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는 전 세계적으로 그 종류가 수백 종에 이르지만 우리나라에서 주로 잡히는 것은 참문어와 대문어 두 종류다. 우리나라 전 연안에서 잡히는 참문어는 길이 50㎝, 무게 3~5㎏ 전후로 최대 길이는 1.3m 정도다. 지역에 따라 돌문어 또는 왜문어라고도 불리는데, 우리가 통상 문어라고 부르는 것은 바로 이 참문어다. 대문어는 동해안에서만 나는 특산종으로 최대 50㎏에 달해 참문어보다 훨씬 크다.
문어의 이름은 그 생김새가 사람의 민머리를 닮아 '머리가 벗어졌다'는 뜻의 옛말 '?年?'에서 나온 ''을 한자 '문(文)' 자를 빌려 표기한 것에서 나왔다. 문어의 머리가 좋아 능히 글을 알 만하기 때문이라는 상상력이 가미된 풀이나 문어가 뿜는 먹물로 글을 쓸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실제 문어의 지능은 무척추동물 가운데 가장 좋아 척추동물의 강아지 수준에 이른다. 과거에는 문어의 먹물로 먹을 대신하기도 했다.
어쨌든 이름에 '글월 문(文)' 자가 들어가며 문어의 신분은 크게 높아져 제사상이나 잔치상에 오르는 음식이 됐다. 특히 경상도 지역, 그중에서도 안동을 비롯한 경북 지역에서 문어는 선비를 상징하는 '양반 고기'로 제사상은 물론 잔치나 손님 접대에도 빠지면 안 되는 음식이다. 또 말린 문어 발을 여러 가지 모양으로 오려 만든 문어오림(文魚條)도 제사상의 필수품이다.
문어는 살짝 데쳐 얇게 썰어 내는 숙회로 먹는 것이 일반적이며 탕이나 꼬치로 먹기도 한다. 철과 인이 풍부하고, 타우린과 나이아신, 비타민E 함유량이 많아 중성지질 및 콜레스테롤 억제, 간 해독, 피로 해소, 기억력 증진 등에 효과가 좋은 건강 보양식이다. 최근 어획량은 10여 년 전에 비해 3분의 2 수준으로 준 연간 1만t 정도에 불과하다. 또 수요가 급증하는 명절 성수기와 그 외 시기의 가격 차이도 크다.
경상남도 수산기술사업소가 국내 최초로 참문어 양식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문어의 습성을 잘 이해해 바닷물 소통이 잘되는 은신처와 해상 가두리를 개발해 생존율을 크게 높인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한다. 참문어 양식 기술이 널리 보급돼 많은 사람들이 보다 값싸게 문어의 참맛을 즐기고 어민의 수익도 증대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명준 논설위원 joo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