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8괘, 인간사 변화와 ‘기업미래’ 예측한다
이성우의 기업순환론…기업과 자연의 구성요소
비전·문화, 전략, 프로세스, 고객·제품, 리더, 조직, 역량 직원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16-06-05 17:5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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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우 칼럼리스트
주역이란 단어를 들어봤을 것이다. 흔히 주역을 ‘점’을 보는 책쯤으로 오해한다. 그러나 주역은 만물의 변화 이치를 설명하는 지식의 보고다.
주역에 대해서는 ‘어렵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공자도 어려워한 책으로 3대가 공덕을 쌓아야 읽을 수 있다고 알려졌다. 공자는 나이 50세가 넘어 주역을 읽기 시작했다. 늦게 읽기 시작했으나 하도 많이 읽어 제본한 가죽 끈이 세 번이나 떨어질 정도로 열심히 주역을 공부했다.
고대 한자들이 사용됐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고, 생활방식이나 사고방식이 현재와 달라 한자 풀이에 대한 이해가 힘들다. 그리고 해석과정에서 원문 글자 그대로만을 해석해 오히려 활용이 어려웠다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필자는 주역을 어려워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서양 사람들은 주역에 대해 오히려 관심이 많다. 노벨상을 받은 물리학자도, 심리학자들도 주역을 공부해 자신들의 연구에 활용한다. 필자는 최근 몇 년간 주역 관련된 서적을 읽으며(물론 평생 주역을 연구하신 분들에 비해 미천하지만) 꾸준히 기업경영에 응용을 시도하고 있다.
주역에서는 자연의 요소들을 범주화시킨 8가지 괘로 설명한다.
8가지 조화에 의해 64가지 현상이 나타나고, 이를 토대로 인간사의 변화를 설명하는 것이다.
기업도 구성하는 요소를 8가지 범주로 정의할 수 있다면 주역의 변화 원리모델을 급변하는 기업환경에 적용해 64가지의 기업경영 변화요소를 정립할 수 있다. 또, 이를 활용한다면 한층 더 기업 친화적 주역 해석이 가능해진다.
우주만물은 태극으로 시작해 음양이 생겼다. 이 음양이 원자분열과 같이 각각 또 다른 음양으로 분화해 4상이 됐다. 또 한번 더 분화해 8가지의 괘가 완성됐다. 8가지는 하늘, 연못, 불, 우레, 바람, 물, 산 땅 등이다.
기업 측면에서 8괘를 정리해보자. 기업 측면의 8괘를 정리해 보면, 기업(企業)을 풀어 쓰면 사람들이 모여서 일을 하는 곳이다. 사람은 유형으로 물리적인 형체가 있으므로 음(陰)으로 비유할 수 있고 일은 무형으로 형태가 불분명하므로 양(陽)으로 설명할 수 있다.
사람과 일을 음양으로 정한 후 한번 음양으로 분화시키면 일은 계획과 실행으로 사람은 체크와 조치 활동을 수행하므로 계획(Plan), 실행(Do), 체크(Check), 조치(Corrective Action)로 설명된다. 이는 기업 활동의 가장 기본인 ‘PDCA’ 사이클이 된다. 주역의 사상(四象)과 비교된다.
PDCA를 한번 더 분화 시키면 계획은 비전/문화와 전략, 실행은 프로세스와 고객/기술, 체크는 경영자/리더와 조직, 조치는 역량과 직원으로 되어 8괘가 된다.
▲ 자료: 필자 제공 ⓒ스카이데일리
▲하늘(天)과 비전/기업문화: 만물을 둘러싸고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는 우주 공간과 발산하는 양의 에너지를 상징한다. 기업에 있어서는 모든 것을 둘러싸고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다름 아닌 기업의 문화, 철학, 비전 등이라 할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가치지만 직원들의 행동의 판단 기준이 되는 공유 가치도 있다.
무형의 가치들이 튼튼할수록 기업의 내공은 높은 것이다. 다른 기업들이 쉽게 베끼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량기업일수록 매출이나 손익과 같은 1차원적 지표를 강조하지 않는다. 가치, 규범, 비전과 같은 고차원적 자산을 중요시 하고 이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갈고 닦는 것이다.
