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실수 묘목을 심을 때, 우선 수종을 선택합니다.
그 다음 열매의 크기, 당도, 숙기 등에 따라 품종을 선택하게 됩니다.
그리고 묘목농장을 방문하거나, 인터넷으로 주문하여 심으면 끝입니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수분수입니다.
유실수를 10동안 한해도 그르지 않고 매년 심고 있습니다.
심어 놓고, 몇 년이 지나면 열매가 열리게 되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숙기가 너무 늦어서 제거하고, 열매가 너무 작아서 제거하고, 당도가 낮아서 제거하고, 충해를 입어서 제거하고, 냉해에 약해서 제거하고, 심을 때 퇴비를 많이 주었더니 고사해서 제거하고, 신품종이 좋다고 해서 심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수종이나 품종을 바꾸거나 새로 심게 됩니다.
잘 열리던 사과가 몇 년 전부터 꽃은 많이 피는데, 열매가 많이 열리지 않아서 고민을 했습니다.
그 원인이 전정을 잘못해서 그랬을까, 아니면 냉해를 입어서 수정이 안 된 것일까, 벌이 활동하기 이전에 꽃이 피어서 수정이 안 된 것일까, 질소 비료를 너무 많이 주어서 그랬을까, 햇볕이 적어서 그랬을까 등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 내년에는 좋아지겠지 하는 생각으로 이것저것 해 보면서 3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근데, 올해는 심각할 정도로 열매가 열리지 않았습니다.
처음에 사과를 심으면서 추석에 먹으려고 홍로 5주를 심고, 중생종으로 양광사과 10주 그리고 장기 보관이 가능한 부사계열 사과 30주 정도를 텃밭 여기저기에 심었습니다.
그런데 양광사과가 돌배처럼 동녹현상이 발생하여 원인을 몰라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까, 봉지를 씌워서 재배하는 품종이었습니다.
몇 년간 봉지를 씌워서 재배하는데, 너무 힘들어 3주 만 남기고 모두 제거 했습니다.
그리고 홍로는 탄저병이 너무 심하고, 수확 후 며칠 지나면 퍼석해져서 맛이 없어 1주 만 남기고 모두 제거 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중생종(양광, 홍로)과 만생종(부사) 사과를 심었는데, 부사계열 만생종 사과의 수분수가 양광, 홍로였던 것입니다.
수분수 역할을 잘하다가 양광과 홍로가 없어져, 수정이 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한쪽 모퉁이에 남아 있는 양광과 홍로 옆에 있는 나무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몇개씩만 열려 있습니다.
사과 재배를 10년동안 했는데, 수분수의 중요성과 열매가 열리지 않는 이유를 이제서야 알았습니다.
대규모의 사과밭을 조성하시는 분들은 수분수 심는 것을 기본으로 하시겠지만, 소규모의 자급 목적으로 재배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수분수를 생각하지 않고 묘목을 심습니다.
하지만, 유실수 심을 때 수분수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대부분의 유실수는 수분수가 있어야 수정이 잘 됩니다. 수분수가 없으면 나무는 잘 자라지만, 열매는 많이 열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수분수를 심을 때 꽃이 피는 시기가 비슷해야 합니다.
즉 배란기에 꽃이 서로 피어 있어야 수정이 잘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근데 암꽃과 수꽃이 한 나무에 있고, 바람으로도 수정이 잘 되는 나무들은 수분수가 필요 없습니다.
복숭아는 자가 결실성이기 때문에 수분수를 심지 않아도 수정이 잘 됩니다,
원인을 알았으니, 부사계열의 수분수 홍로 묘목을 구해서 빨리 심어야 하는데, 이 시기에 묘목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여기저기 인터넷을 검색하여 전화를 하고, 지인들에게 연락을 해 보았지만, 나무 심는 시기가 지나 묘목을 구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눈에 띄는 상호가 있어 전화를 했더니, 홍로 묘목이 있다고 하여 수십 km를 달려 찾아간 곳이 유림농원(하서대로 366-3)입니다.
큰 길 주변에 있어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농장 주변이 아주 깨끗하고,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었으며, 여자 사장님께서 반갑게 맞아 주시면서 심는 방법까지 자세히 알려 주었습니다.
정말 마음에 흡족한 묘목 6주를 14,000원씩 84,000원에 구입하여 구덩이를 파고, 물을 주고, 지주를 세우고, 정성을 다해 심었습니다.
내년부터는 수분수가 있어 수정이 잘 되기를 기대합니다.
처음에 잘 선택하여 심었던 양광과 홍로가 수분수 역할을 잘하고 있었는데, 상식이 부족하여 제거해 버리고, 값비싼 대가를 치루고 다시 수분수 홍로를 심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