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컵아 안녕. 너는 종이로 만들어진 컵으로 태어났구나.
나는 인간으로 태어났고 내 고유의 이름이 있어. 이름은 유진이야.
너는 어떻게 쓰여질 때 보람을 느끼니?
나는 너를 물 한 모금 마실 때 쓰기도, 어렸을 땐 전화기 장난감 만들 때 너의 바닥에 자그만 구멍을 내어 실을 달아 쓰기도, 그림을 그릴 때 붓을 씻는 통으로도 써 보았어.
너는 어느 곳에 있을 때 가장 편하니?
정수기 옆 정렬된 길죽한 종이컵 통? 다 쓴 종이컵을 모아둔 수거함? 다른 쓰레기들과 섞여 놀 수 있는 쓰레기통? 아무 쓰임이 있기 전 고요한 물류창고 속 박스 안?
세상 속에서 종이컵으로 만들어진 너의 운명은 정해져 있어 다소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언제나 누군가에게 쓸모 있을 수 밖에 없는 네 운명이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해.
첫댓글 쓸모 쓸모 무빙에 대사가 생각이 나네요 너는 나에게 쓸모야
"나는 버려져 엄마 품으로 어여 돌아가고 만 싶어, 푸른 숲으로 . . . "
유진쌤 종이컵 사용법을 잘아시는군요ㅎ
종이컵은 유진샘을 부러워할수도..
멋있어요 선생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