖에 없는데 반해 ABS 플라스틱 헬멧은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합니다.
요즘은 복합 소재도 많이 나옵니다.
이 부분은 일단 일부분이라도 파손이 되면 수명을 다 한 것이라고 봐야 하는데, 살짝 보수해서 쓰다간 더 큰 화를 당할 수 있습니다.
② 내피(Liner):
내피는 착용감, 안전도, 부력에 크게 관여하게 되는데요.
주로 Vinyl Nitrile(VN) 소재의 내피나 EPP(발포성 폴리프로필렌) 소재 등 두 가지 소재가 많이 쓰입니다. .
VN 소재는 수분 흡수율이 매우 낮고 충격에 의한 압축률도 적고 충격을 빨리 흡수해버리는 특성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무겁고 가격이 비쌉니다.
반면에 EPP 소재는 마치 자동차 범퍼 내부나 자전거용 헬멧에 쓰이는 마치 스티로폼(EPS)처럼 보이지만 이 또한 물을 거의 흡수하지 않으면서도 굉장히 가벼우며 복합적인 외부 충격에 뛰어난 반발력과 변형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일부 헬멧에는 물컹물컹한 질감의 연질 EVA 소재의 내피도 쓰입니다.
내피를 자신의 머리에 맞게 적절하게 절개하거나 덧대면 되는데,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 다목적 접착제로도 외피에 잘 붙습니다.
③ 턱끈(Straps):
헬멧의 외피에 스테인리스 아일렛으로 고정된 턱끈은 헬멧이 머리에 잘 고정되고 혹은 충격을 받는 순간에도 헬멧이 벗겨지지 않도록 함으로써 안전도에 관여하는 바가 매우 큰 부분이면서도 피부에 직접적으로 닿고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부드러운 질감과 유연한 성질을 가진 나일론 웨빙(Nylon Webbing)이 가장 비싸고, 단단하며 거친 질감의 폴리프로필렌 웨빙(Polypropylene Webbing)은 가장 저렴하며, 질감은 부드러운듯 해도 사실은 딱딱한 폴리에스터 웨빙(Polyester Webbing)은 중간 정도의 가격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가급적 웨빙의 모서리가 피부에 닿지 않도록(특히 턱 아래부분이) 튜브 형태의 웨빙을 쓴 것이면 더 좋겠죠.
④ 조절장치(HOG):
일명 호그(HOG)라고 부르는 이것은 헬멧을 착용하였을 때 이마가 헬멧의 앞부분에 완전히 밀착되도록 후두부를 미세하고도 적정하게 밀어줄 수 있게 설계된 조절 장치입니다.
레버 방식 혹은 다이얼 방식으로 조절되는 이 장치가 없는 헬멧은 헬멧 후두부 내피에 적절한 크기의 내피를 추가로 덧대는 작업이 필요하겠죠.
이런 편의 장치 역시 바로 가격에 포함되는 건 물론입니다.
만약 이 부분이 파손되어 작동하지 않는다면 후두부 안쪽에 내피를 적절히 덧댐으로써 대체할 수도 있습니다.
과연 내 머리가 헬멧에 들어가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앞서 머리가 커서 맞는 헬멧이 없다는 대목에서 "에휴!"라고 했는데요.
솔직히 저도 저를 똑바로 눕혀서 키우신 어머니가 원망스러울 정도로 제 머리모양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얼굴이야 두말할 것도 없고!)
뒤통수는 거의 절벽이고 옆으로 튀어나온 두상 때문에 단순히 머리둘레 사이즈로 선택한 헬멧 사이즈 그 어느 것도 머리에 들어가지가 않으니까요.
오죽했으면 그 유명한 홍진크라운(HJC) 본사를 직접 찾아가 우리나라 사람 두상에 맞는 래프팅·카약킹 헬멧을 만들어 달라고 떼를 썼을까요.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ㅎㅎ
위의 모델들은 제가 지금까지 사용한 헬멧들인데요. (색상도 똑같습니다)
첫 번째 Protec 풀 컷 헬멧은 급류 카약을 처음 타기 시작해서 거의 15년 가까이 썼었고, 두 번째 Wildwater 사이드 컷 헬멧은 프리스타일 카약을 타기 시작하면서부터 거의 10년, 세 번째 Shred Ready 사이드 컷 풀 카본 헬멧은 지금까지 거의 10년 이상 사용 중인데, 그만큼 헬멧은 오래 쓰게 됩니다.
현실적으로 헬멧을 사용하는 카약커가 생각보다 적고 한번 구입하면 원체 오래 쓰다보니 판매상 입장에서는 1년에 고작 몇 개 팔리지도 않는 헬멧, 국내산은 거의 오토바이용이거나 완구에 가까운 수준의 헬멧, 그러다보니 서양인의 두상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수입산 카약 헬멧을 취급하고 소비자들은 그걸 구입해서 쓰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 만약 그게 아주 잘 맞는다면 그 누구보다 부모님께 고마워해야 할 겁니다. ^^
헬멧은 크게 One Size Fit All 혹은 여러 사이즈로 나오기도 하는데, 무엇보다 자기 머리에 딱 맞는 사이즈의 헬멧을 골라서 쓰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하지만 동서양을 불문하고 사람 머리 모양이 다 제각각이다보니 일단 머리가 들어가는 헬멧 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드는 디자인과 색상, 그리고 가장 작은 사이즈를 선택한 다음 적절한 피팅(Fitting)을 해서 쓰면 되겠습니다.
