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 / 정홍근
젊은 일개미 한 마리
자기보다 몇 배나 크고 무거운
늙은 개미 사체를 끌고 간다
보도블록 틈바구니에 걸릴 때마다
온 힘 다해 버둥거리며 빠져나와
다시 제 갈 길 묵묵히 간다
힘이 참으로 센 개미로구나
식구들 먹여 살리려 열심이구나
하필이면 동족을 먹잇감으로 골랐을까
목적지를 아는지 모르는지
가파른 비탈길을 향해 가는 그는
어릴 적 자신을 업고 오르내리던
아버지의 등을 떠올리고 있을까
차갑게 식은 아버지의 육신은
왜 이리 가볍고도 무거운지
언젠가 아버지의 아버지를 묻었던
그 어느 산등성이를 향해,
회귀하는 연어의 지느러미처럼
팔다리가 긁히고 부스러져도
잊었던 고향 냄새를 애써 떠올리며
꾸역꾸역 아버지의 옛길을 따라간다
[감상]
이 시는 일개미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삶과 죽음, 그리고 가족과 기억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아낸 작품으로 읽힌다. 곤충의 움직임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을 되묻는 강렬한 은유를 담고 있다. 젊은 일개미가 늙은 개미의 사체를 끌고 가는 모습은 생존을 넘어,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일개미는 자신보다 몇 배나 큰 사체를 끌고 가며, 보도블록 틈에 걸릴 때마다 버둥거린다. 이는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간의 모습과 닮았다. 특히 “식구들 먹여 살리려 열심이구나”라는 구절은 가족을 위해 묵묵히 살아가는 가장의 책임감과 헌신을 떠올리게 한다. “하필이면 동족을 먹잇감으로 골랐을까”라는 문장은 생존의 냉혹함과 윤리적 딜레마를 동시에 드러낸다. 이는 인간 사회에서도 때때로 마주하는 경쟁과 희생, 그리고 도덕적 갈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시의 후반부는 일개미의 여정이 아버지의 기억을 되짚는 회귀의 길임을 암시한다. “어릴 적 자신을 업고 오르내리던 아버지의 등을 떠올리고 있을까”라는 구절은 죽은 아버지를 장사지내는 인간의 모습과 겹쳐지며, 개미의 행위가 인간의 장례 의식으로 확장된다. “회귀하는 연어의 지느러미처럼”이라는 비유는 본능적이고도 숙명적인 귀향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잊었던 고향 냄새를 애써 떠올리며”라는 표현은 기억의 힘과 정서적 유대를 강조한다.
이 시는 일개미라는 미물의 행위를 통해 인간의 삶과 죽음, 가족과 기억, 책임과 회귀라는 거대한 주제를 섬세하게 풀어낸다.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가 보여주는 묵묵한 헌신과 회귀의 여정은 우리 모두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결국, 이 시는 “장사”라는 제목처럼 단순한 장례를 넘어, 삶의 의미를 되묻는 철학적 성찰의 장이다.
첫댓글 현대시에서 보도블록과 같이 현대 문물이 언급될 때에, 유독 낯선 느낌이 강해집니다.
과거의 어투, 오래된 기준과의 대비 때문이겠죠?
다만 그 대비가 그다지 밉지 않습니다.
이 느낌이 썩 기분 좋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