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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문화' 순천만 문학기행
달포 전 주선미 시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온다간다하는 연락이 아니라 안부를 묻는 인사 정도는 오간 사이기에 반가웠다.
사유인즉 '시와문화' 문학 동인분들의 순천만 문학 기행을 계획하고 있는 데 숙소가 문제라는 것이다.
듣고 보니 내가 할 일은 문학 기행에 걸맞는 숙소를 찾아보는 것이다.
그것은 비용을 비롯하여 남도의 정취를 충분히 충족해줄 수 있는 소박한 풍경이
깃든 장소가 맞지 않을까 싶었다.
고민 끝에 예전 직원들에게 전화를 돌리고 여기저기 알아본 결과 비용과 숙소의 편안한 환경을
고려하여 위치가 높아 순천만 정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순천만 쉼표펜션'으로 하기로 맘 먹었다. 그러저러한 사연을 안고 기다리던 그날이 훌쩍 다가왔다.
오후께 주선미 시인으로부터 들뜬 목소리에 반가움을 더해 받아보니 한시간 여 정도 지나면 순천에 도착할 예정이란다.
온다온다하더니 드뎌 만나는 구나 싶어 마음이 바빠졌다.
도착 시간이 저녁 때 쯤이니 식사를 해야한다며 식당을 묻기에 '벽오동'을 추천했다.
내가 어쩌다 한번씩 들러 식사를 해봐도 그만한 남도의 푸짐한 밥상으로 인심과 맛을 내는 집은 흔치 않을 성 싶다.
내 중고등학교 친구들 부부 모임도 그곳에서 한끼를 했더니 흡족해 했으니 말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퇴근을 서둘러 집에 들러 간소복을 준비해 순천만으로 향했다.
펜션을 찾아가는 도중 내일 아침 식사할 곳을 알아봐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기왕 남도를 찾아왔으니 짱뚱이 탕에 소박한 아침 밥상이 제격일 것 같아 '순천만회관' 주인장한테 전화를 했더니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휴가차 동해안을 여행중이란다.
아쉽다. 문학 동인들에게는 또 한번의 맛깔나는 맛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친 것이다. 내가 순천작가회의 사무국장이나 회장을 맡았을 때
문학아카데미를 마친 뒷날 아침 그곳으로 외부 강사를 모신 적이 몇 번 있었는데 다들 맛난 인심으로 차린 상차림에
아침을 잘 먹었다는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그 주변 '다락원'에다 예약을 마치고 숙소로 향했다.
그 시간이면 이미 숙소가 들썩들썩 소란스러워야할 것인데 고요하네?
다시 전화를 걸었더니 준비할 것이 있어 좀 늦은다는 것이다.
한참을 기다리니 두세두세 사람들이 숙소로 올라왔다,
낯선 사람들이기에 인사를 하면서도 서먹거렸다. 하지만
입을 바삐 열며 연이어 인사를 건넸다. 어차피 알지 못한 사람들을 만나러 온 것이니
예전 알던 분들처럼 반가워하는 것이 맞다.
묵어야할 밤은 길고 긴 시간을 버스를 타고 내려오느라 피로에 지친 표정들도 제각각이다.
어떤 분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듯 활기가 넘친 분도 있지만 몸부터 챙기겠다는 분도 보였다.
어차피 이나저나 생각은 달라도 이 밤을 함께 보내야 할 동인이라는 공동체임은 확실하다.
노인수회장님의 사회로 목을 가다듬어 부르는 노래가 많이들 서툴다.
그중 몇몇은 한가락 한적이 있던 때를 보여주기라도 할 듯 구성지게 밤을 흔들어 놓기도 했다.
한쪽의 눈꺼플이 내려않아 서둘러 잠자리를 찿아 일어선 사람들도 벌써 보였다.
어차피 이밤의 승자는 말과 몸의 끈질긴 버팀으로 판가름나게 되어있다.
다음날 아침의 안색들을 본다면 반대일터이지만,
하여간 열정만은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순간순간 가슴을 파고드는 감상적인 파편을 놓치지않고
시적인 사유로 환기하려는 모습을 보며 지금처럼 꾸준히 그런 작업이 반복된다면
머지않아 상당한 수준의 시인들의 반열을 꿰찰 것을 예감할 수 있다.
