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16일(월)~ (33일째... Muxia~ 피니스테라: 29km
순례자숙소: 피니스테라 모 호텔)
눈을 뜨다.
새벽녁 '묵시아'의 어스름 불빛이 고요하다.
아직은 꿈속을 헤메이는 쌔근거리는 숨소리가 여리게 들려온다.
싱숭생숭 이런생각 저런생각...
일어나 앉아 물 한모금 목을 축이다.
먼동이 밝아온다.
아침 7시 반경...
짐을 꾸리며 서로 인사를 건네는 표정들이 행복하다.
마지막 종막의 길을 찾아 떠나는 여정인지라...
어제 들렸던 바(Bar)에서 빵과 따끈한 우유를 시켰다.
후덕하고 인심좋은 여주인장의 웃음때문에 기분이 좋아진다.
여러명의 동네 아저씨들이 먼저 자리를 잡고 이야기 삼매경에 빠져있다.
다시 공용 알베르게가 있는 작은 언덕배기 노란 화살표를 따라 오르다가
그곳에서 내려오는 카미노 친구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부엔 카미노!'...
하늘이 붉으스레 물들어 있다.
자! 이제 '피니스테라'로 떠난다.
가자, '피니스테라'로...
'묵시아'여 안녕...
조용한 어촌 마을의 풍경를 담는다.
조금은 아쉬운 여운을 남기며...
마을 어귀를 빠져나오니 '로우리도' 해변의 하얀파도가 역동의 싱그러운 향연을 펼쳐내고 있다.
쉼없이 밀려오는 대해의 파노라마가 가슴을 확 트이게 한다.
누군가 사색의 길을 걷고있다.
낭만적이다.
쌓아놓은 돌담이 정겨웁다.
고향 제주바다에선 지금...
해녀들의 '호이'하는 숨비소리가 낭랑하게 들려오는 듯 하다.
어린시절... 육지로 물질 나갔던 두 누님이 추석때쯤 귀향하면서 새옷을 사오던 설레임의 기억이
지금도 내 마음 한켠에 아련한 그리움으로 남아있다.
추억의 회상... 괜시리 눈시울이 붉어진다.
'피니스테라' 가는 길... 잘 가라며 손 흔들어 주는 고마운 마음들을 담아낸다.
오래오래 변치않은 지금의 모습으로 남아있기를... '묵시아 묵시아여!'
아스팔트를 따라 쭈욱 길이 이어진다.
혼자 걷는 적막함도 이젠 일상의 발걸음으로 오래인지라...
그래도 그 쓸쓸함은 어쩔 수 가 없다.
조금더 걸어가니 길이 오른쪽으로 휘돌아선다.
길옆 철철 흘러내리는 샘물에 땀에젓은 얼굴과 손을 적시니 참으로 시원하다.
지친 나그네의 발걸음을 이리도 달래여주니...
이 아침... 하늘이 맑고 곱다.
평온하게 보이는 흙길의 부드러움이 좋다.
정겨운 풍경이다.
햇살이 내려앉은 포근한 이길을 천천히 걸어간다.
수많은 카미노들의 사연이 남겨있고 그리고 계속 이어질 동선의 발걸음들...
고운 길인가 싶다.
작은 다리를 건너고 어느 농가의 고즈넉한 풍경이 한가롭다.
이름모를 들꽃 무리가 가을향기를 전하고 있다.
얼마를 걸었을까.
'묵시아' 쪽으로 걸어오는 카미노를 만났다.
그저 덤덤한 인사를 나눈다.
내리막길이 쭈욱 이어진다.
한참을 걸어가다 두번째 카미노를 만났는데 나를 보더니 '묵시아-피니스테라' 길 선택을 잘 했단다.
자기는 계속 오르막이라며 무척 힘이 든단다.
힘 내라며 V자로 응원을 보내니 얼굴가득 웃음을 띄운다.
4시간여를 걸었을까...
어느 작은 마을초입에 들어선다.
