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서릿꾼
.................. 박 길수
옛날에~
어느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
재술과 같이 새빌 밭에 가다가
끝물이라 잎이 거의 말라가는 참외밭에
눈에 띄게 샛노란 참외 하나가 보였었지
그냥 하나 따 먹어도 되던 시절인데~
따려고 보니 밑둥은 곯아터져 썩은것이
때깔만 너무도 탐스러웠던 겨
실망감에 검정고무신 신은채 콱 밟았더니
참외 속이 물총 쏘듯 찌익 ~ 날아 가는거라
답답하던 속이 시원해지던 맛에
재술도 한고랑 나도 한고랑
왼발 찍 오른발 찍
참외가 크건 말건
익었든 덜익었든
돌다리 건너 뛰듯
모조리 ~
힘주어 쿵쾅거리듯
왼발 콱 오른발 콱
콱 콱 찍 찍
콱 콱 찍 찍
두고랑을 단숨에 초토화시켜 놓고
밭 아래
산에서 내려오는
찬 개울물에 발 담구고
그나마 생생한 부분만 베어먹던
그 시절이 생각났더랬지
그날 저녁
마당 두엄곁에 모깃불을 지피고
멍석을 펴놓고 있을 즈음
밭주인의 어험하는 헛기침과 손주왔지~하는 소리에
현실을 직감한 불량 서릿꾼은
뒤안 어둠속으로 줄행랑 쳤던
그 시절이 생각났었지
ㅎㅎㅎ
그 옛날에~~~~
'잊고 살았는데'(박은자)를 읽고~
카페 게시글
글 항아리
불량 서릿꾼(230717)_박길수
하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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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8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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