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속에서 일하다 바깥을 내다보니 아침햇살이 퍼졋다.
농막앞도 기분좋게 햇살이 가득하다.
땅이 얼어 있으니 본밭은 아직 겨울잠을 자는 중이고
아래위를 오르 내리는 밭뚝길이나 정리해야 겠다.
보기싫은 돌멩이들을 줏어담아 아래쪽에 움푹 파여진곳을 채울려고한다.
여기가 그곳인데 아까운 흙으로 채우는것 보다 잡돌로 채우면
물빠짐도 좋을 것이고 좁은땅도 그만큼 넓어질 것이다.
깔끔하게 치우고 나니 기분도 좋아진다.
한줄로 서 있는 나무는 일부러 심은것이 아니고
자생한 고욤나무인데 감접을 붇혀보니 처음엔 붇은듯 하더니만
실패한것이 더 많았기에 올봄에 한번더 붇혀보고 안되면 잘라버릴 것이고,
여긴 원래 능소화가 줄기차게 뻗어서 여름이면 아름다운 꽃을 피우던 곳인데
너무 너져분하게 자라서 모두 잘라 버렸지만 완전히 없애버린것은 아니고
봄에 새순이 돋으면 보기좋게 잘 관리 할려고 한다.
오른쪽에 깔았던 망도 흙과 지푸라기를 털어내고 다시 깔았다.
그런데 이 망을 왜 깔았나 하면 순전히 미끄럼 방지용이다.
이게 바로 잘라낸 능소화 줄기인데 정리를 할려니 우선순위에서 밀려진 것이다.
2월 5일(일)
겨울은 밭에 오는게 무슨 일을하기 위한 목적이라기 보다
산속밭의 좋은 공기와 지져귀는 새소리도 듣고
이런저런 심신에 묻은때도 훌훌 털어버리기 위한 것이기에
꼭 오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서
어제는 나홀로 일찍 왔었기에 오늘은 집사람과 같이 아침 느즈막히 올라오며
먼저온 이웃밭의 황사장과 반갑게 인사도 나누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중
우리밭에서 평소에는 듣지 못했던 이상한 짐승 울음소리가
나더라고 하길래 급히 확인해 봐야겠다.
산속밭이다 보니 산짐승의 피해를 더러 보게 되는데
심어논 채소를 잘라 먹어 버리거나
가을철 땅콩밭과 옥수수 고구마등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리는
고라니와 멧돼지가 미웁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더한것은 닭장을 습격하는 족제비등의
육식동물의 피해가 더 큰것이라서 매번 닭장쪽에 신경이 쓰이는데
어제도 설치해돈 쥐덫이 터져 있더니만
다시 설치한 쥐덫이 또 터져 있는걸 보면 간밤에 무언가가
다녀간게 분명한데 밤에 전등을 켜 둘때는 이런일이 없더니만
또 이런걸 보니 세마리 남은 닭들에게도 위험신호가 오고 있는 것일까...
올때마다 지나치는 농막앞 석축사이의 구릿대가 추위에 죽지않고 버틴것인지
새순이 오른것인지는 알수 없지만 오늘따라 더 파랗게 보인다.
지난주에 오미자망 작업을 하다가 망이 부족해서 중단 했었는데
오늘은 망 하나만 치면 상황 끝이다.
시골마을 농자재상에는 아직 철이 아니라서 창고 깊숙히 있다기에
인터넷 단골집에서 급히 배달되어 온것인데
오륙년 전에 비해서 거의 배가 오른 가격이다.
그때는 한묶음에 이천원인가 했는데 지금은 최저가격이 3800원...
어떤곳은 오천원이 넘는곳도 있고...
이젠 요령이 생겨서 별로 어렵지도 않고 오히려 솔솔 풀면서 치는 일이 재미있다.
요렇게 솔랑솔랑~~
여긴 아래위로 통하는 돌계산인데 가는 철사줄만 당겨 놓으면 잘 보이지 않아
위험할것 같아서 안전하게 고개를 숙이며 지나 가라고 표시를 하는 것이다.
줄치다 말고 느닷없이 폐현수막은 왜???
치고 남은 망을 잘라서 보관해도 되겠지만 그냥 이렇게 한쪽에 몰아 두었다가
삼사년후 새순을 받을때 펼처서 쓰면 수월하지 않겠나 싶어서 인데
이 망이 몇년동안 햇볕에 노출되면 삭을것 같기도 하고 안삭는다 하더라도
넝쿨이 사이사이를 침범해 버리면 그것을 제거하는것도 예사일이 아닐것 같아서
이렇게 돌돌말아 묶어놓는 것이다.(어디까지나 내 생각)
일하다 기지개펴며 보는 하늘이 구름도 아름답고
오늘날씨가 정말 봄날같은 기분이다.
라면에 떡사슬이나 몇개 넣어 먹으려던 점심을
이웃밭 황사장이 삼겹살과 막걸리를 가져오는 바람에 변화가 생겼다.
진입로부터 맨 윗밭까지 다섯사람이 주말농장을 하고 있는데
오늘은 나를 포함해서 세밭쥔이 우리농막에 모이게 된것이다.
진수성찬이 별것이던가... 가짓수가 많다고 좋은것도 아니고...
난로에서 구워낸 삼겹살에 맛잇는 묵은김치며 장아찌...
이게바로 간결한 성찬이 아닌가 싶다.
묶은 머리에 한잔술을 깃들이는 모습...
아무래도 평범하지 않을것 같은 향이 묻어나는 황사장...ㅎ
화려하고 특별한 직업이 어느정도 예감은 되지만...
새로운 좋은 이웃이 생긴것에 기분이 참 좋다.
첫댓글 고생하셨어요
왠걸요...그냥 놀다 왔습니다.ㅎ
두루 두루 겨울인데도 일이 많습니다
좋은 이웃도 많구요 이제 봄 농사 시작 하셔야지요 전 어제 완두콩도 좀 심고 감자도 한고랑 쪼메 심어 놨습니다
벌써 감자를 심어요?..아하..비닐집안에 심어셧나봐요.
여기는 입구 고사리밭의 주인이 새로 바꿔서 더 좋은 이웃이 생겼답니다.
그래도 사람의 마음은 알수 없는 것이라서 떠들고 노는데는 어떤 반응을 보일지....
ㅎ
저도 난로 놔가지고 군고구마 굽어 먹는 여유가 생겨야하는데
올봄에 농막 큰거 하나 질려구요
황사장의 포스가 느껴집니다.
농막 큰거 하나 지어서 모임도 하고 그러면 정말 좋겠지요.
@이소 넵 그때 음악담당은 단연 이소님입니다. 참 올3월에 길 포장한답니다.
농로를 포장하면 더 편리해 지겠군요.
여기도 올해 남은부분을 포장한다고 그러던데 알아봐야 겠습니다.
열심히 일을 한후 역시 막걸리한잔이 최고죠...
수고 하셨습니다
평소에는 막걸리를 잘 마시지 않는데 이날따라 맛이 참 좋았습니다.
부러운모습입니다.
이웃과의 좋은관계도 부럽고...
수고많으셨네요^^
살다보면 이웃에게 받는 스트레스도 상당히 많은데
좋은 이웃이 생긴다는건 정말 기분좋은 것이죠.
일 한 후에 먹는 음식이 제일 맛나는 것입니다..
술은 안먹지만 고기에는 눈이 가네요....
아하~~ 술을 안드시는 군요. 그 좋은 술을....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