푯말을 보니 '리레스' 마을이다.
붉은 제랴늄 꽃과 벽에 걸린 옥수수가 정겨웁다.
투박하면서도 멋스럽다.
이들의 미적감각이 매번 볼때마다 부럽다.
이곳 '리레스' 마을에서 반드시 셀요를 받아야 한다.
어딜까 두리번 거리며 찾고있는데 어느 건물안에서 누군가 반갑게 나를 불러 세운다.
그저께 '올베이로아' 공용 알베르게에서 함께 묵었던 프랑스 청년이다.
바로 이곳이란다.
주인장도 보이지 않는다.
이 친구가 아니였으면 그냥 지나칠뻔 했다.
작은 통안에 있는 저 샐요를 꼬옥 눌러 찍었다.
이제 두칸남은 '그레덴시알'의 빛나는 보석알들... 내가 세상에서 제일 부자인듯 하다^^
키가 무척이나 큰 그 친구와 작별인사를 나눈다.
손 흔들어 '부엔 카미노!"...
기억에 오래 남을 '묵시아' 여정이 되기를...
인연의 동선은 늘 아름다운가 보다.
멋스럽다... 바라보는 시선이 즐겁다... 이길에서 작은 행복을 얻는 순간이다...
길이 이어진다.
느티나무 옆으로 초록길이 그려져 있다.
사뿐히 즈려밟고 한걸음 두걸음...
배가 출출하다.
길가옆 작은 공터에 긴의자가 놓여있다.
쉼터... 고마운 마음들을 헤아린다.
길 아랫쪽으로 집 몇채가 지붕을 맞대고 있다.
옹기종기 목가적 풍경이 여유롭다.
'리레스' 마을에서 두시간쯤 걸어온 것 같다.
왼쪽 오솔길로 '피니스테라' 표시가 나있다.
소롯하다.
한 30여분 걸어오니 바다가 보인다.
한적하다.
밀려오는 하얀 파도가 고요의 정적을 깨운다.
다시 산속으로 들어서는데 길가옆에 목재소가 보인다.
두 사람이 뭔가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올라'... 서로 인사를 나누던 차에
그때 내 엉덩이 쪽으로 무엇인가 쿵하고 부딪치는 소리에 놀라 쳐다보니 작은 송아지만한
큰개가 먼저 놀라 주인장 허리춤으로 후다닥 달려든다.
그 모양새가 어찌나 웃으운지 셋이서 배꼽을 잡았다^^
세상에 덩치값을 못하고 개가 먼저 놀라다니...
'오리오'... 저 창고안에 어떤 곡식들이 차곡차곡 쌓여있을까...
오후의 카미노 동선이 차츰 서쪽으로 기울어간다.
서둘러 발길을 재촉하다.
여전히 적막하다.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산 능선쪽으로 길이 나타난다.
높고 조금은 가파른 듯 하다.
'어서 올라야지' 생각하며 그쪽 방향으로 걷노라니 길가에 퍼질러 앉은 네댓명이 카미노들이 손을 흔들어 보이며
반가운 인사를 전해온다.
여태껏 카미노에선 한번도 본적이 없는 친구들이다.
왼쪽으로 돌아가란다.
'휴우~'...
아니나 다를까 좌측으로 노란 화살표가 표시되여 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산쪽 방향길은 바로 'Faro' 등대쪽으로 연결된 곳이였다.
'피니스테라' 마을에 들어선다.
오후 4시 반쯤...
공용 알베르게를 물어보니 한참을 더 서쪽방향으로 가야 한단다.
어느 바(Bar)에 둘러 생맥주 한잔으로 목을 축이니 기분이 한결 낫다.
다시 셀요을 받으니 이제 남은것은 한칸...
골목같은 길을 물어물어 공용 알베르게에(숙소) 도착하니 아침에 만났던
멕시코 여자 친구가 웃으며 인사를 한다.
내가 '묵시아'에서 분명 먼저 출발했으니 아마도 뻐스를 타고 온것 같다.