중간중간 자신이 쓴 시를 낭독하고싶은 욕망도 알고보면 결국은
사회 속 집단에 대한 표상의 한 이면일 것이다.
나이들어 지긋하게 자신만의 삶을 다져가는 시인들의 모습에서 아직도 꺼지지않은 젊은 날의
욕망이 미련이 되어 잃어버린 시간을 되돌리려는 혼신의 고투인 것인지 모른다.
순천만의 어둔 밤의 시간은 새벽을 부르고 기어이 갈대밭 속에서 기어나온 용산 산자락을 물고 있는
간밤의 산음을 거둬들이고 그 위로 창공을 날아오른 흑두리미떼와 가창오리의 찬란한 소란을 뻘밭으로 내지르고 있다.
간밤의 여행의 피로를 풀기위해 품어 낸 노랫가락이나 아침의 만찬을 위한 창공을 가르며 울부짖는 새들의 소란이
다른 것 같아도 결국 생의 순간을 영원으로 이어가기 위한 욕망의 한 때임을 보며 사람과 그들이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해본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신새벽 여명을 차지하듯 부지런한 시인들도 무리 중에 있어
순천만의 자연 속 비경 가까이 걸어 들어갔다 온 분들도 더러 있었다.
그 틈에 김창규형님이 토요일 행사가 있어 ktx 예약 시간에 순천역까지 배웅을 하고 돌아와
아침 식사 예약 시간이 다 되어 일부는 내 자가용에 동승하고 나머지 인원은 관광버스에 올라 다락원으로 이동했다.
미리 준비된 밥상에 둘러앉아
'다락원'에서 내놓은 김치찌개에 속도 풀겸 막걸리도 한잔씩 나누며 간밤의 뒷풀이가 아쉬웠는지
못다 푼 너스레가 파안으로 번지면서 분위기를 돋우네.
다락원 뜰 앞에서 모처럼 만난 지인들이니 사진 한 두컷 정도 기념 사진은 남겨야하지 않을까?
어김없이 셔터 다져 눌러 추억을 담고 있다보면 시간은 무장 흘러가는 것 갈길 바쁘니 어이하겠는가?
일행을 서둘러 순천만 갈대밭으로 향하고 주차장에 차 파킹 후 주선미 시인은 머릿수 세어 입장권 티켓팅하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낙오된 나 그리고 정윤천시인, 황정산교수님 셋이서 순천만의 풍경 속으로 걸어들어가 풍경이 되었다.
앞선 일행 몇몇이 함께하며 갈대숲 사이로 이는 바람을 맞으며
너울대는 가락을 심연을 빠져나온 음절로 되받아 쳤다.
인공이 가미된 갈대밭 산책로를 걸으며 발 아래 잦아 감춰진 물때를 가늠해보기도 했다.
숨구멍 만 뺴꼭하게 내민 순천만 뻘게들의 숨구멍들이 지금은 즉은 듯이 고요하지만,
드나드는 물때를 기가 막히게 알아 밀고 오는 바닷물 맛을 보게 될 것이다.
어차피 한번 떠나간 물길이 되돌아온다 한들 떠나간 '그대'일리가 만무한 것을 모를리 없지만. 혹시 모를 잊어 아쉬운 그리움이 되살아날지 모를 향수를 떠올린다해도 탓할 수도 없을터,
서로의 시간을 연출하며 흔적을 기억하느라 바쁜 걸음들이 느릿느릿 시간을 붙들고 있다.
이쯤 에서 내 시 중 한편을 올려 놓은 것도 무료를 덜어줄 것이다.
