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1권 2-8
2 기행紀行 8 숙산촌宿山村 산촌에서 자다
동풍벽초우신목東風碧草雨新沐 동풍에 비 내려 푸른 풀 씻어 주었는데
련기공자전행객聯騎公子餞行客 말 탄 公子 연이어 나와 가는 손을 작별하네.
홍질발시작옥륵紅叱撥嘶嚼玉勒 홍질발紅叱撥 홍홍 거려 옥자갈 씹어대고
금파라비범춘색金叵羅飛泛春色 금파라金叵羅에 봄빛 띄워서 보낸다.
곤현철발향려구鵾絃鐵撥響驪駒 고니 줄[鵾鉉]을 쇠채로 퉁길 제 여구驪駒가 들려오고
빙릉대규호오백憑陵大呌呼五白 벗어부치고 큰소리치며 五다 白이다 부른다.
연파배회불인별宴罷徘徊不忍別 잔치는 끝나도 서성대며 자마 이별을 못하는데
녀장월상혼아집女墻月上昏鴉集 얕은 담에 달 떠오르고 저녁 까마귀는 모여든다.
►보제전음普濟餞飮 보제원에서 이별주를 마시며
보제普濟 보제원普濟院. 조선시대에 漢陽 동쪽에 설치했던 민간 복지시설.
漢陽의 동서남북 각 방면에 하나씩 있던 普濟院은 나그네의 宿食, 행려병자의 간호看護 등을 맡았다.
전음餞飮 전배餞杯. 이별離別의 애틋함을 나누는 술
봄바람이 푸른 풀잎에 비를 뿌려 깨끗이 씻기니
말을 탄 공자들이 떠나는 나그네를 전송하고 있네.
홍질발 준마들이 옥 재갈을 씹으며 울어대고
금파라 술잔을 봄빛에 둥둥 띄우듯 돌린다네.
거문고 줄을 철발 활로 켜서 이별의 노래 울리고
자기편 이기라고 오백을 절규하듯 외친다네.
연회를 마치고도 차마 떠나지 못해 서성대는데
성가퀴 위로 달이 뜨자 해질녘 까마귀 떼가 모여드네.
►목沐 머리 감다. (물로)씻다
►홍질발紅叱撥 말의 이명異名. 서역西域 페르시아産 大馬.
唐 玄宗이 西域國으로부터 貢物로 받은 6마리의 서러브렛(Thoroughbred)종
준마駿馬로 모두 이름이 붙여졌는데
홍질발紅叱撥, 자질발紫叱撥, 청질발靑叱撥, 황질발黃叱撥, 정향질발丁香叱撥, 도화질발桃花叱撥이라 했다.
►시작嘶嚼 (말이) 히히힝 거리며 재갈물린 입을 씹음
►금파라金叵羅 금으로 만든 술잔
李白의 詩에 “포도금파라葡萄金叵羅 오희십오취마태吳姬十五醉馬駄”라는 귀절이 있다.
►곤현鵾絃(고니 줄) 거문고 줄을 말함인데 곤계鵾鷄가 슬프게 우는 것을
빌려서 거문고의 애조哀調를 형용한 것이다.
►철발鐵撥 현악기의 줄을 켜는 활 종류의 철제도구.
►여구驪駒 이별할 때에 부르는 노래. 송별送別의 노래
복건服虔의 말에 원래는 일시逸詩의 이름이라 하였는데 작별하고 갈 때에 부르게 되었다.
►빙릉憑陵 세력을 믿고 남을 핍박하고 침범함.
►오백五白 주사위의 좋은 패가 나오라고 외치는 소리.
주사위 놀음에서의 꽃수를 말함이니 五가 나온다 白이 나온다고 소리치며 논다고 한다.
제일 높은 점수가 효梟(올빼미)이며 그 아래가 로盧(개), 치雉(꿩) 등.
五白 패는 효梟와 로盧, 치雉의 세 주사위가 나란할 때를 말함.
“憑陵大叫呼五白”이라는 귀절은 두자미杜子美의 〈今夕行〉이라는 詩句를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녀장女墻 성가퀴. 성채 위로 쌓아올린 나지막한 요철凹凸담장.
병사들이 담장 틈으로 무기를 거치하거나 망을 보기도 함.
►혼아昏鴉 해질녘에 울거나 날아다니는 까마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