아무려면 어떠랴...
다시 만나니 그저 반가울 뿐이다.
이곳 자원봉사자 여자 관리인 역시 미인인 데다 아주 친절하다.
여권과 그레덴시알를 제출하니 잠깐 살핀 후
'피니스테라' 완주증를 발급해준다.
축하한다며 악수를 청하니 그 기념으로 사진한장 찰칵 추억을 남겼다.
2015년 11월 16일...
'피니스테라' 완주증을 받았습니다.
Seong Kwan Lee!
응원해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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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유럽의 땅끝 '피니스테라' Faro 등대가 있는 0.0Km 표지석을 찾아 나섭니다.
그곳까지는 산등성이를 따라 3km여를 걸어가야 합니다.
빗방울이 한두방울씩 흩뿌리는 고즈넉한 저녁 풍경이네요.
언덕배기 능선아래로 예쁜집 한채가 서있다.
누가 살아가고 있을까...
아마도 천사를 닮은...
염원의 바램이 지척일진대... 성인(聖人)의 형상이 지나는 길손들을 길의 끝으로 인도하고 있다.
내 어찌 그 깊은 뜻을 알랴만은...
대서양 바다가 드넓게 펼쳐져 있다.
0.0km 표지석이 저 멀리 모습을 보인다.
이제 남은거리 100여m...
감동이다.
2015년 11월 16일 오후 6시쯤...
드디어 유럽의 땅끝 0.0km 표지석 앞에 내가 서있다.
이제 그긴 여정의 종막을 마치려 합니다.
모든 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해 올립니다.
그 길 걸으며 사랑하며!...
때론 외롭고 고독하고 때론 즐겁고 행복하고...
겸손의 미덕을 배우고 갑니다.
감사하는 마음을 안고 갑니다.
배려하는 사랑을 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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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
(어느 소설가의 아름다운 글귀를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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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니스테라'의 망망대해...
~ 'Faro'에 마실나온 아가와 가족의 환영을 받으며...
~ 카미노에서 만났던 금술좋은 부부와 함께...
~ 스페인 어느 가족과 함께... 날 쳐다보는 아기의 시선이 이채롭습니다.^^
~ 사색... 길의 여정을 떠올리며...
~ '대서양' 그 바다... 오래오래 잊혀지지 않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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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17일(화)~
'피니스테라' 모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낸 후 '산티아고'행 뻐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두시간여만에 도착한 산티아고 '오브라도이로' 광장에서 이번에는 스페인 학생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큰 행운이였네요.
그곳 한인민박에서 차려준 맛나는 저녁을 먹은 후 고향의 향수를 떠올리며 하룻밤을 지새웁니다.
다음날(2015년 11월 18일:수)...
서로 작별인사를 하고 민박 사장님이 정류장까지 픽업해준 덕분에 무사히 '산티아고' 공항에 도착,
바로 엊그제 스쳐지났던 프랑스 청년과 다시 만났네요.
이제 스페인 '산티아고'를 떠납니다.
뭔가 후련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산티아고 여!' 안녕~
하늘 여행길 따라 두시간 후...
프랑스 '드골'공항 근처 미리 예약한 호텔에서 마지막 밤의 휴식을 취하고...
이제 고향 제주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오네요.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하여도
내 쉴곳은 작은 집 내집 뿐이리..♪'
2015년 11월 19일(목)~
저녁 7시... 드디어 프랑스 빠리를 떠납니다.
집 떠나온지 40일째...
모두가 그립습니다.
비행기 창가너머로 하염없이 비가 내립니다.
무엇을 찾아 이국만리 이곳까지 왔던고...
그 해답의 의미는 나도 모릅니다.
길이 그곳에 있기에...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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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잘 읽어주시고 격려 보내주신 모든분에게 거듭 감사 드립니다.
2016년 6월 12일~ '별방진의 산티아고' 후기록을 마치며...
첫댓글 축하합니다. 어차피 끝남은 또 하나의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