여수 낭만 밤바다
찰랑찰랑 파도에 좋아
쉬이 맘 드러내지 마라
바닷속 감춰진 파랑은 교묘한 것
욕진 밑창 뒤집으며
속 창아리 없이 다 퍼준 뒤
말도 없이 매몰차게 떠난 뒤태를
한없이 바라봐야 한 심사는 환장인거지
들물 따라 돌산 머리 확 밀쳐버리고
내 앞에서 이내 멀어졌지만
떠꺼머리로 마음 잡고 잘 되길 빌며
한 시도 널 내친 적 없다
여수 끝자락 망망한 불빛을 보며
간발로 놓쳐 따라 건너지 못했지만
밀친 바다를 탓하지 않겠다
파도 찰랑댈 때마다
스스로 무뎌진 칼 등을 돌려
자란 머리카락을 잘라낼 때마다
내 어딘들 편하겠느냐
잊겠다 떠나버린 꽁무니를 되돌려
다시 돌아오지도 않겠지만
부질없는 짓이려니 하며 탓하지 않겠다
첨벙첨벙 던진 말들이 살아나도
총총한 윤슬 슬어 달래듯
후회한다는 내색 않겠다
아쉬워도 어찌하리
떠날 때는 매정하게 뒤돌아서는 법이라며
썰물처럼 빠져나온 일행들이 메운 자리를 비우며 다시 버스에 올랐다.
순천 송광사를 답사하기 위한 작업(사전 답사 코스를 투표로 정함.)을 아는지 일주문 이전
산문 들어서는 길가 소나무들이 사람들 쪽으로 반기듯 비스듬히 허리를 낮춰 안긴다.
조계산의 적요한 풍경 안 역사가 되어버린 송광사, 천년 가람이 세월을 품은 듯
앞서지 못한 세상을 뒤로 밀쳐 둔채 고풍이 깊다.
대웅전 처마를 스친 바람소리가 흥망한 시대를 엄호하느라 노심초사했을 노승의 질긴 속세의 연을 끊고 탈속한 신앙 사이
고뇌와 번뇌를 초월한 백팔염주를 매만지며 염원한 소원들을 진정으로 이뤄 안녕하였는가 묻고도 싶다.
일주문 앞 수려한 미혹을 떨치지 못하고 오간 유혹 앞에 간혹은 비운 듯했어도
속세와 다름없는 점심상 앞에 만찬을 마다치 않은 탐욕의 본능을 기어이 보이고 말았으니
아뿔싸 산문 안과 바깥이 금새여서 깨우침의 경계가 무색해지고 말았다.
부처도 먹어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라고 하듯 '비사리구시' 안 밥알을 푸던 주걱이 궁금했다.
주걱의 손잡이에 가한 힘만큼 주걱으로 퍼올린 밥알 갯수가 많고 적었을 것을 생각하니
제 아무리 세상을 등졌다 해도 매번 끼니 때마다 번뇌햇ㅇ르 그놈의 세끼가 문제다.
스님의 백팔번뇌를 벗어나고자 했지만,. 매번 허무하게 무너지고 말았을 순간을 생각하며
아무리 부처라 해도 세끼 뱃구리 빈속을 끝내 비울 수는 없었으리.
산정 아래 처마가 하늘을 물고 솟구치는 듯 단청의 푸른 기운을 더해 시간을 무색케 하는 데
부처가 짓는 미소를 외면할 수 없어 몇 번을 간절하게 고개를 숙이곤 했다.
송광사 경내를 걷다가 돌아 나와 점심을 맛깔지게 하고 화순 '첫눈' 정윤천 시인의 사가를 탐하기로 했다.
주인장보다도 더 꿀꿀해 우려나온 특유의 찻향이 진동하며 장우원 시인의 못다부른 노랫가락을 기타의 현에 풀어
여운 비스무레한 둘레를 한참 동안 드는 듯 다들 감상에 빠져들곤했다.
역시 정윤천 시인 다운 텁텁한 살 냄새가 비운 듯 채운 공간의 여운을 끝없이 메우곤 했다.
오래 머물 수 없는 마음이사 다 같겠지만, 어찌하리 떠나보내야 하는 것의 인정머리란 것도 알고 보면
추억같은 그리움이 될 수 있겠다 싶다.
어여 떠나가라고 등을 밀쳐 속내와 달리 떠나 보내야하지 않겠는가?
빠져나오려는 데 이재연 시인이 환하게 웃으며 들어온다.
이건 고돌이 패를 딱 지을 수 있는 운칠삼패다.
