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병원 응급실을 거쳐 중환자실에서 기사회생하신 장모님께서 한달 동안의 병원생활을 접으시고 순천에 있는 딸네집으로 오셨습니다. 올해말 6년간의 치매가족대표를 마무리하고 내년 2월말 유선전화만을 남기고 아날로그적인 여생을 보내고저했던 저에게 은혜로우신 하나님께서 최상의 반려인을 보내주신 것입니다. 저희 모친께서 85세부터 침상옆에 ‘의자식 변기’를 두고 8년동안을 생활하신 것에 비한다면 장모님은 기어서라도 스스로 용변을 해결할 수 있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장구한 지질시대의 극히 일부인 인류사에서 인류가 맞이한 최고의 환경이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질시대인 홀로세입니다. 빙하기와 간빙기를 오가던 지구가 지금으로부터 약 1만 년 전 추운 빙하기에서 벗어나 놀랄만큼 안정된 간빙기에 접어든 것입니다. 인류가 살아가기에 최적화된 조건입니다. 그런데 인간이 여러 활동을 통해 홀로세에서 벗어나 ‘나쁜 인류세’에 접어들어 파멸에 이르게 내버려두지 않으려면 즉 ‘홀로세 비슷한’ 조건을 유지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요? 이 질문에 길버트 월드 바우어나 제임스 러브록은 지구 한계내에 머물면서 홀로세를 넘어서는 티핑 포인트(마지노선)를 건드리지 않아야 한다고 답합니다. 이에 환경보호와 인류 번영을 함께 도모하는 지혜를 지인분들과 공유하고저 합니다.
“자연선택이 이끄는 진화는 30만 종이 넘는 식물과 120만 종이 넘는 동물을 만들어냈으며, 그 동물종 가운데 90만 종이(75%) 곤충입니다. 이들 곤충 집단은 우리 인간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존재입니다. 만약 곤충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농업을 비롯한 생태계 전반이 무너질 테고, 우리가 알고 있는 생명이라는 존재도 더는 존속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곤충 가운데 극히 일부인 2퍼센트만이 우리가 저장해놓은 곡물을 좀먹고, 재배하는 작물에 해를 끼치며, 질병을 퍼뜨린다는 사실과 마주해야 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이러한 것들을 극복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대다수 익충보다는 소수 해충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들이 우리에게 경제적으로 피해를 안겨주므로 무해하다 싶은 곤충보다 그들에 대한 연구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고 비용을 투자한 결과입니다. 이는 적어도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당연한 일입니다. 다행히 우리가 해충에 관해 알아낸 사실은 다른 모든 곤충에게도 적용될 뿐 아니라, 인간 역시 생존을 기대고 있는 전 지구적 생명체의 망(web)에서 곤충이 차지하는 역할에 대해 많은 것을 일깨워줍니다.”
길버트 월드 바우어(일리노이대 곤충학 교수) -
“인간생태학자들 중에서 르네 뒤보스는 인간이 지구라는 커다란 정원을 가꾸는 정원사이며 정원의 꽃들과 정원사는 서로 공생관계에 있다고 보았고 개릿 하딘은 인류가 파멸의 늪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현대 과학기술 특히 원자력 관련 기술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열역학 제2법칙은 폐쇄 시스템에서는 엔트로피가 항상 증가한다고 단언한다. 그래서 태양은 더욱 뜨거워지고 지구의 생물은 모두 멸종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이 일어나는 시기는 수억 년이 지난 이후가 될 것이다. 그 기간은 지상의 모든 생물들이 거의 무한정으로 모든 가능성을 시험해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에 해당된다. 이 우주의 규칙을 마련한 절대자는 시간이 모자란다고 불평하는 자를 결코 곱게 보아주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지구를 거시적으로 생물계의 영향하에 있는 무생물적 환경의 총합체인 가이아로 보는 개념과 미시적으로 생태학적 개념에서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는 인류 역사에서 기인했다고 할 수 있다. 외계에서 바라볼 때 지구는 전체가 하나의 조화로운 시스템이다. 그러나 생태학은 지상에서의 학문이며 박물학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다. 한쪽은 숲은 보지만 나무를 보지 못하며, 다른 한쪽은 나무는 보지만 숲은 보지 못하는 꼴인 셈이다. 데이지들은 옅은 색의 종과 짙은 색의 종이 매년 그 조성비를 달리하며 번성함으로써 이 행성의 기온을 자신들의 생육에 적당한 범위 내에서 오랜 기간 유지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이러한 데이지 세계 모델은 연약한 데이지들이 아무런 사전 조건이나 목적 없이 한 행성의 기후를 자기들의 생존에 적합하도록 오랜 기간 잘 유지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가이아 즉 ‘살아있는 지구’ 라는 개념은 결국 데이지 세계 모델로 대변되는 지구의 총체적 모습이라고 말할 수 있다. 즉 자기 주위의 물리 화학적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생물들과 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제반 환경 요소들이 모두 합해져서 단단히 결집된 조화를 이루는 실체가 바로 가이아 시스템이다. 이러한 조화물은 생물들이 주도권을 잡고 자가조절의 기능을 수행하는 완벽한 역동적 시스템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러브록이 인류의 장래를 위협하는 가장 심각한 환경오염 문제로 핵폭탄과 산성비 그리고 오준층 파괴가 아니라 3C 즉 승용차(car)와 가축(cattle)과 기계톱(chainsaw)을 꼽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그리고 ‘전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Think Globally, Act Locally)’ 라는 슈마허의 입장을 자신의 생활철학으로 몸소 실천하고 있다는 점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열대우림을 인체에 비교한다면 마치 피부와 허파의 역할을 합친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을까? 이러한 열대우림을 손상시키는 일은 대규모의 핵전쟁보다도 더 가이아에 끔찍한 일이라고 러브록은 우려한다. 그리고 지구 온난화의 추세가 열대 삼림의 파괴에 덧붙여질 때 전혀 예기치 못한 방향에서 우리 인류를 포함하는 생물권에 엄청난 재난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준엄한 경고를 주고 있다.”
제임스 러브록(화학자) 저 ‘가이아’(갈라파고스 펴냄)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