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 번뇌가 사리지는 길
모처럼 서울에서 지인 내외분이 내려와서 명산 오대산 상원사를 가고 싶다고 해서 함께 집을 나섰다.
드디어 상원사 주차장에 도착하여 기분 좋게 산행 길을 시작하니
초입부터 숲길 초목들이 푸르다 못해 검푸르게 변한 모습들이 싱그러움을 더해 생동감이 넘친다.
아! 번뇌가 사라지는 계단 길을 천천히 오르며 의미를 생각해 본다.
지인과 함께 상원사 문을 들어서니 경내 문수전에는 문수 보살을 주불로 하고 있었다.
그리고 범종각에 있는 상원사 범종은 경주 성덕대왕신종보다 앞서 만들어진 것으로서 우리나라에서 제일 오래된 종이란다.
그래서 국보 36 . 다시 길 따라 중대 사자암에 도착해서 비로전 안을 들여다보니 불공드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문득 비로전 내부가 궁금했다. 평소에는 관심 없이 그냥 지나쳤는데 오늘따라 자세히 보고 싶어 비로전 경내에 들어서니 모두들 절하는 모습에 나도 덩달아 절을 하며 법당 내부를 둘러보니 비로자나불을 주불로 하고, 그 양옆에는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있었다.
아 ! 경내를 그냥 나오자니 왠지 양심이 자꾸만 부채질하여 보전함에 보시를 했더니 한결 속이 후련하여 발걸음 가볍게 비로전을 나서 적멸보궁을 향하였다.
양심 ? 인간에게는 양심이란 게 있었나 보다. 다시 계단 길을 오르며 양심에 대해 인생을 반추해 본다. 그래. 양심은 사람이 바르게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 중의 하나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그리고 오름길에 만난 '용안수' 용의 눈에서 나온다는 '물' 신비의 물이 구이나 생각하면서 냅다 한 바가지 들이키고 나서야 힘차게 산행 길을 재촉했다
드디어 적멸보궁과 비로봉 갈림길 여기서 비로봉 가던 길을 몇 번이나 가다 말다 갈등하다가 서로 간에 체력소진 한계를 느껴 결국엔 뒤돌아서고 말았다.
다시 천천히 계단 길을 올라 적멸보궁에 도착했다. 오대산 산세가 기묘하게 빙둘러 오대를 품은 중대사자암, 북대미륵암, 남대지장암, 동대관음암, 서대수정암 이러듯 오대가 한 울타리 안에 있어 천하의 명산이 아니던가 새삼 나도 모르게 한동안 오대산의 품속에서 오래도록 머물러 어쩜 사바를 벗어난 한 순간 이상적 세계에 있었나 보다.
한참 후 내림길에는 사자암에서 스님 한 분을 만났는데 점심 공양하라고 일러주시기에 절밥을 먹고 천천히 상원사까지 당도하여 청량다원에 들려 전통차를 청했다.
잠시 후 '오미자 차가 나왔다.'고 차방에 곱게 들린다. 고맙다는 인사를 목례로 답하면서 차를 가져와 한 시간 남짓 음미하면서 여유로움에 깊고 오묘한 맛을 볼 수 있었다. 그 맛은 '쓴맛. 단맛. 신맛. 짠맛. 매운맛'이 '인생의 삶과 꼭 닮았다.'고 하면 그 누가 몽상이라고 단언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