▲바람(巽)과 전략: 바람은 지구상의 대기의 압력의 차이에 의해 생겨나는 현상이다. 더운 공기는 가벼워 위로 올라가게 되고 찬 공기는 상대적으로 아래로 내려오는 일종의 대류현상이다.
바람은 물과 달리 흐름이나 이동이 자유롭다. 위, 아래, 좌, 우 어느 곳이든지 흘러 갈 수 있다. 예로부터 손자병법이나 다른 병서에서 전략을 얘기할 때 전략은 신출귀몰하고 변화무쌍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기업의 전략도 시장이나 경영환경 변화를 빠르게 반영하기 위해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방향이 제대로 잡히면 이어서 바람이 불게 되니 직원들이 바람의 방향을 인지하고 순풍에 돛을 달 듯 전략과 함께 일을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간혹 역풍이 불기도 한다.
▲산(艮)과 프로세스: 산은 멀리서 바라보거나 가까이 가서 보더라도 웅장하고 고요하다. 때로는 사람들의 길을 가로막는다. 넘어 가기 위해서는 길을 내야 한다.
자연에서 산의 역할은 의외로 대단하다. 모든 강의 발원지는 산에서부터 시작된다. 산에서 시작된 물의 흐름은 지류를 형성해 흘러내려 오면서 개천과 강을 형성하고 마침내 바다로 흘러들어 계속 순환된다.
만약 산이 없다면 넓은 평원에 연못, 호수들만 존재했을 것이다. 강이 없다면 인류의 문명의 발상지도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강의 형성과 더불어 산과 주변에는 나무, 식물 그리고 이 들을 먹고 사는 동물 등 다양한 생명체가 존재하게 되니 이야말로 자연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위대한 존재가 산인 것이다.
기업에서도 이런 역할을 하는 것이 직원들이 매일 같이 작업을 하는 근간이 되는 비즈니스 프로세스이다. 프로세스의 아웃풋이 모여서 가치를 만들어내고 제품과 서비스가 만들어 진다. 이를 고객에게 제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마이클 포터가 가치사슬(Value Chain)이라고 얘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불(火)과 고객/제품: 불은 모든 것을 태우고 밝게 비추는 성질이 있다. 태양을 상징하기도 하고 에너지의 원천이다. 불은 활활 타오르며 발산하는 특성이 있으며 화려함을 상징한다.
기업의 입장에서 고객은 태양과도 같은 존재다.
고객이 없으면 기업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이 만든 제품은 고객과 시장으로 확산돼 나가야 정상인 것이다. 화려한 제품은 고객에게 사랑을 받고 시장에서 유행을 형성하면서 부를 가져다준다.
경쟁자 또한 고객으로 확대 해석할 수 있다. 고객을 내 고객과 남의 고객으로 구분하다 보면 남의 고객은 결국 경쟁자들이 빼앗아 간 고객이므로 경쟁자로 볼 수 있다.
▲연못(澤)과 경영자/리더: 연못은 담는다, 고인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산이 없는 너른 평원이나 초원은 주변 보다 낮은 지역에 호수가 형성돼 주변에 만물이 생기도록 생명수를 제공해 생태계를 형성한다.
조직을 관리하는 경영자들을 연못에 비유할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종종 사람들의 크기를 논할 때 그릇의 크기로 비유한다. 연못은 물을 담기도 하지만 본래 뜻은 뭔가를 담는다는 그릇의 성격이 있다.
그릇이 작은 사람이 높은 곳에 자리하게 되면 본인이나 구성원들이나 괴로워진다. ‘김 반장’, ‘조 대리’와 같은 별칭이 붙는 경영자들의 모습을 보면 자기 할 일을 하지 않고 부하 직원들의 일을 오히려 참견하고 빼앗아 일을 하는 답답한 사람들이다. 시간이 가면서 불만을 품은 직원들이 하나 둘씩 떠나게 되는 것이다.
