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유니콘은 가족이 운영하는 전통적인 식당이다.
이 곳은 북미의 저렴한 모텔 같은 1 층 짜리 구조인데 ,
비슷한 점은 그것 하나 뿐이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절벽에 위치한 이 식당 주변에는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과 폭풍에 풍화된 두꺼운 돌담이 쌓여 있었다.
흰색 페인트가 칠해진 식당 입구에는 장미 덩굴이 매달려 있었고 ,
가게의 거대한 문이 햇빛이 잘 드는 방을 향해 열려 있었다.
여름에 점심 식사나 , 차를 마시는 곳으로 사용되는 방 같았다.
식당 안 쪽 깊숙한 곳에는 다이닝 룸으로 이어지는 큰 문이 또 하나 있었다.
그 문을 당겨 열자 ,
경첩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크게 내면서 나의 입장을 알렸다.
방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이 , 혼자 저녁 식사를 하러 온 여성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숨을 내쉬며 , 주변을 둘러 보니 나의 레프리콘 친구가
벽난로에서 두 테이블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 (진동수가 높은 에테르체라서)
이미 자리를 선택해서 앉아 있었던 레프리콘
타니스 보다 빨리 당도해서 데이트를 준비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ㅎ)
그는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다른 손님들은 다시 식사를 시작했고 ,
검은 머리의 아일랜드 여성 직원이 활짝 웃으며 내 오른쪽으로 다가왔다.
" 혼자 오셨나요 ? "
음악 같은 목소리로 직원이 말했다.
" 네 "
내가 대답하자 , 직원은 레프리콘이 앉아 있는 자리로 나를 안내했다.
직원이 여분의 테이블 세팅을 치우려고 몸을 숙이자 내가 말했다.
(직원의 눈에는 레프리콘이 앉아 있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군요.)
" 괜찮아요. 그대로 두세요.
직원은 ' 특이하게 행동하는 외국인 ' 을 관대하게 대하며 ,
사랑스러운 미소로 물었다.
식전에 음료를 주문하시겠어요 ? 라고 묻자
내 친구 레프리콘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하지만 나는 마을 사람들의 입에 오르 내리지 않을 만한 ,
두 잔의 와인을 주문할 그럴 듯한 핑계가 머릿 속에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 대답했다.
" 이따 다시 말씀드릴게요. 감사해요. "
직원이 자리를 뜨기도 전에 내 친구 레프리콘이 말했다.
" 꼭 그렇게 해야만 했소 ? "
" 당신에게 술을 한 잔 살 수 있어서 기뻐요. "
'
나는 조금 전의 내 행동을 변호하면서 그에게 텔레파시로 대답했다.
" 지금 나는 사람들에게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 거예요.
혹시 좋은 생각 있나요 ? "
" 물론이오.
와인 반 병을 주문한 다음 , 한 잔 가득 따르시오. "
그가 말했다.
" 여기 있는 사람들 눈에는 우리 둘 중의 한 사람만 보인다는 걸 알고는 있는 거죠 ?
사람은 하나인데 , 와인을 두 잔이나 따르면 ,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겠어요 ? "
" 당신의 문제점은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지를 항상 걱정하는 것이오.
그냥 하시오. "
그가 나를 부추기며 말했다.
바로 그 때 , 여자 직원이 다시 테이블로 왔다.
" 이제 주문하시겠어요 ? "
직원이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 화이트 와인으로 반 병 주문할게요. "
나는 메뉴판을 열어 보며 , 계속 말했다.
" 식사 메뉴는 곧 주문할게요. "
직원은 와인을 가지러 갔고 , 레프리콘은 활짝 웃었다.
나는 메뉴판을 살펴 보며 , 그에게 말했다.
" 분명히 하고 싶은 것이 있어요.
나는 당신을 위해 채식만 할 생각은 없답니다.
오늘 밤에는 먹고 싶은 걸 먹을 거예요. "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메뉴판을 살펴 보았고 ,
연어 구이에 감자 , 아스파라거스를 주문하기로 했다.
와인 잔이 쨍하고 , 울리는 소리와 함께 직원이 돌아왔다.
와인 시음을 끝마칠 때까지 인내심 있게 기다렸다.
첫 모금을 음미하니 , 탄성이 절로 나왔다.
" 맛있어라. "
그녀는 웃으며 와인을 마저 따른 뒤 , 식사 주문을 받고 자리를 떠났다.
맞은 편에서 나를 지켜 보고 있던 레프리콘은 와인을 마시고 싶은 마음에 두 손을 가만두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그의 잔에 와인을 따른 뒤 , 그의 잔에 건배하며 ,
아일랜드 말로 " 슬레이트 (건배) " 라고 말했다.
그는 잔을 들어 와인을 홀짝 홀짝 마시기 시작했고 ,
이내 자제력을 잃고는 술잔을 반이나 비워버렸다.
" 음 !!! 훌륭하군. "
그는 만족스러워하며 , 탁자 위에 잔을 내려 놓은 뒤
의자에 등을 기댔다.
나는 그의 와인과 내 와인 사이의 에너지 차이를 눈으로 볼 수 있었다.
나의 신비한 능력이 더욱 발전한 것이 분명했다.
그가 남아 있던 반 잔의 술을 다 마시고 나니 , 확실히 내 와인이 더 생기있어 보였다.
" 당신과 실험을 하나 해보고 싶소. "
그가 부드럽게 제안했다.
" 당신이 음식을 먹을 때 , 당신에게 내 생각과 감정을 덧입혀 보겠소.
그러면 엘리멘탈이 왜 죽임을 당한 생명체를 먹는 것을 혐오스럽게 생각하는지 알게 될 것이오. "'''
" 정말 대 ~ 단한 생각이군요. "
나는 비꼬는 말투로 대답했다.
" 내가 이 특별한 저녁 외출에서 꼭 그런 일을 겪어야겠어요 ? "''''''
내가 지금 먹고 있는 음식에 대해 생각하면서 역겨움과 구역질을 느끼는 건 당신에게나 즐거운 일이에요.
내 몸은 귀리 , 과일 , 씨앗 보다 더 많은 걸 필요로 한다고요. "
그 때 , 여직원이 거대한 연어구이 접시와 함께 감자와 채소가 담긴 볼을 들고 나타났다.
연어 구이 , 감자 , 아스파라거스
그녀는 두 번째 와인 잔을 발견하고는 ,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 보았다.
" 아 , 작은 존재들을 위한 것이죠. "
나는 장난스럽게 윙크하며 대답했다.
그녀는 미소로 화답하며 , 나의 농담을 재밌어 했다.
그녀가 자리를 떠나면서 말했다.
" 당연하죠. "
나는 와인 잔을 다 마신 뒤 ,
셀러리 , 당근 , 아스파라거스 , 감자를 가리키며 내 친구에게 물었다.
" 이 중에서 어떤 걸 먹을래요 ? "
" 약간의 감자와 아스파라거스 , 그리고 빵과 버터를 부탁하오. "
그는 음식을 쳐다보며 대답했다.
나는 작은 접시에 음식을 조금 덜어 낸 다음 ,
그가 앉아 있는 자리 앞으로 가져다 놓았다.
그리고 허겁지겁 나를 위한 식사를 시작했다.
오랫동안 , 먹을 수 없었던 음식을 먹으니 , 정말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