사이즈가 있는 헬멧을 선택하고자 한다면 머리 둘레를 재야 하는데, 아래 그림에 표시된 위치(귀 윗부분)의 머리 둘레 사이즈를 줄 자(없으면 끈으로 재서 자로 재면 됨)로 재면 됩니다.
제 머리 둘레는 58 cm로 보통 서양 헬멧 치수로는 LG사이즈에 해당하지만 옆으로 넓어서 XL 사이즈를 써도 대부분 옆머리 부분이 엄청나게 아픕니다. (서양에서 만들어진 헬멧 사이즈는 제조사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보통 52~61 cm 정도까지는 커버합니다.)
헬멧도 제대로 쓰고 관리해야 제 역할을 한다.
구명조끼와 마찬가지로 헬멧 역시 절대 대충 쓰지말고 제대로 써야만 방호 기능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강 여행을 하다보면 헬멧을 머리 위에 얹어 놓고 고정끈을 채우지 않는 정말 개념없고 바보같은 래프트 가이드들을 보게 되는데, 안타까운 것은 맨 뒤에 타고 있다가 래프트의 반동에 의해 뒤로 넘어가서 머리를 다치는 가이드가 적지 않다는 겁니다.
① 이마가 헬멧 앞부분에 완전히 밀착되어야
이마가 헬멧에서 들 뜬 상태로 착용하면 실제 외부에서 충격이 가해졌을 때 헬멧이 이마 부근을 타격하는 2차 충격으로 인해 심한 피부 손상을 입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며, 카약 롤을 구사했을 때 이 공간에 물이 들이찼다가 안면부로 쏟아져 내리는 현상도 생깁니다.
후두부쪽의 조절장치를 조정하거나 후두부쪽에 추가로 패딩을 덧대는 등의 피팅을 해야 합니다.
② 고정끈(턱끈)을 적절한 수준으로 조정해서 써야
대다수 헬멧의 고정끈은 외피에 고정된 웨빙(webbing)이 V자 형태로 내려오다가 하나로 합쳐져 미세한 조정도 돕는 사이드 조절 놉(붉은 원), 턱 아래에서 좌우 웨빙이 서로 개폐되게 해주는 버클(buckle)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헬멧을 착용했을 때 사이드 조절 놉이 귓볼 바로 아래에 위치하도록 하되 고정끈 전체가 너무 느슨하거나 압박하지 않도록 개폐 버클에서 웨빙의 조임을 조정해야 합니다.
이것을 잘 조정해서 착용하지 않으면 헬멧이 작은 머리 움직임에도 쉽게 돌아가는 등 착용 상태가 유지되지 않아 쓰나마나한 상태가 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합니다.
따라서 수시로 이 부분들을 점검하고, 착용 직후 머리를 흔들어 헬멧이 잘 고정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습관도 가져야 합니다.
③ 챙이 너무 크거나 남는 공간이 너무 큰 헬멧은 피해야
이런 디자인의 헬멧은 강한 햇빛을 상당부분 차단해주고 눈부심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반대로 전복되었을 때 강한 물살을 받으면 그만큼 턱과 목에 강한 압박이 가해지는 단점도 동시에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머리에 잘 맞고 전체 규모가 작은 헬멧이 더 안전합니다.
국제카누연맹에서 공인하는 슬라롬 경기용 헬멧들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전복되는 빈도가 매우 적고 대체로 수심이 일정하게 확보된 물에서 활동하는 경우라면 크게 개의치 않아도 되겠지만, 상당기간 급류에서 빈번하게 전복되는 경우라면 신중히 생각해야 합니다.
④ 충격과 압박을 받지 않도록 관리해야
헬멧은 구명조끼와 함께 가방에 수납할 때도 가장 위에 넣도록 신경써야 합니다.
어떤 헬멧이든 일정 수준 이상의 충격이 가해지면 외피가 파손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머리에 손상이 더 가해지니까 그런 것은 좋은 헬멧이라고 볼 수가 없죠.
특히 ABS 플라스틱 헬멧은 압박에 변형이 될 가능성도 크므로 정말 소중히 다룰 필요가 있습니다.
외피가 파손되었다면 즉시 교체해야 하며, 내피가 이탈되었다면 즉시 본드로 고정해야 합니다.
저도 그렇지만 많은 카약커들이 헬멧을 한 번 선택해서 구입하면 파손되지 않는 한 굉장히 오랜 기간동안 사용하는 편입니다.
사용할수록 점점 더 잘 맞고 편해지는 점도 있지만 자신의 얼굴과 헬멧의 디자인과 색상이 카약커 개인의 개성으로 자리매김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입니다. 멀리서 봐도 누군지 딱 알아볼 수 있다는...^&^
그래서 더 잘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전거 헬멧이나 산악용 헬멧을 써도 괜찮지 않나?
드물지만 이런 헬멧을 사용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절대 나쁘진 않다고 봅니다.
헬멧을 아예 쓰지 않는 것보다야 훨씬 낫죠. 하지만!
일부 패션용 바이크 헬멧은 적절한 피팅을 하면 꽤 쓸만하다고 보이지만 카약용 헬멧이 있는데 궂이 다른 헬멧을 사용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다 나름대로 쓸모와 효용성을 따져보고 만들어진 것 아니겠습니까?
'자신의 안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고 스스로 확보하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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