킴벌리 다이아몬드/221122/박찬석
남아공은 식민지 백과사전이다. 남아공 근대사만 들여다보면, 제국주의 시대 식민지 역사가 다 보인다. 식민지대 최대 산업은 광산업이었다. 값싼 원주민 노동을 부려서 값비싼 보석을 채굴했다. 남아공은 금과 다이아몬드의 대명사이다. 한때 세계 금의 40%, 세계 다이아몬드의 50%를 생산했다. 킴버라이트(Kimberlite)는 다이아몬드를 함유한 화강암이다. 보통 명사이다. 킴벌리는 다이아몬드 산업의 원조이다. 다이아몬드에 관한 전문 용어는 킴벌리가 표준이다.
킴벌리(Kimberley, 22만)는 남아공 북 케이프 주에 있다 1866년 제이콥(Jacobs)은 오렌지 강 둑에서 놀다가 반짝이는 돌을 주었다. 아버지에게 주었다. 아버지는 친구에게 돌을 팔았다. 21캐럿 크기 다이아몬드였다. 다이아 1캐럿(Carat)는 0.2g이다. 3년 뒤 같은 장소에서 83.5 캐럿 크기가 발견되었다. ‘남아프리카 별(Star of South Africa)’이라 명명했다. 별은 1만1천 파운드(1천7백만원)에 팔렸고, 런던 시장에서 2만5천파운드(3천9백만원)에 팔렸다. 킴벌리에 다이아몬드 광풍이 불었다.
일시에 수천 명이 몰려들었다. 보어인의 땅이다. 오렌지 강과 발 강의 합류지점이다. 다이아몬드 회사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킴벌리 광산에서 1871-1914년 동안 5만 명의 광부가 곡괭이 하나로 2,722kg 다이아를 채굴했다. 커다란 웅덩이(Big Hole)가 생겼다. 현재 UNESCO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일본의 군함도(하시마로)도 UNESCO 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둘 다 흑인과 조선인의 강제노동을 무시했다. 수십 개의 다이아몬드 광산을 사들여 드비어즈(De Beers Consolidated Mines Ltd.)회사를 창설했다. CEO는 세실 로즈(Rhodes)이다. 드비어즈는 1900년부터 21세기 까지 120년 동안 전 세계 다이아몬드 생산과 판매를 독점했다. 드비어즈 하면 다이아몬드, 다이아몬드 하면 드비어즈를 연상한다. 동의어가 되었다.
오래된 귀금속 금과 은에 비하면 다이아몬드는 20세기 보석이다. 조선시대 양반은 금. 은, 옥으로 목걸이와 반지를 했다는 말을 들어도, 다이아 반지를 했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내가 다이아몬드 이야기를 처음 들은 것은 <이수일과 심순애, 1913> 신파극에서 이다. 부자 김중배, 가난한 순정파 이수일과 심순애는 삼각 관계였다. 김중배는 심순애에게 다이아 반지를 선물했다. 심순애는 다이아 반지에 혹하여 가난한 이수일을 배신했다. 훗날 이수일은 성공하여 사랑의 복수를 한다는 내용이다. 다이아몬드는 권력과 부의 상징이다. 심순애는 사랑보다 돈을 택했다. 다이아몬드를 금강석(金剛石)으로 번역한다. 금강산 이름 때문에 다이아몬드는 조선시대 보석으로 보는 이도 있다. 금강산은 불교 화엄경에 나오는 전설의 산에서 왔다. 다이아몬드와는 관계가 없다.
다이아몬드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일본식민지 때이다. 다이아몬드가 보석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도 일본의 근대화 즉 서구화와 함께 했다. 미군의 점령으로 절정에 이렀다. 원석 자체로는 보석으로 가치가 없다. 아름답지도 않고, 광채도 없다. 보석으로 가치를 인정받은 것은 가공기술이 발달하면서 부터이다. 다이아몬드 가공기술은 암스테르담, 안트베르펜, 홍콩이 최고이다. 다이아몬드 생산(2021년)은 러시아, 보츠와나, 캐나다, 콩고민주공화국, 남아공 순이다.
지난 회에 앙글로–보어 전쟁 이야기를 했다. 다이아몬드 때문에 일어난 전쟁이다. 영국은 킴빌리 지역을 떼어 내어 그리쿠아(Griqua Land)국으로 독립시켰다. 강대국은 탐나는 자원이 있으면 독립시켜주고, 자원을 가져갔다. 흔히 하는 일이다. 페르시아 만에 UAE, 오만, 카타르, 바레인, 쿠웨이트 같은 작은 독립국들이 있다. 석유 부존 지역이다. 영국이 독립시켜주고 석유를 가져갔다. 미국은 파나마를 콜롬비아에서 떼어 내어 독립시켰다. 독립시켜 준 댓가로 파나마운하 운영권을 가져갔다. 뒷날 파나마 대학생의 저항으로 돌려주었다. 프랑스는 코모로스를 독립시켜주고 마요트를 떼어갔다. 같은 맥락이다.
고대의 왕실 유물에 금 은 있지만, 다이아몬드는 없었다. 다이아몬드는 현대판 보석이다. 보석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상업적 선전 효과이다. 드비어즈 회사의 모토는 “다이아몬드는 영원해(A Diamond Is Forever)이다. 사랑할 때 누구나 영원하기를 원한다. 영원한 건 없지만 말은 그렇게 한다. Love is Forever. ‘영원한 사랑의 증표는 다이아몬드를! 대대적인 홍보를 했다. 유레카! 다이아몬드는 약혼과 결혼 예물의 필수품이 되었다. 1939년도 미국 약혼자 3/4은 다이아몬드 반지를 했다. 1개 평균 80불 했다(E.J. Epstein, <Have you ever try to sell a Diamond, The Atlantic, 2009 >. 결혼 때 몇 캐럿짜리 다이아 반지를 받았느냐는 얼마나 권력 있고, 부자인 남자와 결혼했느냐를 의미했다. 사랑과 다이아몬드를 하나로 묶었다. 최고의 보석이 되었다. 드비어스 상술에 속았다. 금을 비롯한 광산물은 경기변동에 따라 가격이 출렁거렸다. 그러나 다이아몬드는 경제공황 때도 가격변동이 적었다. 어려운 환경 일수록 사랑은 강열하다.
그림 킴벌리의 Big Hole