悟道頌오도송
無著文喜
무착문희
若人靜坐一須臾 약인정좌일수유
勝造恒沙七寶塔 승조항사칠보탑
寶塔畢竟碎微塵 보탑필경쇄미진
一念淨心成正覺 일념정심성정각
누구라도 잠깐 고요하게 있는 것이
모래알만큼 많은 칠보탑 쌓기보다 낫네
귀한 탑도 끝내는 티끌 되고 말거니와
단 한 번 맑은 마음 깨달음을 이루네
◈ 무착문희無著文喜[820~899]
속성은 주씨朱氏였고 가화嘉禾 어계語溪 사람. 일곱 살 때 상락사常樂寺 국청선사國淸禪師를 스승으로 출가하여 경전과 계율을 배웠다. 회창會昌 법난을 만나 속인의 옷을 입고 민가에 숨어 지내다가 당唐 선종宣宗 대중大中 초년에 칙령으로 불교에 대한 탄압이 풀리자 제봉사齊峰寺로 재출가했다. 앙산혜적仰山慧寂의 법을 이었고, 오대산에서의 문수보살 친견 설화가 널리 알려져 있다.
◈ 문수보살 친견설화
문희가 재출가 후에 대자산大慈山에서 성공선사性空禪師를 만났을 때 선사가 문희에게 물었다.
“그대는 왜 여러 곳을 두루 돌아보지 않았는가?”
선사의 그 말을 듣고 바로 오대산으로 향한 문희는 화엄사에서 아침 예배를 드리고 난 후에 금강굴 근처에서 노인 한 사람을 만났다. 그는 소를 한 마리 끌고 가고 있었다. 문희를 안내하여 절 안으로 들어간 노인이 “균제均提!” 하고 부르자 동자가 나와 노인의 손에서 소를 받아갔다. 노인은 문희를 금칠이 된 법당으로 들게 했다. 선상禪床에 앉은 노인은 문희에게 비단으로 만든 자리를 가리키며 앉게 한 후에 물었다.
“어디서 오셨소?”
“남쪽에서 왔습니다.”
“그곳의 불법이 어떠하오?”
“말법의 비구들이 겨우 계율이나 지키고 지냅니다.”
“대중의 수는 얼마나 되오?”
“삼백도 되고 오백도 되고 그럽니다.”
말을 마친 문희가 노인에게 물었다.
“이곳의 불법은 어떠합니까?”
“용과 뱀이 섞여있고 범인과 성인이 함께 지낸다오.”
문희가 다시 물었다.
“대중은 얼마나 되는지요?”
“전삼삼, 후삼삼(前三三, 後三三)이라오.”
말을 마친 노인이 동자에게 차와 수락酥酪으로 만든 먹을 것을 가져오게 했는데 문희가 그 맛을 보니 문득 가슴 속이 맑아졌다.
노인이 유리잔을 들더니 물었다.
“남쪽에도 이런 것이 있소?”
“없습니다.”
노인이 다시 물었다.
“그러면 무엇으로 차를 마시오?”
문희가 대답을 못하고 있는데 해가 지고 있었다. 문희가 노인에게 물었다.
“하룻밤 묵어갈 수 있겠습니까?”
“그대에게 집착하는 마음이 있으면 묵을 수 없소.”
“제게는 집착하는 마음이 없습니다.”
“그대는 이전에 계를 받지 않았소?”
“계를 받은 지 오래 되었습니다.”
“그대에게 집착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어째서 계를 받았소?”
그 말을 듣자 작별을 고할 수밖에 없었다. 노인이 동자를 불러 문희를 배웅하게 했다. 절 문을 나서면서 문희가 동자에게 물었다.
“전삼삼, 후삼삼이 얼마나 되는가?”
동자가 갑자기 소리쳤다.
“대덕!”
문희가 엉겁결에 대답했다.
“얼마나 됩니까?”
애석하게도 문희는 이때에도 그 뜻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물었다.
“이곳이 어디요?”
“이곳은 금강굴 반야사般若寺입니다.”
그 말을 듣고서야 문희는 문득 깨닫는 게 있었다. 그 노인은 바로 문수보살이었다. 고개를 돌려 나온 곳을 바라보니 노인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문희는 동자 앞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말했다.
“한 마디 가르침을 부탁합니다.”
동자가 게송으로 말했다.
面上無嗔供養具 면상무진공양구
口裏無嗔吐妙香 구리무진토묘향
心裏無嗔是珍寶 심리무진시진보
無垢無染是眞常 무구무염시진상
얼굴에 화가 없으니 그것이 공양구요
입 안에 화가 없으니 묘한 향기 내도다
마음에 화가 없으니 바로 귀한 보배요
때 타지 않고 물들지 않으니 참된 도로다
말을 마친 동자가 홀연히 사라졌다. 문희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니 오색 구름 속에서 금사자를 탄 문수보살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출처] 무착문희 들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