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은 어제(4월10일) 부산교도소에서 영등포교도소로 이감했습니다. 수번은 13번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남편이 삼성SDI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구속되었다는 말을 듣고 두어 달이면 감옥에서 나올 줄 알았는데 사계절을 다 보내고 부모님을 다 하늘나라로 보내고 두 번째 봄을 맞고 있습니다. 개나리와 진달래, 요즘은 목련꽃과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꽃만 보면 한숨이 나옵니다. 김성환이 감옥에 있든 말든 아무 상관없이 흐르는 세월이 괘씸해서인가 봅니다...”
김성환 삼성일반노조위원장의 부인에게서 받은 메일의 앞부분입니다. 젊은 벗은 김성환이라는 이름을 알고 있나요? 혹은 삼성일반노조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나요? 김성환 삼성 일반노조위원장은 지금 14개월째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삼성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죄목 때문입니다. 삼성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합니다... 사람들의 뇌리 속에서 삼성 X파일은 잊혀져 가고 있습니다.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증여 사건도 잊혀져 가고 있습니다. 지금 현대자동차 회장은 삼성 회장이 무척 부러울 것입니다. 그 삼성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입니다. 김 위원장의 말을 빌려 자세히 말하면, “삼성의 무노조 경영 유지를 위한 노동자 탄압과 노동자 인권 유린의 실상을 폭로하고 이러한 노동자 탄압의 사례를 모아 책자를 발간”한 것과, “2003년 6월5일 분신 사건의 진실을 삼성일반노조 게시판 등에 게시한” 것이 그가 지금 감옥에 갇혀 있는 이유입니다. 그는 감옥에 있는 동안 부모님을 잃었습니다.
“울산구치소 수감 시 지난 4월에 어머님이 돌아가셨지만 임종도 못 지키고 장례마저 제대로 모실 수 없었습니다. 부산교도소에서는 8월 달에 아버님이 돌아가셨지만 휴일이라 대법관들이 없어 임종은 물론 장례식마저 모실 수 없는 천하의 불효자식이 되고 말았습니다.(2005년 12월8일, 김성환 위원장 파기 환송심 재판 모두 진술)”
김위원장은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노조는 안 된다”라는 창업자의 유훈을 막무가내로 고수하려는 공룡에 맞서 싸웠습니다. 황금 빛 거대 공룡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소인배와 마름이 들끓는 사회에서 이에 감히 맞서는 투사는 용납되어선 안 됩니다. 그는 21세기인 오늘 ‘대한민국 제1기업’이라는 삼성의 노사관계를 온몸으로 증언하 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무전유죄, 무전유죄’라는 말로 충분하지 않은 이 땅의 사법체계를 증언하고 있습니다.
“2005년 11월22일 삼성SDI에게 빅브라더 상이 수상되었습니다. 이유는 핸드폰을 불법 복제하여 노동자들의 위치를 추적하고 감시하였다는 것이 인정되어 인권시민단체로 구성된 공동조직위원회에서 삼성SDI에게 〈가장 탐욕스러운 기업상〉을 준 것입니다...(위와 같음)”
노조 방해공작을 위해 죽은 사람의 이름까지 도용하는 파렴치한 행위를 저지른 세력은 법망을 피할 수 있는데 이를 폭로하고 고발한 사람은 감옥에 갇혀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이 땅의 사법체계가 보여주는 현실입니다.
젊은 벗에게 두 손 모아 당부합니다. 부디 이런 사실 앞에서 냉소에 붙이지 않기 바랍니다. 또 무관심하지 않기 바랍니다. 사회구성원의 냉소와 무관심은 사회 불의의 토양입니다.
추신 : ‘삼성일반노조’란 지역과 업종을 망라한 삼성 관련 노동자들의 조직입니다. 초기업 단위 삼성일반노동조합은 삼성그룹 계열사, 사내 하청, 협력업체 등 삼성 관련 노동자들을 조직 대상으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