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side the forest : 2024. 7. 6
운무 속의 산군(山群), 자연이 만드는 풍광은 웅장하기 그지없습니다. 그 모습치고 멋지지 않은 풍경이 있을까요?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모습, 우리가 산에 들고 힘들게 정상에 오르는 이유가 이런 웅장한 자연의 파노라마를 기대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자연 앞에 선 산-꾼들, 우리는 그저 작은 점하나만큼이나 작습니다.
산과 산이 골짜기를 이루고 끝없이 어지는 모습, 아쉽게도 이번 구간에선 그런 멋진 산군의 모습은 보지 못했습니다. 한남정맥 용인시를 지나는 구간, 숲과 숲을 이어놓는 작은 생태통로들을 지났고 심지어는 다리로 이어진 생태 축, 성산교(에버랜드 TG구간)를 건넜습니다. 그렇게 허리가 잘려진 산군의 일부를 걷고 왔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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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버랜드 TG 구간 숲과 숲을 이어놓은 성산교 모습 (2024. 6. 15)
출렁다리도 아니고 그렇다고 생태통로도 아니고 그저 고속도로 위를 건너는 다리, 이 다리의 역할은 뭘까요? 누구의 발상인지, 원 참..?
그뿐만이 아닙니다. 중앙고속도로가 뚫리고 경전철이 통과하면서 한남정맥 앞에는 ‘위태롭다’는 형용사가 따라다닙니다. 오죽하면 ‘위태로운 한남정맥’이니, ‘한남정맥은 하루라도 빨리 마무리 하는 게 좋다.’는 종주꾼들 사이에 떠도는 얘기가 생겼을까요.
▲ 위로부터 효자고개 , 성산교 , 대로변을 걸으며 즐기는 대원들 모습 (2024. 7. 6)
그래도 즐거움은 있었죠. 짜릿함, 다시 소년이 된 기분..?
효자고개 왕복6차선 도로를 무단 횡단하고 일직선 고속도로를 따라 용인시를 통과 했습니다. 오늘 구간의 절반 가까이가 대로변입니다. 그나마 구름에 가린 햇님, 7월 뙤약볕 아닌 게 다행입니다.
▲3구간의 마지막 활주로통로를 통과하는 대원들 모습 (2024. 7. 6)
경전철이 지나는 선로 앞에선 한없이 우회해야했고, 머리위로 차들이 지나는 통로를 찾는 미로게임, 구간 말미엔 거의 발바닥이 부르틀 지경입니다. 정맥-길의 현실, 그 앞에선 산-꾼들의 고뇌..?
우리가 가고자하는 9정맥 가운데 하나 ‘한남정맥’, 이제 겨우 시작입니다. 그리고 용인시를 벗어나면서 부터는 그래도? ‘기대 반 설렘 반’, 오늘 이 길을 걷는 우리는 그나마 나은 선택인지도 모릅니다.
▲ 예상경로도와 트랭글 기록 (2024. 7. 6)
예상경로도와는 달리 구간 말미의 굴곡을 많이 줄였습니다. 한여름, 구름이 햇님을 가리고 우산에 우비를 장착한 어느 대원님 덕에 비는 잠시 소강상태? 또 있었죠. ‘짚신장수’를 자칭하는 대원님 계셔서 다행입니다.
무더운 날씨에 응원 아끼지 않아주시고 함께 걸어주신 대원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1타 3피의 기분? 첫째는 비를 피해서 좋았고, 둘째는 덥지 않아서 좋았고, 덕분에 지루한 포장길까지 줄였습니다. 나머지 기록은 영상으로 남기겠습니다.
첫댓글 뙤약볕에 이 구간을 걸었다면 아스팔트 열기에 꽤나 힘들었을듯 싶은데...
습기가 많아 땀은 많이 흘렸어도 시원한 바람과 해를 가려주는 구름 덕분에 그래도 이 구간을 지나기엔 나쁘지 않은 날씨였던거 같네요 ㅎ
고생하셨습니다 ^^
ㅎㅎ 갈태님 같으면야 어딘들 못갈까ᆢ^^
수고하셨습니다
노래 선곡도, 사진 선택도 글쓴이의 의도가 많이 읽히는 후기입니다.
더 훼손되기 전에 빨리 걸어야 한다는 조바심마저 듭니다.
그러나 그나마 종일 구름 안개에 들러싸인 산길은 신비롭고
완전히 복원하지 않은 산성들은 자연스러워 더 정이 갔습니다.
밤꽃들은 송이를 맺기 시작했고
담벼락의 복분자 열매는 그 탐스러움에 걸음을 멈추게 했습니다.
계절을 타고 흐르는 자연과 더불어
걸을 수 있는 하루에 감사했습니다.^^
같은 길을 걷고도 느낌은 다들 다르군요.^^
비 멈춤 하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