몇 번의 안부가 허공와 부딪치며 간곡하게 눈빛으로 오간 뒤 못다 했던 자리를 떨고 일어나야만 했다.
그리고 김옥종 시인이 운영하는 광주 시내의 '지도로' 식당까지 각자 찾아가는 버스와 차량이 이차선을 바짝 따라붙었다.
누구나 한번쯤 만나고 싶을 시인 김옥종이 생각보담 촌놈처럼 텁텁해 보였다.
내민 손을 잡고 통성명을 하는데 비음으로 내지른 정겨움도 사람에 따라 각색으로 구색을 맞춘듯 하다.
소박하게 내놓은 상차림이 젓가락을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하며 잔술을 비우고 채우고
간간히 절로 흥에 겨운 듯 낭독하는 싯구에 데워져 타오르기 시작하는 6부 능선 정도의 시작도 엿보였다.
다들 데면데면한 가슴도 데워지고 나면 근원이 같은 자연 속 유전이기에 내지르는 소리들이 비스무레하다.
막판 조성국 시인과 이수행 시인이 합류했지만, 그사람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랬다고 고개를 끄억거릴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첫날 저녁부터 그들과 함께 박철영이가 있었다는 것은 자명한 진실이다.
주어진 트밍 없어 내지르지 못한 다듬어지지 않은 '사랑가' 를 행사를 마치기전
끄트머리께에 달려 부른 진도아리랑 두 소절은 그날 그 자리에 함께한 사람들
귓가를 잠시잠깐 남도 들창을 밀친 것처럼 들린 듯 마는 듯하게 소리한 적이 있었으니 말이다.
시간이 지났지만, 그날 함께 손을 잡았다 놓은 시인들을 떠올려 본다.
나보다 먼저 나를 기억해준 분도 있었고 내가 먼저 이름을 기억한 분도 있었다.
이제는 먼저와 나중 없이 훗날 그분들을 만나거든 오래전부터 익히 알던 사람처럼
호명하며 가슴부터 들이 내밀 것이기 떄문이다.
전화번호까지 다복다북 올려주신 분도 있어 그날의 추억을 되살리며 한 분 씩 호명을 해보고 싶다.
'박몽구, 황정산, 임영화, 노인수, 윤세민, 김선, 김창규,한명환, 김문,조삼현,박시영,권혜정, 장우원, 표규현,이성환, 정윤천, 나금숙,주선미. 김순옥,송현주,김두례, 한종근, 박시영, 오선덕, 임신자, 석연경,조성국, 박영자, 이재연, 김옥종'
이 분들 중 몇 몇 분은 가슴 안을 밀치고 들어오더니 가슴팍 한자리를 자리잡고 아예 들어앉아 버렸다.
어쩔 수 없는 것이라 그저 어쩌면 좋다냐라며 말은 하지만, 사람 좋아 그러는 것이려니 해야겠다.
그래도 다른 분들 낭독한 시를 기억할 수 없으니 내가 낭독한 시 한 편 정도는 올려놓은 것도 도리다 싶다.
천 년 후 이생에서
푸른 나무였다가 고사목이 되어
하늘을 받치고 있는 나를 본다
바위틈에 뿌리내린 들풀처럼 살다
노루 고픈 배를 채워주는
끼니가 되기도 했을 긴 시간들
몇 백 광년을 지나 당도한
별무리들도 내려와 그만 떠나지 못해
산 능선에 뿌리박힌 원추리로 살다
일 년에 딱 한번 꽃으로 피어나는 세석 평원
다들 전생의 업보 갚느라
고도 수행을 마다하지 않듯
결어를 맺지 못한 몸으로
후생에서 다시 맞닥뜨릴 천왕봉 아래
영혼 맑아질 몸피를 벗어 두었다
천 년을 표식 해놓은 눈금을 지울 때마다
또 다른 천 년으로
다가올 전생을 미리 살고 있다
첫댓글 와 ~ 선생님, 벌써 여행 후기 사진 올리셨네요. 멋진 사진들만 골라서 올리셨어요. 뭐니뭐니해도 먹는 것이 최고지요 ㅎ ㅎ
늘 건강 하시고 건필을 기원합니다.~~~
그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