▲물(水)과 조직: 열을 대기 중에 전달하는 가장 최적의 매체이다. 물질의 3가지 상태를 모두 간직하고 있다. 기체일 경우는 수증기이며 아래에서 위로 올라간다. 액체인 경우는 일반적인 물이며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내린다. 고체인 경우는 얼음으로 응축하는 성질이다
봄이 되면 기온이 올라가면서 겨우내 땅속에 얼음으로 응축돼 있던 물이 녹으면서 땅 위로 올라오게 된다. 겨우내 건조했던 대기가 봄이 되면 수분을 함유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여름이면 녹은 얼음 속에 보관됐던 수분들이 대기 중에 떠돌게 되므로 고온 다습해지면 습식 사우나 속에 있는 것처럼 푹푹 찌는 더위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기온이 떨어지면 다시금 대기 중의 수분들이 응축하기 시작하면서 이슬로 전환되고 더 추워지게 되면 서리와 얼음으로 변해 대기 속에서 사라지게 된다.
물은 특성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간다. 또한 일정한 형체가 없이 담는 그릇이나 용기에 따라 변화하는 유연성을 가지고 있다. 기업의 조직도 근본적으로 피라미드 형태로 구성될 수밖에 없다. 지휘체계도 위에서 아래로 전달되는 특성이 물과 같다.
기업 환경의 변화가 극심한 오늘날 기업들은 조직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네트워크 형태 또는 특수 임무를 담당하는 태스크 포스 형태의 조직을 자주 운영한다. 이들 조직은 물의 유연성과 같은 분산형 조직이므로 물과 성질이 같다고 할 수 있다.
▲우레(雷)와 역량: 우레는 지상에서 나타나는 것은 번개, 벼락으로써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지며 엄청난 에너지를 전달한다. 또한 비와 구름을 같이 몰고 오므로 생명체들에게 물을 공급하게 된다.
반면, 지하에도 우레에 비유할 수 있는 거대한 에너지가 존재한다. 지진도 엄청난 대륙판들의 충돌로 인해 에너지가 분출돼 땅이 갈라지거나 솟아오르고 꺼진다. 용암이 분출하는 화산 활동이 이에 해당된다. 이처럼 우레는 숨겨져 있는 거대한 힘, 에너지를 상징한다.
이러한 큰 에너지는 엄청난 손실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에너지가 있으므로 만물이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바람, 구름과 함께 천둥, 번개가 치면서 메마른 대지에 비와 에너지를 쏟아 붓는 것이다.
기업도 구성하는 직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각자가 보유하고 있는 잠재 능력이 있을 것이다. 이 능력들이 흩어져 있으면 미미하지만 응집력을 갖고 뭉치게 되면 어마한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경영자들이 할 일이 직원들의 잠재력을 발굴하고 키워 경쟁자들이 흉내 낼 수 없는 핵심 역량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외에도 역량에는 정보시스템과 같은 무형의 자산이 있을 수 있다.
▲땅(坤)과 직원: 땅이 있어야 식물들이 자라나고 이를 먹이로 삼는 초식동물과 포식자들로 이어지는 먹이 사슬이 형성되는 것이다. 대지는 만물의 근원이고 여기서부터 모든 것이 생겨나며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의 순환도 이루어진다.
만약 대지가 없고 바다만 존재할 경우를 상상해 보자. 지구상의 생명체는 오로지 물속에만 존재할 경우 생명의 다양성도 낮아지고 온도 변화도 크지 않으므로 계절의 변화도 거의 없을 것이다.
기업도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 기계가 자동화 돼 예전보다 직원들이 많이 필요 없어졌다고 하지만 기업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주체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직원들이 있어야 제품도 만들고 판매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이 모든 활동들을 하기 위해 직원들이 필요한 것이다.
주역의 64괘는 8가지 괘를 서로 위, 아래로 중첩시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예를 들면 바람 풍(風) 밑에 물 수(水)가 있으면 풍수환(渙)이다. 물위로 바람이 불어오면 수면 위의 물들이 흩날리는 모습을 설명하는 것이며 이런 자연 현상이 의미하는 우리 생활의 변화는 무엇인지 설명하는 것이다. 위에서 설명한 기업의 8괘를 풍수환에 적용해 보면 전략이 조직에 불어오는 형상이니 분산형 조직의 구성이 필요하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소개될 칼럼에서는 각각의 괘별로 해석하지 않고 12개의 순환 그룹 단위로 묶어서 설명할 계획이다. 전후의 연관성을 확인하면서 앞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미리 점검해 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할 것이다.
기업의 구성요소를 8괘로 정의하게 되니 자연 현상에 따른 기업 경영 상황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설명하기가 용이해 졌다. 이전의 분석 기법과 차별화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