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코아]책에서 미래를 보다-이용훈 전 서울도서관장 인터뷰
시민들의 소통공간인 서울광장을 앞마당 삼아 옛 서울시청사에 자리한 서울도서관을 여러분 모두 보셨을거라 생각합니다.
서울도서관은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읽고 대여하는 곳이 아닌 시민들의 열린공간으로써 지리적 위치의 상징성이 부여된 곳이기도 합니다.
▲ 사진출처 : 2016 서울사진축제 (네이버 블로그)
헌책방의 살아나가야 할 길과 방향을 찾기 위해 얼마전까지 서울도서관의 관장으로써 도서관 현장을 누비고 새로운 시도와 기획으로 서울시민이 도서관에서 사고의 힘을 키울 수 있게 혼신의 열정으로 애써주신 이용훈 전 관장님을 광화문에서 만나뵈었습니다.
▼ 직함이 굉장히 많으세요. 도서관문화비평가이자 관장, 사서, 사람들에게 누구로 기억되기를 원하시는지?
"관장직을 맡았을땐 도서관문화비평가라고 불러주었었는데 이젠 내가 자칭으로 도서관문화비평가라고 불러달라고 말하고 다니고 있어요. (웃음)
관장일땐 지역대표도서관 관장으로써 '메타사서' 라고 말하기도 했구요.
대학과 연구소, 한국도서관협회 등 도서관 현장에서 30년 넘게 내공을 키워 서울도서관 관장이 되었지만 전(前)관장님이라고 불리기보다 그냥 '사서' 입니다.”
▼ 서울도서관은 굉장히 상징적인 곳이고, 규모도 큰 곳인데, 이 곳에서 관장직이라 하면 어떤 일을 하는 자리인가요? 하셨던 일 중 보람 있었던 일이나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세요?
"서울도서관은 위치나 시가 새로 만든 도서관으로 한번 해볼만 하겠다 싶었죠.
도서관 개관작업자체가 큰 일이었고, 서울도서관이 갖는 지리적 상징성도 크고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게 가장 좋았어요. 지역대표도서관으로서 중요한 역할이 서울지역 범위내의 도서관들을 아울러서 잘되게 하는 일이었고 시에서도 여러가지로 도움을 많이 주어서 도서관이 정착을 할 수 있게 해줬어요.
제도를 마련하고 시행하는 과정에서 지역의 각 도서관 대표와 정기적으로 모여서 협의를 많이 하였어요.
이런것들을 통해서 도서관현장과 네트워크를 이뤄 협의를 통해 서울시가 어떻게하면 시민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고르게, 그리고 가까이서, 잘 제공할까 ' 라는 고민에 대해 체계를 만드는것에 대한 시도를 했고, 지역대표도서관이 어떤것이냐 , 무엇을 해야하느냐에 대해 해볼 수 있는 것들을 어느정도는 시도했다는 점에서 도서관 전체를 봤을때 중요한 부분이기도 했고, 저한테도 서울도서관이 특별하죠.”
▼ 작은도서관이 많이 생겼는데...
"서울시에 1000개가 넘는 다양한 도서관들이 있어요. 숫자를 늘리는게 능사가 아니라 기존의 도서관들을 통해 시민의 힘을 키우는데 도서관을 잘 활용하게 하는것이 서울도서관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시민의 힘이라는건 자기삶에 있어서의 여러가지들을 스스로 질문하고, 필요한걸 찾아보고, 생각해보고, 결정하고 행동하는 역량을 말하는데 독선에 빠지지않고 다른 사람들의 여러 생각들을 이해하여 좋은 합의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제공하는 마을 공동체의 중심역할을 도서관이 해야합니다.
천개의 도서관들이 이런 비전들을 공유하여 자기의 일들을 찾아 협력을 통해 시민들에게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기반을 마련하고 제도적으로 보완을 해주는게 서울도서관의 지역대표도서관으로써의 역할입니다.”
기원전 1300년경 이집트의 왕 람세스 2세는 테베에 있던 자신의 궁전에 상당한 규모의 도서관을 소유했다고한다.
테베에서는 도서관 현관문 위에
영혼의 시약소 Dispensary of the soul
영혼의 진료소 Healing place of the soul
영혼의 요양소 Sanatorium of the soul
영혼을 위한 약방 Medicine of the soul
이라고 쓰여 있었다.
▼ 많은 팔로워들이 있고 인기가 많으시던데 이유를 한가지만 뽑으신다면? 얼굴이 잘생기셔서? 밥을 잘 사주시는지? 아니면 수염이 매력적이라?
"수염인거같은데~.(웃음) 관장일이 사실 좀 애매하고 할 일이 없어요. 직원들이 일을 다 해요.
관리자는 부재중일때 가장 직원들이 일하기 편해하는거 같구요. 그런걸 잘 실천했죠.(웃음)
제 팔로워들은 대부분 도서관이나 출판, 서점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겠어요? 경력이 쌓이고 기관장이 되고 하니 들어오는 정보의 수준이나 양이 달라요. 정보들을 혼자만 독점하지 않고 얼마나 잘 전달하느냐도 중요한 역할중에 하나로 보기 때문에 그런 정보들을 외부와 내부에서 연결하는 통로로 SNS를 활용해요.
중요한 정보들을 1차적으로 내가 배우고 정보를 전달을 하면 내가 하지않아도 어떤 누군가가 하지 않겠어요?(웃음)
-대표적인 사례로 '블라인드대출' 이에요. sns상에서 보고 추진을 하게 되었는데요. 선물처럼 포장을 해놓고 어떤책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대여를 해 가는거죠. 우연히 새로운 책을 알게되고 새로운 관심사를 알게되는 재미가 있어요.
