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민 신임주일한국대사가 8일 한일 최대 현안인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찾기 위한 외교적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현금화 동결이 필요하다” 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 수준에서 '현금화 동결'을 공공장소에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사는 이날 도쿄에서 부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강제동원) 피해자의 인권을 존중하면서 국민과 한·일 관계 측면을 고려한 해결책을 강구하기는 어렵지만, 모색해 갈 수 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외교적 공간이 필요하다”며, “현금화 동결의 필요성”을 거론했다.
윤 대사는 그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꼽았다. 우선 “현금화가 현재 마지막 단계에 오고 있다. 현금화가 실행되면 한·일 양국은 물론 기업과 국민 등에 천문학적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이 조치가 이루어지는 것이 피해 당사자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대사는 “화해 과정에서 피해자 개인의 존엄을 회복하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현금화가 실행되면 이런 일이 모두 무시된다. 또한 (현금화 후) 경매 과정에서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자금을 얻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대법원(대법원)은 10대에 근로정신대로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 제작소에 끌려가 강제노동을 강요당한 양근덕 씨와 김성주 씨에 대한 손해배상금 지불에 관하여 일본 기업 자산의 '매각(현금화) 명령' 사건의 최종 결론을 앞두고 있다. 대법원이 다음달 무렵 최종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이는 가운데 외교부는 지난달 26일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윤석열 정권은 당초 현금화 결정이 나오기 전에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할 계획이었으나 피해자들의 반발이 심한 데다 지지율이 20%대까지 하락함에 따라 시간을 들여 여론의 설득에 나서는 방향으로 방침을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사는 문제 해결의 핵심인 '일본 정부의 태도 변화'에 대해서는 어렵지만 기대를 걸어 볼 가치가 있다고 전망했다. “한일 관계를 방치하는 것은 일본에 있어서도 좋지 않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이나 대만 해협, 공급 체인의 재편, 북한의 핵문제·미사일 대응 등으로 한·일 관계의 악화는 서로 플러스가 안 된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런 과제가 “문제 해결의 모멘텀(계기)으로 작용할 것이다. 열심히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일본 기업이 사과하고 배상에 참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