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산교우촌을 방문한 3월 순례는 순교자공경위원회 위원장으로 계시는 최민호 마르코 신부님과 뜻깊은 동행을 하였습니다. 이른 3월이라 그런지 꽃샘 바람이 아직도 겨울녘의 끝자리를 붙들며 우리의 옷깃을 단단히 여미게 만든 하루였습니다.
화천 성당
만산 교우촌은 대형 차량으로 방문 할 수 없는 곳이어서 화천 성당에 방문하여 최민호 신부님의 집전하에 순교자들을 위해 미사를 드렸습니다.
만산 교우촌
만산 교우촌은 박해를 피해 해발 900미터 고지의 높은 산골짜기로 찾아들어가 극심한 가난 속에서도 신앙을 잃지 않았던 5가정을 찾아 최양업 신부님이 성사를 집전한 곳입니다. 최양업 신부님은 르그레즈와 신부님에게 편지를 보내어 ‘이 작은 촌락은 험준한 산속에 있는데 이름을 만산이라고 합니다만 가히 조선의 알프스 산맥이라고 말해야 적절할 만큼 아주 높은 산꼭대기에 있습니다. ’라고 소개하였습니다.
만산 교우촌 터는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구운리에서 위쪽으로 백적산(884m)과 비래산(915m) 사이 깊은 산중에 있습니다. 이곳에서 북쪽으로는 한북정맥의 남쪽 출발점인 대성산이 바로 보이고 만산 정상은 해발 976m로 이 꼭대기에 교우촌이 있었다고 합니다. 오늘날에도 일반 차량으로는 갈 수 없는 험한 곳으로 산악용 차량 정도만 겨우 오를 수 있는 험준한 곳입니다. 이 척박한 곳에 오직 신앙 생활을 하기 위해 신자들은 삶의 자리를 개간했고, 최양업 신부는 그들에게 성사를 베풀기 위해 불무골에서 사흘 길을 걸어 기꺼이 이곳을 찾았습니다. 문명이 발달한 지금도 산 꼭대기에 가정을 이룰 수는 없습니다. 혹독한 자연이 주는 위협보다 신앙을 지키기 위한 신념이 더 강했던 산 속 신자들 역시 순교자의 삶을 사신 분들이 분명합니다.
우리 순례단은 화천 성당에서 미사를 드린 후 만산 교우촌이 보이는 지척의 자리까지 이동해 만산 교우촌을 바라보며 기도하는 것으로 순례를 대신하였습니다. 추후 만산 교우촌 터를 직접 찾아가 보는 것을 숙제로 남겼지요.
은혜의 밤
‘pilgrim이 될 것인가, tourist가 될 것인가‘에 대한 최 신부님의 열정적인 질문과 근본 지향점에 대한 열변은 매번 우리의 고민이기도 하고 숙제이기도 한지라 다시금 순례자로서의 목적과 태도에 대한 되짚음을 하게 만들었고 부족한 점을 반성하게 해준 시간이었습니다. 마치 당일치기 피정을 다녀온 듯한 알찬 강론과, 성인 복자들의 호칭기도와 더불어 몇 번이고 반복된 평길단 순례 단원 한 사람 한 사람을 호명하는 호칭기도는 미처 생각지도 못한 호사가 아니었나 합니다. 화천 성당을 떠나 황사영 알렉시오 영성관에서 진행된 ’은혜의 밤‘(매월 두 번째 토요일 저녁 5시) 참석을 끝으로 오늘의 순례길을 마무리하였습니다. 하루 동안 최 신부님에게 받은 넘치는 안수 축복과 말씀의 은혜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아침 식사로 맛있는 콩떡과 음료를 마련해주신 후곡성당 팀(류세규 로사, 홍성옥 클라우디아, 박미숙 마리아, 강정식 안드레아, 박미희 글라라, 김정인 마틸다) 여섯 분에게 감사 인사드립니다. 하루종일 힘을 내는 든든한 에너지가 되었습니다. 정성껏 한 알 한 알 빚어 만든 매듭 묵주를 화천 성당에 봉헌에 주신 풍동 성당 매듭팀(단원:백승옥 알베르타, 장연민 미카엘라, 비단원:서수민 글라라, 이연옥 아셀라, 황금수 사라, 설진애 미카엘라, 이경미 마리스텔라, 장성심 안나, 백경화 그라시아, 신경자 아가다)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또한 매 순간을 빠짐없이 앵글에 담아 멋진 사진과 영상을 남겨주신 강정식 안드레아님께도 매우 많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우리 평화의길 순례단은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더욱 알차고 기쁨이 넘칠 것입니다. 건강히 일상 잘 다지시고 4월 순례에서도 반갑게 뵙기를 고대합니다~!
첫댓글 신부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의 수고로 기쁜 순례를 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