요즘은 보통 검색을 통해 원하는 책을 사거나 대여를 하게되는데 검색은 결과를 보여주는것이기 때문에 '우연한 발견' 을 주지 못해요.
'우연한 발견'의 중요성은 책방이 왜 필요한지 이유가 되는 것이기도 하고요.”
▼ 서점부문에서 상대적으로 거대기업이 동네서점에 영향을 주고 있는데 동네서점, 그리고 헌책방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민감한 문제이고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거같지만, 자이언트화한다. 결합하여 힘을 합쳐야 합니다. 다만, 헌책방의 경우 다양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다양성을 유지하면서 어떤 방식으로 결합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요즘은 교통이 발달되었고 스마트폰의 사용으로 먼 곳도 찾아가기가 쉽기때문에 하나의 존(zone)을 만드는 방법으로 결합하는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마포책거리, 청계천등의 책방의 존이 있고, 해방촌 같은 경우는 자발적으로 책방이 모이고 있는데 거기에 다른 영역들도 함께 결합이 되면서 지속가능성이 보입니다.
각 헌책방만의 자기 전문성을 가지고 백화점(?)을 만드는것 또한 존을 만드는 방법이 됩니다. 백화점에 대한 비즈니스는 깊게 생각해볼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사회적 논의를 통해 대기업이나 공공영역에서 지원을 하는 방향도 논의가 되었으면 합니다. "
▼ 만약 헌책방을 하신다면 어떻게 만들고 싶으세요?
"생각해보지 않았는데..책값없는 헌책방~(웃음). 경매나 1:1 설득을 통한 무료 판매 같은 책방을 만들고 싶어요.
우리 사회가 장서가들이 없어지고 있다고 해요. 한개인이 컬렉션(서재)이 있는데 그분이 사라지면 그런 책들이 어떻게 전달이 되고 유지가 될 것인가 하는데에 헌책방의 역할이 있다고 봅니다. 본인의 컬렉션을 다음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방식을 헌책방이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헌책은 새책과 다르게 이야기가 많잖아요. 책방 안에서 그 책을 거쳐간 장서가의 이야기가 책과 함께 많이 오고갔으면 좋겠어요. 예전엔 언제, 어디서 샀고 책을 읽고 난 느낌들을 책에다 직접 메모를 했는데 요즘엔 안하잖아요. 다시 했으면 좋겠어요. "
-은퇴하면 하려고 했던게 < 작은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 (동네서점의 유쾌한 반란) > 라는 책에서 소개된 책방에 직접 찾아가 서점주인분의 사인을 받는겁니다. 제주지역의 서점은 다했고 다른지역은 아직 못했어요. 나중에 보물이되지 않을까요? (웃음)
-북바이북에 포스터가 있는데 행사 포스터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사인이 다 있어요. 그런것들은 새로운 이야기가 되고 새로운 자원이 됩니다.
▼ 북코아는 헌책방이 지속가능하도록, 운영상의 유용한 정보를 모아 알리고, 잘 알려지지 않은 헌책방을 발굴하여 알려드리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려고 합니다. 이를 위하여 관장님의 생각을 말씀해주시면 많은 도움이 될꺼같습니다.
"도서관 사서, 책방 주인, 출판사 사람들이 책 제일 안읽다는 말이 있잖아요. 대부분의 책방 주인들이 혼자서 하기 때문에 굉장히 바쁘거든요. 그분들이 새로운 걸 배운다거나 시간을 내서 다른걸 한다는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걸 전제로 뭔가를 해야 할것 같아요. 찾아가는 서비스를 전제로 협업을 통해 발전방향을 모색해야 합니다."
-독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활동들이 요즘에는 많지요. '책읽는 지하철' 같은 것 들이요.
지하철에 모여서 책을 읽고 함께 이동하는 거죠. 해당 모임의 종착은 지하철역과 가까운 도서관이나 책방이 되면 됩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시도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책방산책 같은 것들이 작은 시도 중에 하나죠.
-책에는 저자의 생각이 투영되어 있습니다. 그 저자의 생각을 알고 싶어 책을 사서 읽게 되는거구요.
책의 생태계 안에서 중요한 저자 그룹을 밀어주는(?) 힘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첫 책을 낸 작가들만 계속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마당은 없을까?
- 헌책방에가서 본인책을 찾아 싸인을 하는 저자가 있다면, 저자 서명본은 같은 책이라도 가치가 배가 될 수 있고 헌책방에서 이런 책을 찾은 독자는 이것이야 말로 '우연한 발견' 이 아니겠어요? 전국의 저자들이 동네책방에서 이런 활동을 해준다면..? 재미있으면서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왼쪽부터 북코아 대표 김훈, 서울도서관 전 관장 이용훈]
▼ 마지막으로 인생의 책을 하나 추천해주세요.
"아... 인생의 책! 예전에 답을 하나 생각해놨어요. '아직 읽지 않은 책!' 느낌이 오시죠?
감동을 주는 책들이 새로 생기는데 과거의 책들을 읽으라고 할수도 없고 아직 안 읽은 책들이 제일 좋은거같아요.누구나 다 읽어야 하는 책도 없고 ,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다 읽어야 할 필요가 있는건 아니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슨책을 읽어라 라고 하고 싶다면 좋은 책이 아니고 이럴 경우에 읽어야 할 책이라는 질문은 있을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제 대답은 한권의 책이 아니고 아직 읽지 않은 책 입니다."
인터뷰 시종일관, 해박한 지식과 경험으로 유쾌하게 인터뷰에 응해주신 전 관장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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